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최인접지역 주민들의 삶에 연대할 때

  • 입력 2023.02.26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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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의 월성원자력발전소. 한국농정 자료사진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의 월성원자력발전소. 한국농정 자료사진

원자력발전소 최인접지역 주민들의 삶은 어떠할까. 우리 사회는 그들의 삶에 얼마나 연대하고자 했을까.

현재 국내에서 원전 최인접지역 주민의 삶을 연구한 대표사례(사실상 유일한 사례)는 2020년 10월부터 8개월 간 월성원자력발전소(월성원전) 소재지인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머물며 원전 인근 주민들의 삶을 연구한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수료생 김우창 씨의 사례다. 김우창 씨는 지난 20일 한살림연합(상임대표 조완석, 한살림) 주최 열린배움터 ‘우리가 몰랐던 핵발전소 이야기’에서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1982년 한적한 바닷가 시골마을 나아리에 원전이 만들어진 이래, 40년 세월 동안 원인 불명의 암 또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주민들이 있었다. 원전에선 매일 액체·기체 상태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된다는 제보가 제기되고, 2021년엔 원전에서 방사성물질 ‘삼중수소’가 유출되는 등 원전 안전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정황이 이어졌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월성원전 인접 주민 이주대책위원회(월성원전 이주대책위)’를 결성하며 본격적인 투쟁에 나선 건 2014년부터였다. 김씨는 주민들이 ‘탈핵’ 대신 ‘이주’를 주요 구호로 내걸어야만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주민들이 ‘탈핵’이나 ‘월성원전 2·3·4호기 가동중지’ 구호를 외치는 순간, 필연적으로 ‘지역 농수산물 피폭문제’나 ‘지역 토양 오염문제’ 등이 딸려온다. 이주문제는 다른 것을 건드리지 않아도 우리 몸을 근거로 요구할 수 있지 않냐는 것이었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탈핵 구호를 외치는 건 결과적으로 농어민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쉽지 않은 문제였다. 그동안 핵발전소 가동 중단,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재생에너지 확대 등 탈핵운동진영의 담론 속에서 정작 지역 사람들의 목소리가 빠져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김씨는 지금도 월성원전 이주대책위가 매주 월요일 오전 월성원전 입구에서 상여를 이끌고 1시간씩 시위를 벌인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열린배움터 참가자들에게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싸움에 연대하자고 촉구했다.

한편 열린배움터에서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윤석열정부가 문재인정부 때 그나마 내놓았던 탈원전 정책마저 폐기하고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년)에서 원자력발전 비중을 오히려 상향(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원전 비중 25% → 10차 32.8%)하려 하며,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조속 재개에 나서는 등의 상황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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