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경제사업, 너무 잘 나가도 골치

‘로컬푸드 1번지’ 완주 용진농협, 강의료 횡령 논란 발생

10년 간 막대한 강사료 강사 개인 수령 … 관리규정 누락

  • 입력 2023.02.26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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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북 완주 용진농협에서 다소 이색적인 횡령 논란이 불거졌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사업의 성공을 등에 업고 기획상무가 지난 10년 간 무려 1,400여회의 강의를 진행했는데, 그 강사료를 상무 개인이 독식한 게 횡령에 해당한다며 조합 이사가 조합장·기획이사 등을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완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로컬푸드 1번지’며 용진농협은 그중에서도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조합이다. 지난 10년 로컬푸드 붐을 타고 용진농협엔 전국 각지 농협·단체들의 선진지견학이 줄을 이었고 이들에게 강의를 제공한 게 전 기획상무 A씨다.

문제는 그 10년 간의 강사료를 A씨 개인이 수령했다는 데 있다. 농협 임직원이 받을 수 있는 강사료 상한은 회당 40만원. 강의 횟수가 1,400회면 회당 10만원씩만 가정해도 1억4,000만원이다. 총액이 얼마인지는 조합 측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A씨 본인이 밝힌 일부 금액만도 5,000만원 이상이다. 용진농협 이사 B씨는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합 측이 얼렁뚱땅 무마하려는 인상을 받았다며 지난 20일 고발장을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논란의 핵심은 A씨의 강의활동이 농협 임직원 행동강령상 ‘외부강의’에 해당하느냐다. 강령에 따르면 외부강의 강사료는 강사의 개인 소득으로 명확히 인정되기 때문이다.

B씨는 A씨의 강의가 경제상무 자격으로 행한 정규 업무라 주장하고 있다. 임직원이 직무시간 외에 외부로 나가 행하는 강의는 외부강의지만, 직무시간 내에 조합을 찾아온 외부인들에게 제공한 강의는 엄연히 업무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반면 용진농협 측은 강사료의 성격 자체가 조합 공금으로 다룰 수 없는 것이라 개인 소득으로 보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조사 과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다만, 설령 A씨의 강의를 외부강의로 인정하더라도 꺼림칙한 부분은 있다. 그동안 용진농협 로컬푸드 사업에 A씨가 기여한 공이 크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조합의 사업과 이름을 등에 업고 개인이 막대한 강사료 수익을 챙긴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규정상의 문제는 아니라도 도의적 관점에서 중대한 문제로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경우 농협 임직원의 강사료 수익은 경로가 어찌됐든 논란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용진농협에서 논란이 불거진 건 그 일반적이지 않은 수익 규모 때문이다. 즉, 전국에서 강의 수요가 몰리는 용진농협의 특수한 상황에 농협중앙회도, 용진농협 스스로도 그동안 적절한 대처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이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유무죄 판별과는 별개로 농협 내부규정 해석 또는 규정 자체의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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