[그 시절 우리는] 연탄③ 60년대 초에는 연탄을 이렇게 만들고 팔았다

  • 입력 2023.02.26 18:00
  • 기자명 이상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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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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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화 설비가 전혀 갖춰지지 않았던 1960년대 초에는 연탄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수원 ‘대성연탄’의 김용덕 사장의 증언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이러하였다.

강원도 탄광에서 석탄을 실은 화물열차가 수원역에 당도하면 연탄공장의 직공들이 줄지어 리어카를 끌고 화물 하치장으로 출동한다. 당시엔 포클레인 등의 장비가 없었기 때문에 인부들이 화차에 올라가서는 일일이 삽으로 석탄을 파 내려서 리어카에 실었다. 그렇게 운반된 석탄은 공장 한쪽의 저탄장에 쌓인다.

저탄장에서 공장 안으로 석탄을 운반하는 도구도 역시 리어카였다. 그런데 석탄만 운반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연탄을 만들려면 흙(점토)도 섞어 넣어야 했다. 한쪽엔 석탄가루를 쌓아놓고 맞은 편엔 잘 부순 점토를 쌓아놓았다.

-자, 탄가루 퍼 넘길 사람은 이쪽으로 자리를 잡고, 흙 퍼서 뿌릴 사람은 저쪽으로 자리를 잡고 서시오! 가래질할 때 고루고루 잘 섞어야 돼요. 시작합시다!

“그 시기엔 연탄 만들 때 석탄가루 말고 점토도 섞어 넣었어요. 그러자니 공정이 더 복잡하지요. 농사일 할 때 가래질하는 것 보셨지요? 삽자루에 새끼줄을 묶어서 한 사람은 자루를 잡고, 두 사람은 양쪽에서 줄을 잡고 서로 협동을 해서 흙이나 모래를 퍼 넘기는 작업 말예요. 탄가루와 흙을 그런 식으로 퍼 넘기는데, 석탄 두 삽을 퍼서 뿌리고 나면 그 위에다 점토 한 삽을 뿌리고…그런 식으로 해서 마치 시루떡처럼 차곡차곡 재는 겁니다.”

그렇게 점토와 섞여서 다져진 탄가루를 연탄 모양의 실린더에 퍼서 넣어주면, 프레스공이 손으로 눌러서 연탄을 찍어냈다. 모든 공정을 순전히 수작업으로 그렇게 해냈던 것이다. 그런데 탄가루에 흙을 섞어 만들었으니 연탄의 질이 좀 떨어지지 않았을까?

“천만의 말씀이에요. 우리가 지금 생산하고 있는 연탄은 무게가 3.5킬로그램 정돈데, 60년대 초에 점토를 섞어서 만든 연탄은 무게가 4킬로에서 5킬로 가까이나 나가고, 탄질도 아주 좋았어요. 불을 다 때고 나도 연탄재가 허물어지질 않아요. 왜 마당 한쪽에다 주욱 세우고 그 안에 흙을 퍼넣어서 화단 만들어놓은 집들 더러 보았지요? 그땐 연탄재가 조경석 역할을 했을 만큼 단단했다니까요. 어느 시인이 그거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고 하던데…그 시절의 연탄재는 함부로 찼다가는 발가락 다쳐요, 허허허.”

공장 안에서 그렇게 연탄을 찍어내는 동안, 공장 마당으로는 연탄을 떼어다 팔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우마차를 몰고 온 남정네들이 연탄을 받아 싣느라 여념 없는 한편으로, 협궤열차로 수원과 인천을 오가며 행상을 하는 여인들도 양철 양푼을 머리에 이고 줄을 섰다.

-우마차 끌고 오신 분! 연탄 다 실었으니까 저쪽에 가서 탄값 계산하고 어서 끌고 나가세요!

-나 연탄 열 장만 줘요. 다섯 시에 출발하는 협궤열차 놓치면 안 된다니까. 빨리빨리!

-왜 새치기를 하고 그래. 내가 먼저 왔는데. 여기 양푼에다 열다섯 장만 담아 줘요.

-열다섯 장이나? 그렇게 많이 이고 갈 수 있어?

-너무 무거울까? 그럼 나도 열 장만 사야겠네.

-아주머니! 탄값 계산하고 가야지요!

-아, 참, 그렇지. 가만있자, 연탄 한 장에 5원이니까…

그 시절 공장에서 연탄을 사가던 풍경이다. 우마차를 끌고 와서 몇백 장씩 사다가 파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수인선 협궤열차로 생선을 팔러 왔던 아낙들이, 돌아갈 때는 생선 담았던 용기에 연탄 10여 장씩을 사서 이고 가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웬만한 지역의 주민들 대부분은 나무나 쌀겨나 볏짚을 땔감으로 사용했지만 연탄을 때는 집도 간혹 있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서였다. 수원에서 연탄 10여 장씩을 양푼에 받아 이고 협궤열차를 탔던 여인들이 연탄을 팔기 위해 도중에 내리는 역은 군지역과 야목역이었다. 그 일대엔 연탄공장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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