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한우 소비 촉진’ 강조했지만 … 정부 역할은 어디에?

농식품부, 소비·유통 활성화 중점 ‘수급안정 대책’ 발표
농협 중심 연중 20% 인하 판매 … 목표·예산 등은 빠져

  • 입력 2023.02.12 18:00
  • 수정 2023.02.12 20:2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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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도매가격 하락·생산비 급등으로 인한 한우 농가들의 아우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랜 진통 속에 결정된 정부 한우산업 안정대책이 결국 모습을 드러냈다. 계획 내 큰 비중을 둔 소비 촉진과 유통효율화 부문에서 일부 괄목할 만한 부분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예산 투입 및 실질 역할에 있어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나선 부분은 크게 새롭다할 것이 없어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는 지난 9일 정책브리핑을 통해 농협·생산자단체·전문가 등과 함께 마련한 한우 수급안정 대책을 공개했다. 우선 첫 번째 내용은 생산자들이 강하게 요구했던 대대적 수요 촉진 관련 조치다. 전국 980개 농협 하나로마트가 가칭 ‘2023 살 맛나는 한우 프로젝트’를 개시해 전국 평균대비 20% 낮은 가격으로 연중 한우를 공급한다. 비수기인 2~3월, 6~7월 등에는 추가 할인행사도 벌인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조치가 경쟁사인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의 한우 소매가격 인하도 유도해 소비자가 할인을 체감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우자조금은 대형마트들의 비수기 할인행사 및 단체급식업체의 식재료 한우 대체 등 민간 영역이 정책에 동참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가 최근 소비^유통 활성화에 중점을 둔 한우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일 강원 횡성군 횡성축협 가축경매시장을 찾은 한 농민이 이날 경매에 나온 송아지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최근 소비^유통 활성화에 중점을 둔 한우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일 강원 횡성군 횡성축협 가축경매시장을 찾은 한 농민이 이날 경매에 나온 송아지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그러나 농식품부는 구체적으로 민간 부문을 얼마나 끌어들일 것을 목표로 하는지, 그에 따라 소비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등의 수치화된 목표량은 제시하지 않았으며, 생산자들이 주장해왔던 군납 확대나 저등급육 시장격리 또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농협이나 자조금이 아닌 순수 정부 예산을 얼마나 추가 투입할 지 역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두 번째로 농식품부는 지난해 44톤에 불과했던 한우 수출을 홍콩·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200톤까지 확대하고, 저등급·냉동육의 수출시장도 개척한다고 밝혔다. 목표량은 두수 환산시 약 1,000마리분으로 비록 적은 양이나 필요에 따라 확장할 수 있는 수출선을 유지하는 데 의미를 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세 번째·네 번째로는 농가 경영 안정책과 두수 감축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미 발표했던 내용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우선 올해 금리 1.8%·1조원 규모로 지원되는 사료구매자금은 추가 조성 없이 한·육우 농가 배정비율만을 50%에서 60%로 조정한다. 배합사료 업계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한편 논 하계조사료 생산규모를 7,000ha까지 확보한다는 계획 역시 그대로다. 다만 수입 조사료의 할당 관세 물량을 40만톤 더 늘리고, 경영이 악화된 농가에 금리 1%의 농업경영회생자금을 간소화된 절차로 지원한다.

암소 감축은 2024년까지 14만두를 목표로 했다. 2021년부터 농가 신청을 받고 있던 기존의 목표감축량 9만두에 100두 이상 대형농가의 자율감축 목표 5만두를 추가했다. 덧붙여 수급과잉이 예상될 경우 씨수소 정액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일종의 ‘신호’를 주는 체계를 도입한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 계획은 그간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유통 부문의 효율화다. 농식품부는 “한우 소매가격은 유통비용으로 인해 도매가격 하락폭 만큼 내려가기 어려운 구조이며 소매점에서 판매가격을 자체 결정하는 만큼 정부의 직접개입은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농협의 가격 선도 역할을 강화해 경쟁을 유도하고, 유통비용을 최대한 낮추려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론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가 도매가격 변화폭을 주 단위로 반영해 권장 판매가격을 결정·제시하고, 할인행사가 없는 경우에도 전국 평균 가격 대비 20% 낮은 가격에 한우를 판매하도록 했다. 이 가운데 직매 비율을 확대해 비용을 맞추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축산물품질평가원·전국한우협회·소비자단체 등이 소매가격을 주기적으로 조사·공개해 소매점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게끔 한다. 축산물 온라인 경매는 3개소에서 6개소로 확대하고 올해 상반기 내 부분육 경매도 시범 도입해 운송비와 가공비를 절감하도록 할 계획이다.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축산물 납품가격 신고제도 추진한다. 계열화사업자, 도매업자, 가공업체 등에 대해 가축 또는 부분육을 납품받는 가격과 포장육을 납품하는 가격 등을 보고하게 하고, 평균적인 납품가격을 공개해 소매단계의 유통비용 절감 노력을 유도한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축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 절차도 현재 입법예고 완료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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