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64] ‘농가경영안정대책 추진본부’부터

  • 입력 2023.02.26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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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쌀과 한우를 비롯한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은 떨어지고, 모든 농자재와 에너지 가격은 폭등하는 시절이다. 농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련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농부로서 봄이 왔으니 농사를 시작하긴 해야 하겠는데, 수익성을 생각하면 도저히 먹고 살기가 쉬울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농부는 지난해 농사를 망쳤다고 해서 당장 올해부터 작목이나 작부 체계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고추 농사를 망쳤다고 올해 당장 마늘 농사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 정부는 농업·농촌·농민의 고충에 공감하는 대책을 쏟아 내야 한다. 아울러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중장기 비전이나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농업·농촌의 본질적 가치, 즉 식량안보·식량주권의 당위성과 다원적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농업, 농촌의 삶의 주체인 농민이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행태를 보면 스스로 그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 같다.

한 예를 들어 보면, 농식품부는 지난 1월 26일 ‘K-Food+ 수출확대추진본부’라는 것을 발족시켰다. 농식품부 장관이 직접 본부장을 맡았다. 한국 농식품 K-Food(신선, 가공), 지능형 농장(스마트팜), 농기자재, 종자, 농약, 비료, 동물의약품, 해외농업 기반시설 등 연관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라는 것이다. 농식품 100억달러, 연관산업 50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웬 수출농업이며 농관련 산업 육성을 중점과제로 들고 나왔는지 생뚱맞다. 하도 비상식적인 엉뚱한 일들이 많은 시절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참여 주체들을 보면 더 놀랍다. 생산자인 농민이나 농민단체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정부기관과 농식품 관련 기업들이 전부다. K-Food는 누가 생산하며 농관련 산업의 이용 주체는 누구인가. 주인인 농민은 쏙 빼놓고 객들만 모여 앉아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국내 신선 농산물을 제외한 가공식품이나 농관련 산업의 원자재가 국내산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말하자면 국내 농업이나 농민과는 별 상관 없이 수출만 하면 된다는 조급함이 깔려있는 것 같다.

생산과 이용의 주체인 농민을 고려하지 않는 농식품과 연관산업의 수출이 우리의 농업과 농민, 그리고 농촌 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될까. 지금이 그럴 때인가. 농식품과 관련 산업의 수출산업화가 장기 비전이자 목표가 되는 것이 맞을까. 이런  K-Food 수출확대추진본부가 그렇게도 시급한 것이었을까. 지난 14일 출범한 ‘푸드테크산업발전협의회’도 유사한 맥락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농정 비전과 목표는 단기적으로도 중장기적으로도 농가경영안정이어야 한다. 쓸데없는 데 힘쓰지 말고 정부는 ‘농가경영안정대책추진본부’부터 하루빨리 발족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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