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통한 농산물 직거래, 갈수록 쉽지 않다

인력·차량 부족 등의 이유로 ‘계약 소포’ 취급 감소세

  • 입력 2023.02.26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0일 농민 심오남씨가 포장 후 송장을 붙인 계약 소포 상자를 면 단위 우체국 한 켠에 마련된 장소에 적재하고 있다.
지난 20일 농민 심오남씨가 포장 후 송장을 붙인 계약 소포 상자를 면 단위 우체국 한 켠에 마련된 장소에 적재하고 있다.

 

전남 보성군 조성면 일원에서 키위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심오남(56)씨는 관내 우체국을 통해 거래하던 계약 소포가 중단된 이후 직거래에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다. 계약 소포는 한 달 내 일정 물량 이상을 취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심씨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키위를 전량 직거래로 판매하는데 면 단위 우체국에서 계약 소포를 더이상 거래하지 않게 된 이후부턴 보성읍에 위치한 보성우체국과 계약 소포 거래를 체결해 송장 인쇄부터 집하·적재까지 농가 몫이 됐다고 토로했다.

농가에 따르면 대부분 농산물 직거래는 우체국 계약 소포를 통해 이뤄진다. 농가에서 다른 택배사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우체국 소포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고 우체국 소포의 파손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농가에서도 더 안전한 우체국 계약 소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력 부족과 그에 따른 업무 강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상주 인원이 적은 면 단위 우체국에서는 계약 소포 취급을 점차 제한하는 추세다.

심씨는 “보성(총괄)우체국과 계약 소포를 진행하면서부터 면 단위 우체국이 대행해주던 송장 인쇄부터 소포 집하까지 농가 일이 돼 버렸다. 한동안은 우체국과 계약 소포를 체결한 보성키위영농조합법인에 물건을 가져다 두면 우체국에서 가져갔는데 이것도 다시 조성우체국에 농민이 직접 소포를 가져다 쌓아두면 보성우체국에서 운송해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씨는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면 단위 우체국에서는 본인들이 주가 돼 직접 하는 업무가 아니고 어찌보면 자리만 빌려주는 역할이다 보니 물건 내리러 온 농민들에게 눈치를 주는 경우가 많고, 이런 이유 때문에 적지 않은 농가가 우체국 계약 소포 대신 다른 택배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우체국이 아닌 일반 택배사는 부르면 와서 송장 찍고 가져가기까지 하는데, 농가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우체국 계약 소포를 이용하려고 하는 건 소비자가 선호하기 때문인 게 가장 크다”라며 “사실 유일한 이유기도 한 게 지금 일반 택배사에서도 우체국 계약 소포 단가를 맞춰주는 경우가 많은 데다 우체국 계약 소포는 이용하려면 3~4시 전까지 물건을 갖다 놔야 하는 등 제약도 많다. 정부에선 6차 산업이니 거래 다변화 같은 얘길 하는데 실제 농촌 실정은 직거래도 운용하기 힘든 지경이다”라고 강조했다.

임상철 보성키위영농조합법인 대표 역시 불편함을 호소했다. 임 대표는 “우체국쇼핑몰을 통해 인터넷 판매도 진행하고 계약 소포도 많이 활용한다. 근데 진짜 서운한 게 조합에서 송장 붙이고 파렛트 적재에 랩핑까지 해주겠다는데도 물건을 안 가져간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직접 면 단위 우체국에 물건을 내야 하는데 그마저 싫은 내색을 해버린다”라면서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고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 당연히 이해하지만 우체국이 그래도 공공기관인데 제 역할을 잘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농민들이 공짜로 계약 소포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지금으로선 면 단위 우체국의 존재 이유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역에서 우체국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졌다. 이렇게 할 바엔 아예 계약 소포를 없애버리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면 소재지에 위치한 우체국 수는 전국 1,164국이며 이 중 496국이 최소 1개에서 14개의 계약 소포를 운영 중이다. 총괄우체국을 제외하고 주소지가 면에 위치한 우체국 과반 이상(668국)에서 인력과 차량 부족 등의 이유로 계약 소포를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계약소포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별정우체국을 포함해 6급 이하 전체 우체국이라도 인력이나 차량 등이 구비돼 있다면 총괄우체국의 승인 아래 계약 소포를 취급할 수 있다. 지침상 면 소재지 등의 우체국이 계약 소포를 할 수 없는 건 아니고 그럴 여건이 안 되다 보니 총괄우체국과 계약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농민 분들이 불편함을 호소하신 보성군 조성우체국은 2인 관서로 파악되는 만큼 인원 부족으로 계약 소포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 지역마다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용 고객 입장에서 불편함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지원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