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인력 해결 위해 몽골까지

[기고] 방극완 남원시농민회 사무국장

  • 입력 2023.02.19 18:00
  • 수정 2023.03.01 17:59
  • 기자명 방극완 남원시농민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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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국장 몽골 좀 다녀오시죠?”

다른 일 때문에 방문한 농정과에서 당황스런 이야기를 들었다. 남원시는 농민들의 일손 부족 고충을 해결하고자 지난해 처음으로 몽골 우문고비도 달란자가드군과 업무 협약을 맺고 50명의 계절근로자를 입국시켰다. 2023년에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110여명을 농가에서 신청한 상황이다.

지난해 50명의 몽골계절근로자들이 1명의 이탈도 없이 본국으로 돌아가자 농가에서는 입소문을 듣고 더 많은 신청자가 생겼다. 물론 모든 농가가 100% 만족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만족했고 올해 재매칭되길 희망하는 농가도 상당했다. 농민회는 농가들의 얘기를 듣고 부족한 부분을 담당자에게 줄곧 이야기했었다.

“8일 12시 30분까지 시청으로 나오세요.” 낮 12시가 아니라 00시 30분이란다.

지난 8일 오전 8시 몽골로 가는 첫 비행기에 최준호 계장, 전평기 시의회의장, 윤지홍 시의원, 하상모 산내면농민회장과 함께 올랐다. 3시간 후 도착한 징기스칸 국제공항. 계절근로자 모집에 현지에서 애쓰는 조수환 에듀라인 대표가 마중나와 있었다. 우리 일행은 2시간 거리의 세빌리군이라는 작은 도시로 이동했다. 42살의 세빌리군수는 혈기가 넘쳤고 신청자들은 젊었다. 비자에 대한 질문이 많았지만 이 부분은 우리가 해결해 주기 어렵다고 답변하자 실망한 눈치였다.

남원시농민회는 첫날 몽골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한국인 NGO단체에게 100만원 상당의 학용품도 전달했다.

다음날엔 몽골한국대사관에 업무 협조를 부탁했다. 농사철과 맞물려 계절근로자가 늦지 않게 한국에 도착할 수 있도록 요청하자, 도장을 가장 빨리 찍는 대사관이 되겠다고 약속해줬다. 달란자가드군으로 이동을 하면서 몽골사람들의 시력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평선들이 수도 없이 펼쳐져있기 때문이다. 150킬로미터의 속도가 체감되지 않을 정도였다. 꼬박 7시간을 달려 우문고비도에 도착했다. 이곳에선 계절근로자 모집에 도움을 준 바트창길 바야르빌릭 도의원이 함께 해 주었다.

지난 10일 몽골 우문고비도 달란자가드군을 방문한 전북 남원시 대표단과 달란자가드군 관계자들. 농촌 일손문제 해결 등의 목적으로 이뤄진 이번 몽골 방문에 방극완 남원시농민회 사무국장(앞줄 왼쪽)도 함께했다.
지난 10일 몽골 우문고비도 달란자가드군을 방문한 전북 남원시 대표단과 달란자가드군 관계자들. 농촌 일손문제 해결 등의 목적으로 이뤄진 이번 몽골 방문에 방극완 남원시농민회 사무국장(앞줄 왼쪽)도 함께했다. 방극완 남원시농민회 사무국장 제공

셋째날, 달란자가드에 방문했다. 허를러 바트볼드 군수는 “남원시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계절근로자가 확대되고 남원과 더 많은 교류를 원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당에 70여명의 신청자들과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남원에서 일을 했었다는 한 참가자는 “몽골이 너무 못 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걸 꼭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달란자가드군에서 지원을 받아 현재 하우스농사를 짓고 있다는 그의 말을 통해 ‘계절근로자’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이 지역 홍보영상을 보면 35세 이하 인구가 70%라고 한다. 부럽고 놀라운 일이다.

네 번째 날은 아침 일찍 낙타농장을 갔다가 다시 울란바토르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울란바토르에서는 몽골의 마지막 칸의 어의이자 독립운동을 한 ‘대암 이태준장학회’ 국중열 이사장을 만났다. 한국에서 마련한 80만원의 장학금을 이곳에 기증했다.

어느덧 6박7일의 일정 마지막날이다. 계절근로자 선발현황과 4월 입국까지 준비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에듀라인을 방문했다. 함께 운영하는 한국어학원에 생각 외로 수강생이 많았다. 한국대학으로 진학하고 싶은 학생이 많다고 한다. 한국 농가들이 계절근로자들에게 원하는 구체적인 사항을 전했다. 농번기에 바로 작업이 가능하도록 인지능력테스트, 사다리오르내리기, 적녹색약검사 등이 필요하다. 담당 계장과 신청한 농가 목록을 바탕으로 계절근로자 신청자와 매칭을 시작했다. 재배작물과 작업형태를 고려해야 하는 작업이라 신경을 바짝 써야 한다. 신청자들이 적어놓은 메모와 남원에서 신청한 농가와의 매칭작업은 신중했다.

계절근로자 신청도 만만한 것은 아니다. 담보가 필요한데 지난해보다 금액을 낮추고 연령도 낮아지긴 했지만 몽골 평균 임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벽이 높다. 입국 전 한국어 공부도 한 달 한다. 우리도 간단한 몽골어를 배우면 좋을 것 같아 농가에 배포할 소책자를 제작하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무엇보다 남원의 딸기농가들이 11월부터 4월까지 2차 계절근로자 추가 배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전담할 농촌인력팀을 신설해 꾸준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나라와 언어가 다르지만 남원의 농촌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몽골 계절근로자들이 일손부족이라는 가뭄의 단비가 되길 희망한다. 또한 달란자가드의 농업발전에도 남원시가 한몫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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