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보장, ‘먹거리 기본권’은 시대적 과제

  • 입력 2023.01.22 18:00
  • 기자명 김오열 충남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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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열 충남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
김오열 충남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

 

각 지자체 먹거리보장기본조례에 따르면 먹거리 기본권은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안전하고 영양이 풍부한 먹거리를 연령, 성별, 물리적·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른 차별 없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와 제34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제37조 제1항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는 헌법적 근거를 가지며, 지난 대선 시기 먹거리 위기·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 대전환의 시대적 과제로 회자됐다.

이제 친환경 무상급식을 넘어 임산부에서부터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 장애인, 이주민 등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적합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급식이 제일 맛있어요’라는 학생들의 표현이 농민의 자부심이 되고, 돌봄 아동·노인들은 자신들의 건강상태에 맞게 먹거리를 접해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각종 수입 농식품의 지속적 증가로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고, 출처 불분명한 원료사용이 늘어나 먹거리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 1위 GMO 수입국가로 전락했으며, 안전과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값싼 식재료를 사용하는 가공식품의 시장유통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다국적 식품기업의 제품들이 우리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식품시장의 대량판매를 위한 생산의 단작화 강화로 비료·농약 등의 사용이 증가해 환경부담이 높아졌으며, 대도시 중심의 유통·물류 확대로 탄소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농식품 체계의 현실은 먹거리 취약계층(독거노인·결식아동 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먹거리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먹거리 위기의 원인은 대규모 자본에 의한 이윤 중심의 먹거리 시스템에 있다. 지속가능성이 사라진 먹거리 시스템은 우리 사회 최소한의 먹거리기본권을 고려하지 않는다.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의 먹거리가 건강하고 안전한가를 따지기보다 값싼 가격에 충분한 양을 제공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먹거리 기본권’ 시대에는 오늘날 사람이 보이지 않는 이윤중심의 먹거리 시스템에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식량주권의 관점에서 우리 먹거리를 바라보고 식량자급률의 획기적 확대와 생산자, 소비자가 농업·농촌의 사회적 공익가치를 공감하며, 사회적·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먹거리의 생산·소비 등의 체계를 체득하고 실천하는 먹거리 시민이 확대될 때 가능하다.

‘먹거리 기본권’ 시대의 현실은 지역사회 먹거리 돌봄체계가 강화될 때 피부에 와닿는다. 경로당 식사제공, 취약계층 도시락 및 반찬 제공, 지역아동센터 등 방과 후 아동 돌봄시설의 먹거리제공 등이 다양하게 실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통합적인 먹거리 전달체계 구축은 부족하다. 수요자 맞춤형 지역사회 먹거리 돌봄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먹거리 돌봄 사례 관리 차원에서 대상자를 선별해 각 부처들이 연계하고 영양상태 및 생활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확한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행정기관, 복지기관, 농업 관련 단체, 사회적 경제 단체 등 다양한 민관의 협력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운영돼야 한다.

‘먹거리 기본권’ 실현은 지역사회의 촘촘한 공적조달체계 구축으로부터 시작되기에 국가 단위 먹거리의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고 건강한 먹거리의 지역순환을 강화하는 지속가능한 농식품체계 구축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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