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빚더미, 농협은 돈잔치, 중앙회장은 연임 헛꿈”

농민의길, 농협중앙회 규탄 회견

전국 곳곳서 농가 수익환원 촉구

제주선 지역본부 면담 회피 논란

  • 입력 2023.01.22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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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양옥희)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협을 매섭게 꾸짖었다. 농협의 정체성에 걸맞게 자신의 잇속보다 농민들의 고통을 분담하는 데 마음을 쓰라는 일갈이다.

농민의길이 지난해 3분기 통계청 조사를 분석한 결과, 농산물 가격을 나타내는 농가판매가격지수는 전년대비 1% 상승한 데 반해 농업투입재가격지수는 28.3% 상승했다. 계산상 농가 경영조건이 21.2%나 악화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농가경제와 농민의 삶에 기여해야 할 농협은 수수료 인하 등 이렇다 할 농가 지원책을 내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경제·신용사업을 불문하고 막대한 수익을 창고에 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최근 논란이 된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추진’과 ‘중앙회 임직원 400% 성과급’은 농협에 대한 농민들의 적개심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가져왔다.

양옥희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생산비 폭등과 농산물 수입 등으로 농협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농민의 머슴인 농협중앙회장은 수수방관을 넘어 연임제에 혈안이 됐고 농협 직원들은 연봉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챙기고 있다. 주객이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며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다. 농협은 ‘농협법 제1조’에 맞게 협동조합다운 조직으로 거듭나고 농민을 위해 뭘 할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열린 ‘고금리 고물가에 고통받는 농민 외면하는 농협중앙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농민들의 악화된 경영조건은 외면한 채 중앙회장 연임과 성과급 ‘돈잔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농협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6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열린 ‘고금리 고물가에 고통받는 농민 외면하는 농협중앙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농민들의 악화된 경영조건은 외면한 채 중앙회장 연임과 성과급 ‘돈잔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농협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김명기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농협중앙회는 농민을 위해 뭔가를 하자고 모인 집단인데, 역대 최대폭의 쌀 폭락에도 농협중앙회장은 자기 이익을 위해 농촌을 팔아먹고 있다”며 “좋은 밥 먹고 밥값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농민의 고통을 무시하는 농협중앙회장, 양곡관리법 개정에 반대하는 농식품부 장관, 이런 몹쓸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농협중앙회가 말로는 100년을 내다보고 말로는 농민과 함께하겠다면서 농민들을 등쳐먹어 금융지주는 7조원 이상, 경제지주도 역대 최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60년 넘도록 농민들을 착취하는 농협중앙회는 이제 해체해야 하고, 국회의원을 뒤에 세워 연임을 하겠다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농민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농가부채(상호부금·일반대출) 이자 인상분 전액 지원 △대출금리 3% 인하 및 농업정책자금 거치기간·대출만기 연장 △영농자재 계통구매 수수료 수익 전액 환원 및 정률수수료 4%로 인하 △농가당 긴급지원금 200만원 지원 △농가긴급안정자금·농업경영회생자금 확충 등 농협 수익 환원안을 제안·요구했다.

‘농협 수익환원 촉구 및 중앙회장 연임제 규탄’ 기자회견은 이날 농민의길 중앙조직을 필두로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농민의길 각 지역조직을 중심으로 한 전국 각지의 농민단체들은 지난 16~17일 이틀에 걸쳐 농협중앙회 전국 도지역본부 앞에서 차례로 규탄 회견을 열고 한목소리로 농협과 이성희 회장의 ‘본분 망각’ 행태를 지적했다.

제주에선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의 ‘면담 회피’ 행태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17일 지역본부 앞 기자회견 직후 새로 부임한 윤재춘 지역본부장에게 요구안을 전달하려 했지만 윤 본부장은 ‘급한 업무’로 자리를 비웠고, ‘급한 업무’란 상가집 조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농 제주도연맹은 즉각 성명을 발표, “분명히 농민들이 자신을 만나러 올 것을 알면서 일부러 피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농민들이 농업 현안과 농협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고자 찾아갔는데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상가집 조문을 가는 것이었다. 농협중앙회가 얼마나 농민을 무시해왔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윤 본부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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