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어려울수록 ‘진인사대천명’

  • 입력 2023.02.19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어떤 것을 이루고 싶다면 우리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후 그 성패는 하늘에 맡긴다는 뜻입니다.

평소에 나름 열심히 건강관리를 한다고 했는데도 어느 날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렸다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쩌면 이런 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하늘이 나에게 이런 병을…’하며 그 절망감과 낙담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침착하시기 바랍니다.

유전자이상 등 선천적인 질환으로 어린 나이에, 혹은 젊은 시절에 이미 몸을 제대로 가누지조차 못하는 희귀질환자가 우리나라에만도 50만명이 넘는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이 희귀질환자들이 불편한 삶의 악조건 속에서도 오늘 이 시간에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음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멀쩡하던 신체가 갑자기 근육이 퇴화하면서 점차 움직일 수 없는 ‘근위축성 축삭경화증’이란 병이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야구선수 루 게릭이란 사람이 앓았던 병이라 해서 소위 ‘루게릭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바로 세계적인 대석학으로 천체물리학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도 젊은 시절 이 루게릭병에 걸려 30대 이후엔 거의 휠체어에 의존해 살았고 나중엔 성대근육조차 움직일 수 없어서 기계의 도움으로 의사를 표현하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만약 루게릭병 대신 암 같은 질병이 주어졌다면 그는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천적 희귀질환으로 고통당하는 환자들의 경우, 그 질환의 종류만도 7,000가지가 넘고, 이러한 병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 수는 무려 3억여명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중 치료약이 개발된 것은 5%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정말 스스로의 노력과 각고의 건강관리로 하루하루를 어렵게 어렵게 버텨가고 있습니다. 이 점을 기억한다면 정상적인 삶을 살던 사람에게 발생하는 암 같은 질병 정도는 이들에겐 어쩌면 충분히 해볼 만한 수월한 병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을 가눌 수조차 없고 또는 치료제조차 없는 희귀병이 아니라면, 비록 몸이 좀 불편하다 해도, 또는 비록 암과 같은 큰 병이라 해도, 아직은 몸을 움직여 운동할 수 있고 아직은 내게 맞는 식사를 하여 소화시킬 수 있는 정도의 건강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얼마든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음을 명심하면서, 올해는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새출발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