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민의 안녕과 풍년 기원’ 달집, 하늘로 불타오르다

  • 입력 2023.02.10 13:3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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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남 하동군 적량면 관리 들녘에서 열린 적량면농민회 주최 정월대보름 풍년기원제에서 올 한 해 모든 액운을 불사르듯 달집이 하늘 위로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다.
지난 5일 경남 하동군 적량면 관리 들녘에서 열린 적량면농민회 주최 정월대보름 풍년기원제에서 올 한 해 모든 액운을 불사르듯 달집이 하늘 위로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다.
농악대가 ‘농자천하지대본’이 적힌 농기를 앞세우고 길놀이를 하는 가운데 이들 모습 뒤로 석양이 지고 있다.
농악대가 ‘농자천하지대본’이 적힌 농기를 앞세우고 길놀이를 하는 가운데 이들 모습 뒤로 석양이 지고 있다.
농악대가 달집을 돌며 길놀이를 하고 있다.
농악대가 달집을 돌며 길놀이를 하고 있다.
올해 면민의 안녕과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고 있다.
올해 면민의 안녕과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고 있다.
달집에 두른 새끼줄마다 주민들이 각양각색의 소원지를 매달고 있다.
달집에 두른 새끼줄마다 주민들이 각양각색의 소원지를 매달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꽹과리, 장구, 징 소리가 신나게 어우러지며 농악대의 흥겨운 풍물놀이가 시작되자 고요하기만 했던 텅 빈 들녘 위에 높다랗게 세운 달집 주위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들녘 곳곳을 누비며 길놀이하는 농악대의 구성진 가락과 함께 ‘농자천하지대본’이 새겨진 농기가 석양을 받으며 바람에 펄럭이자 올 한 해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농민들과 면민들은 달집에 제각각 소원지를 엮고는 두 손을 모으고 예를 갖춘다.

‘풍년을 기원합니다’ ‘손자 손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되게 해주세요’ ‘소원성취’ ‘온 세상에 평화가 가득하길’ ‘우리 가정 화목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올 한 해 좋은 일만 있게 해주세요’ 등등 각양각색의 바람들이 달집에 두른 새끼줄마다 가득 매달려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하게 미소 짓게 한다.

정월대보름이었던 지난 5일 적량면농민회(경남 하동) 주최로 면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 풍년기원제(달집태우기)가 면소재지 인근 너른 뜰에서 진행됐다. 2019년에 열린 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간 진행하지 못하다가 4년 만에 재개된 달집태우기는 올해로 18번째다.

실로 오랜만에 재개된 터라 달집태우기를 준비하는 이도 바라보는 이도 설레긴 마찬가지였다. 공문조 적량면농민회 사무장은 “청년회와 함께 2주 동안 열심히 준비했다”며 “정월대보름 달집을 태우며 모든 면민들이 액운은 멀리하고 소원성취를 이루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새끼줄에 소원지를 매달던 한 가족도 “아이들과 함께 달집도 태우고 보름달도 보며 소원을 빌러 나왔다”며 “올 한 해 온 가족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윽고 사위가 어두워졌다. 농민회와 청년회가 공들여 만든 달집은 곳곳에 횃불을 놓자마자 올 한 해 액운을 모두 불사를 기세로 순식간에 타올랐고 그 열기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뜨거웠다. 면민들은 굉장한 소리와 함께 하늘 위로 붉게 타오르는 달집을 구경하느라 또 이 장관을 휴대폰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고 곳곳에선 탄성이 이어졌다. 달집을 모두 태우고 사그라드는 불을 뒤로 한 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길,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면민들 머리 위로 솟아올랐다. 어둠 속에서도 길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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