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교육·지원사업 불용예산 ‘수익’ 취급, 문제 없나

불용예산 당기순이익에 산입해 출자배당 활용·성과급 지급

  • 입력 2023.02.12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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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교육·지원사업 불용예산을 ‘수익’으로 남기는 일부 지역농협의 결산 방식에 문제가 제기됐다. 회계상으론 문제될 게 없지만, 일종의 눈속임으로서 조합의 과실을 숨기고 조합원들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전남 고흥 팔영농협(조합장 이재후)은 2022년도 회계결산에서 약 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조합원 출자배당·이용고배당에 4억원을 사용했다. 문제는 6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3억8,000만원가량이 2022년도 교육·지원사업 불용예산이라는 것이다.

농협 교육·지원사업은 조합원 생산증진·공동출하·생활개선을 위한 교육·지원, 신품종 개발·보급 등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환원사업의 일종이다. 경제사업·신용사업과 함께 농협의 3대 사업에 속할 만큼 중요도가 높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이 예산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는 조합들이 늘기 시작했는데, 그 불용 예산이 회계 결산에서 수익으로 잡히면서 문제는 시작된다.

팔영농협 사례를 살펴보자. 조합원에게 써야 할 교육·지원사업비가 결국 배당의 형태로 조합원에게 돌아갔으니 얼핏 보면 문제될 게 없어 보이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교육·지원사업 예산은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 코로나19 등 외부요인과 상관없이 소진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소진이 가능하다. 팔영농협이 성실하게 용처를 고민해 예산을 소진했다면 출자배당·이용고배당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고 조합원들의 질책을 받았을 수도 있다. 즉, 교육·지원사업비를 남겨 수익으로 잡음으로써 조합이 실적부진이라는 약점을 은폐하는 효과를 낸 것이다.

팔영농협의 2021년도 회계결산에선 폐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당시에도 교육·지원사업 불용예산이 당기순이익에 포함됐는데, 이로 인해 조합 내 임직원 상여금 지급 기준을 충족해 총 2억원 가량의 상여금이 지급된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으로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 있는 일이다.

사업 불용예산을 수익으로 잡는 일이 법이나 제도에 저촉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팔영농협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의도치 않은 부정적 효과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조합 지도부가 비양심적이라면 이것을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송정인 고흥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적어도 도의적인 문제는 분명 있는 일이다. 걱정스러운 건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앞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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