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연탄② 연탄구멍은 몇 개였을까

  • 입력 2023.02.19 18:00
  • 기자명 이상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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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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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던 연탄공장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무슨 소리야? 강남 한복판에도 두 군데나 성업(盛業) 중인데. 압구정 연탄공장하고 신사동 연탄공장….”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실제로 압구정동과 신사동엔 그런 이름의 연탄공장이 있다. 나이가 어지간한 사람들에게 연탄공장은 검은 석탄이 산처럼 쌓여있고, 탄가루나 연탄을 운송하는 트럭들이 부단히 드나드는…그런 모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서울 강남에서 성업 중이라는 그 ‘연탄공장’은 식당(포장마차) 이름이다. 돼지갈비를 연탄불에 구워 파는.

물론 2001년도에 내가 찾아갔던 수원역 뒤편의 ‘대성연탄’ 공장도 사라지고 없다. 연탄공장들은 대개 석탄운송이 용이한 기차역 인근의 널찍한 터에 자리하기 마련인데, 연탄의 수요가 거의 사라져버린 대도시에서 그 너른 공장부지를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그냥 놔뒀을 리 없다.

“가정용 연탄의 수요가 80년대 말 이후 불과 13~4년 사이에 95%가 사라져버렸어요. 그나마의 5%도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고 화훼농가나 비닐하우스의 난방용으로 공급되는 현실에서, 서울이나 수원 같은 대도시의 비싼 땅을 차지하고서 공장을 운영할 수 있겠어요?”

2001년 가을에 만났던 수원 대성연탄 공장 김용덕 사장의 얘기다.

이왕 연탄공장에 찾아온 김에 연탄이 만들어져 나오는 과정을 살펴봐야겠다.

강원도의 탄광에서 채굴한 석탄은 적재함에 실려서 화물열차를 통해 운송된다. 한 번에, 대략 53톤 가량의 석탄이 담긴 적재함 스물 대여섯 개 정도가 수원역에 도착해 연탄공장으로 이송된다.

“우선 하역해 놓은 석탄 더미에서 일정량을 포클레인으로 파낸 다음에 거기에 물을 뿌리는 살수(撒水) 과정을 거쳐요. 10% 정도의 수분을 유지해야 연탄을 찍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 다음 호빠(호퍼, hopper)라고 하는 석탄 투입구 쪽까지 불도저로 밀고 가지요. 거기서부터 컨베이어에 올려져서 회전하면서 탄가루가 걸러지고….”

컨베이어에서 걸러진 탄가루는 배압(背壓) 과정을 거친 다음에 연탄 제조기에 투입되어서 연탄으로 찍혀 나오는데…그 공정을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별반 생산적인 언쟁은 아니지만, 나이 든 사람끼리 옛날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 시절 연탄구멍이 몇 개였나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있다.

-열아홉 개였지 아마? 맞어, 국민학교 때 선생님이 연탄구멍이 몇 갠지 알아 오라는 숙제를 낸 적 있는데 어느 날 세 보니까 분명 열아홉 개였어.

-무슨 소리 하고 있어. 스무 개도 더 됐어. 맞다, 스물두 개다.

-아니라니까. 열아홉 개니까 그 뭐냐, 19공탄이라 그랬지.

-난 22공탄이라고 들었네요. 짜장면 내기할래?

연탄구멍은 대체 몇 개였을까? 만일 19공탄도 있고 22공탄도 있었다면 그 구멍의 개수는 연탄의 품질하고도 관련이 있을까? 그 해답을 대성연탄의 김용덕 사장으로부터 들어보자.

“옛날 제가 어렸을 적엔 구멍이 아홉 개만 있는 연탄을 봤어요. 그러다가 점차 구멍의 수가 늘어서 19공탄이 되더니, 수요가 증가해서 탄질이 저하되다 보니까 열아홉 개의 구멍만으로는 안 되겠더란 말이죠. 그래서 22공탄이 된 거죠. 구멍의 개수에 따라서 연탄의 무게도 달라졌어요. 처음에 4.3킬로그램 정도 됐었는데 구멍의 수가 늘면서 4킬로로 줄었다가 다시 3.6킬로로 줄었거든요.”

그러니까 석탄의 질이 좋으면 열아홉 개의 구멍만으로도 잘 탔는데, 점차 질이 나빠지자 연탄을 완전히 연소시키기 위해 구멍 수를 22개로 늘려야만 했으며, 구멍의 수가 늘수록 당연히 중량도 가벼워졌다는 얘기다. 물론 중탄(中炭)이라고 불리던 31공탄도 있었고, 아예 맷돌 크기의 49공탄도 있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이 있거니와, 적어도 연탄구멍은 그 수가 적을수록 품질이 좋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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