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경기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에 숟가락 얹나

농협경제지주, 경기도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 공급업체로 선정
농민·먹거리단체 “지역 먹거리사업 기웃대지 말고 농협 본연 역할부터”

  • 입력 2023.02.26 18:00
  • 수정 2023.02.26 19:1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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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경기먹거리연대·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친환경학교급식경기운동본부 등 경기도 농민·먹거리단체들이 22일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농협경제지주의 경기도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 참여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기도 농민·먹거리운동단체들이 지난 22일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농협경제지주의 경기도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 참여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앙정부가 내팽개친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을 경기도(지사 김동연)가 이어가려 하자, 여기에 농협중앙회 경제지주(대표 우성태, 농협경제지주)가 공급사업을 맡겠다며 끼어들었다. 그간 경기도 친환경먹거리 관련 사업에 어떤 기여도 한 바 없는 농협경제지주가 ‘경기도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는 사실에 경기도 농민·먹거리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의 지난 16일 발표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두레생협연합회·한살림연합과 함께 2023년도 경기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지난해 두레생협·한살림과 함께 공급업체로 뽑혔던 경기도농수산진흥원도 올해 지원했으나 농협경제지주에 밀려 탈락했다.

경기도는 공급업체 선정순위에 따라 권역 선택 우선권을 부여할 예정인데, 농협경제지주는 3순위다. 경기도 내 3개 권역(‘가’ 권역 7,730명, ‘나’ 권역 6,260명, ‘다’ 권역 6,010명)의 임산부 2만명에게 1인당 연 48만원 한도(자부담 9만6,000원)의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지원한다는 게 경기도의 입장으로, 23일엔 공급업체 권역 선정회의가 열렸다.

어느 지역을 맡건, 이대로라면 농협경제지주는 경기도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대상의 3분의 1을 책임지게 될 상황이다. 임산부에게 지원할 친환경농산물은 최소 50% 이상 경기도산 농산물로 공급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이므로 농협경제지주가 이를 ‘의무’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는 게 경기도 농민·먹거리단체들의 설명이다.

농협경제지주의 ‘숟가락 얹기’와 관련해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상기, 경기친농연)·경기먹거리연대(상임대표 김덕일)·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의장 길병문)·친환경학교급식경기도운동본부(상임대표 구희현) 등 경기도 농민·먹거리단체들은 22일 오전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농협경제지주의 경기도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 참여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을 경기도 차원에서 계속 이어가려는 점은 환영하면서도, 정작 공급업체로 경기도 내 조직도,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 및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 발전 노력을 기울인 조직도 아닌 농협경제지주가 선정됐다는 사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구희현 친환경학교급식경기도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그동안 문어발식 ‘쩐주’처럼 행동해 온 농협경제지주가 지역 농민을 위해 뭘 했나”라며 “경기도 농민·시민들의 참여하에 만들어온 친환경먹거리 공적조달체계에 중앙 농협조직이 들어와 숟가락 얹는 행위는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나며, 그동안 지역산 친환경농산물 공급 노력을 기울여 온 경기도 농민들의 자존심을 해치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김덕일 경기먹거리연대 상임대표는 “정부가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 예산 157억8,000만원을 전액 삭감할 때, 농협중앙회는 농민의 대표조직으로서 뭘 했나. 그러다가 이제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에) 참여하려는 건가. 지역에서 생길 작은 이익에 연연하는 농협이 어떻게 농민의 대표조직이라 할 수 있겠나”라고 성토했다.

김상기 경기친농연 회장은 “그동안 지역 농민들과 어떠한 연계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던 농협경제지주가 이런 식으로 지역 사업에 참가하는 건 부적절하다. 지역에서 농민들과 친해지고, 지역 농민들과 함께 지역농업을 이야기하고, 농민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농협은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품목별 연합사업조직으로의 개편, 농어민 소득 증대 사업 확대 등 수많은 개혁과제를 안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대체 무슨 명분으로 경기도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에 참여하려는가. 거대 자본과 정보력, 방대한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농협중앙회가 지역에서 어렵게 일궈가는 사업에 숟가락이나 얹는 일이 과연 타당한가”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참가자들은 농협경제지주에 △지역 먹거리사업에 기웃대지 말고 농협 본연의 역할 및 개혁 매진 △경기도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 참여 전면 재검토 △중앙회장 직선제 및 농민소득 증대 위한 조직 개혁 등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으로 경기도는 중앙 거대조직 또는 대기업의 지역먹거리 공급사업 참여 제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참가자들의 입장이다.

농협중앙회는 2017년 2월 경기농림진흥재단(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에 의해 경기도 학교급식 식재료 전처리업체로 선정됐다가 “대형마트가 골목상권 침해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경기도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스스로 사업권을 반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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