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작은학교 통폐합, 지역소멸 앞당기는 정책

  • 입력 2023.01.22 18:00
  • 기자명 박진숙(전남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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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숙(전남 곡성)
박진숙(전남 곡성)

야마시타 유스케의 <지방회생>이라는 책에서는 “소멸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은 대규모 집단 인간은 바람직하고 살아갈 가치가 있지만 소규모 집단은 부적절하고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것이니 이제 대규모에 비용을 쓰자는 논리”라고 지적한다. 적확한 표현이다.

보수정부가 들어서며 교육정책은 급속도로 역행하기 시작했고, 농촌 지역에서도 전직 지자체장과 교육감들의 업적을 지우며 효율성 학습권을 앞세워 통폐합을 추진하려 한다.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 공론화 위원회를 두고 서서히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결국엔 면 단위 작은학교의 권역별 통폐합 이야기인 것이다.

‘시골 농촌의 학령인구 감소·유출로 인한 폐교 위기는 비껴갈 수 없는 기정사실이므로, 교육청에 의한 강제적 물리적 통폐합을 당하지 말고 지역청 중심의 권역별 추진위원회를 두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주체적으로 대체하자’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의견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몇 개 학교를 통폐합하고 그 인센티브로 받은 예산을 투입하여 멋진 학교를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자고 제안한다.

사실 학교 통폐합은 교육부에서 주는 인센티브가 큰 동기가 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본교 한 곳을 폐지하면 최대 60억원(중·고교 110억원)을 주고 분교를 폐지하면 최대 40억원을 교육부에서 교육청에 내려준다. 이는 지역사회 발전론자들이나 지역의 유지들을 앞세우기에 매력적인 제안이다.

그러나 결국은 다같이 죽느니 한 곳이라도 살려보자는 것인데, 학령인구 감소의 논리로 보면 이렇게 권역으로 군으로 집중된 학교는 얼마 안 가 또 소멸의 위기에 봉착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게 본다면 군은 작은 소도시로 통폐합되고 또 큰 도시로 서서히 흡수되어 모두가 죽는 결과를 낳는다.

소멸을 진짜 걱정한다면 통폐합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서 지역 인프라를 갖추고 공동체의 움직임을 중시하여 모자란 것을 채워주고 자생성 있는 자원들을 키워주는 마을공동체 지원에 대한 철학과 감수성을 더 키워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공공생활 인프라를 갖추게끔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공공의 영역에서 이동권, 시장, 학교, 목욕탕, 도서관, 어린이집 등 정주하기 위한 공공서비스를 마련하여 농촌마을이 살만한 마을이 되어야 한다.

정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어 활기가 생겨야 생태 귀농·귀촌도 이어지게 되어 도시의 과밀화에도 지역의 소멸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다.

코로나 시대를 겪어오며 우리는 방역과 학습결손, 돌봄의 공백에 대한 대안으로 작은학교를 얘기했다. 경쟁교육·입시교육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한국의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삶을 위한 교육’으로 마을교육공동체를 논할 때도 지역사회에 기반한 작은학교를 대안으로 삼아왔다. 그리고 지역소멸에 대응할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위해서도 면 단위 작은학교는 필수라고 지금 이 시간에도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고 지자체장·교육감이 바뀌더라도 맞는 것은 지켜야 한다. 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작은학교 통폐합, 관광자원이나 산업단지, 스마트농업이 아니다. 지역은 더 많은 자치와 민주주의를 기반한 공론장이 펼쳐져야 하고, 이를 토대로 농촌 지역민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공공재의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작은학교는 지역공동체의 중요한 공공재이니 작은학교를 지원하는 데 교육력과 행정력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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