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농협이, 손해는 농민이 봐야 하나

  • 입력 2023.01.2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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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결산을 하고 새해를 맞이한 농민들은 그저 허탈하다고 말한다. 이미 예견된 농가경제의 위기상황은 아무리 아우성쳤어도 공허한 메아리였다. 300명 국회의원 중 어느 한 명도, 농림축산식품부의 수많은 공무원 중 어느 한 명도, 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누구도 농민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인 이가 없었다.

2022년 3/4분기 통계청 조사 결과 농가의 경영조건이 전년대비 21.2%가 악화됐다고 한다. 농가 판매가격지수는 1%로 상승했고, 농업 투입재가격지수는 28.3% 상승하는 등 경영조건이 악화됐다는 수치가 발표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 18일 열린 ‘농업전망 2023’에서는 전년대비 농가소득이 2.2% 증가하고 농업소득은 10.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업총수입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자재구입비 지원 등으로 농업경영비가 감소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농업소득은 올해 1,223만원으로 전망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식량자급률 제고에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3.6%를 높이고 2027년까지 10%가량 올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55.5%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문제는 2022년 농정의 결과와 2023년의 농정 계획 간에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정황근 장관이 한 공언은 농민들의 안타까움을 달래려는 심산인지 실현 가능한 발표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농업총수입이 감소하는 데도 농업소득이 10.7%나 올라간다는 것인가. 결국 농민 수가 급감해야 구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닌지, 씁쓸할 따름이다.

농업 부분의 생산비 상승은 올해도 예견돼 있다. 물가안정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농축산물을 수입해 시장에 공급하면서 이런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은 그야말로 농민 기만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들도 고물가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농민들은 수십년 농사를 지어오면서 농업기술을 축적했기 때문에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다. 수량, 품위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최고 전문가다. 단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적자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갇혀 있다. 농산물 판매 가격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기에 이런 답답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생산비가 올라가면 출하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그걸 결정할 수 없어 경영이 악화된다.

반면에 농협은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다. 물가상승으로 자재비가 올라가면 올라가는 자재비에 맞춰 출고가를 인상하고 정률제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농협이 역대 최대 흑자를 낸 이유이기도 하다. 이자율 또한 기준금리와 변동금리가 올라가서 이자장사를 통해 수조원을 벌었다. 천문학적으로 얻은 수익은 농협 직원들에겐 특별 성과금을 받는 근거가 됐다. 소수인 직원들은 이익을 나누고 다수인 농민조합원은 손실만을 공유했으니 기가 막히다. 기본성과금 400%, 여기에 변동성과금 300%가 붙고, 농협이 흑자경영을 하면 특별성과금 400%까지 듬뿍 얹어 가져간다니 농민조합원 입장에선 형평성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2022년 초부터 이 지표는 예견됐다. 농협이 거둔 수익들을 농가경제 파탄지경에 이른 농민조합원들과 나눠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가 빗발쳤으나 농협중앙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농민조합원이 농협에게 제안한 농가부채 해결 방안을 지금이라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계통구매 수수료를 4%로 인하하며, 농업경영회생자금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농민들의 절규가 전국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농협은 농민들의 요구에 화답하고 농식품부 장관의 농업소득 10% 상승계획을 국가책임 농정의 출발점 삼아 정부에 함께 요구하자. 농업의 위기가 대안을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농협과 농민이 식량자급률을 점차 높이고 공공수급을 늘리며 농업정책의 결정권을 갖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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