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소’ 생산 전진기지 전남, “한우산업 위기극복” 목소리 높여 

박형대 전남도의원·한우협회 광전지회·전농 광전연맹, 정책토론회 개최

  • 입력 2023.01.18 17:38
  • 수정 2023.01.23 08:3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전라남도는 사육두수·50두 미만 사육농가 비율 모두 경상북도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밑소 생산기지’다. 번식우 농가가 많은 이 지역들은 이번 소값 파동의 충격이 한층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위기가 나날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전라남도의회의 박형대 의원은 지역 농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를 불러모아 다각도로 대책을 논의했다. 지난 16일 전남 무안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열린 ‘한우산업의 위기극복과 발전방향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본다.

 

지난 16일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열린 '한우산업의 위기극복과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주최자인 박형대 전남도의원이 토론회를 매듭짓는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열린 '한우산업의 위기극복과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주최자인 박형대 전라남도의원이 토론회를 매듭짓는 발언을 하고 있다.

“새로운 한우정책, 전남도에서부터 시작해보자” - 황명철 한우정책연구소 부소장 

2010년대 초 소값 파동 이후 지난 2015년까지 한우 농가가 7만7,000호 정도가 줄어 최종적으로 8만9,000여호가 됐고, 이때 형성된 구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 이번 충격으로 50두 미만 농가 생존률은 70%, 50~100두는 90% 정도 유지된다고 봤을 때 한우 농가 수는 6만호 대까지 떨어질 염려가 있다. 전남은 특히 규모가 작은 농가들이 중심인데 이번 시기에 대책을 잘 세우지 않으면 이런 추정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가장 급한 것은 발등의 불 끄기다. 우선 도매가격의 하락이 소매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시장격리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송아지 가격 하락에 대해서 긴급 재원을 통한 대책이 필요하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 사료구매자금은 규모를 확대하고 무이자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한우산업에는 방파제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일이 생길 때마다 응급 대처만 하고 있는데 시장으로부터의 방파제, 사료값 상승으로부터의 방파제가 필요하다. 한우는 농가의 가격결정권이 없고 생산기간도 장기간이기 때문에 이런 큰 파도는 계속 올 수밖에 없다. 송아지생산안정제, 비육경영안정제, 사료안정기금 등은 늘 이야기됐던 대안이고 일본에서는 이미 이런 참고할만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일본은 이런 제도들을 처음부터 중앙정부에서 만들지 않았다. 대부분 지역 단위에서, 소를 많이 키우는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만들어 성공사례가 되고, 이것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식으로 제도가 발전했다. 지역의 첫발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전남도에서도 조그만 것 하나라도 먼저 만들어서 확산시켜보자는 생각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제는 정말로 번식우 농가에 투자할 때” - 김용선 전국한우협회 나주시지부장

한우산업이 엄청난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데, 10월에 파종해 5월말까지 우리가 길러내는 조사료는 나주만 해도 약 4,000ha 이상으로 약 10만롤에 가깝다. 여기에서 얻어지는 산소는 얼마나 많겠는가. 관련해 제일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 자조금 광고다. 4,5월에 엄청나게 자라는 풀들이 산소를 배출하고 있는 모습을 TV 광고로 전 국민에 알리면 인식 개선에 좋은 효과를 낼 텐데 참 아쉽다.

우리가 소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실천하는 도중에 갑자기 무관세라는 폭탄을 맞았다. 현장에선 ‘50만두를 줄여야 한다’, 그러고 있는데 지난해 총 160만 마리분의 수입 소고기가 들어왔다. 이렇게 들어오면 손을 쓸 방법이 없다. 방패막이가 돼야 할 국가는, 경기침체로 국민들이 한우를 소비할 여건이 안되는 상황에서 우리를 물가 주범으로 삼아 눌러버렸다. 

한우산업은 최근 7~8년 시설 현대화에 집중하면서 사육두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청년 후계농들이 부모에게 돌아오고 있었고, 30~40두 정도 한우를 키우던 부모들은 늘어난 인력만큼 100두 가까이 사육두수를 늘리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청년들이 들어올 수 있는 그런 일자리를 만들어주지는 못할망정 부숴버린 셈이다. 

올라간 사료값도 지금 안 떨어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 환율은 200원 이상 떨어졌고 국제 곡물가도 모두 떨어졌지만 수입과 물류를 담당하는 회사들을 어쩔 방법이 없다. 이런 현상을 보며 앞으로 제일 두려운 것은 기업의 한우산업 진출이다. 사료 수입부터 정육, 가공시설까지 가지고 갈 기업 사육을 우린 대적할 방법이 없다. 

이제는 정말로 50~60두의 소규모 번식우 농가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우리 전남 지방은 번식을 해서 전국에 송아지를 판매하는 전진기지다. 전진기지가 무너지면 우리나라 전체의 한우산업은 그대로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대로면 한우산업은 기업농 차지” - 김일순 구례군농민회 구례읍지회장

지금 우시장에 나가보면 아마 다들 깜짝 놀랄 거다. 송아지 운반비가 소값의 10%까지 차지하는 상황이다. 못 팔고 오면 20%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정부가 방관하고 지자체가 쳐다만 보고 있는데, 앞선 김 지부장의 말대로 대기업의 진출을 용인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조사료는 30% 이상 올랐고, 군납과 학교급식은 다 끊어졌다.

이렇게 도산한 농가들의 빈자리는 누가 들어갈 것인가. 1,000두 이상 사육농가는 이 상황에도 전혀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생각해보면 결국 그 사람들이 그 자리에 들어가 앉을 것이다. 50두 이상 농가가 살아남으려면 대농들부터 300두 미만으로 개체 수가 조정돼야 하는데, 이대로면 이 개체 수 조정은 절대 이뤄질 수 없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부를 더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지금도 비어있는 축사를 사료업체에서 임대해달란 요구를 받고 해주는 농가들이 꽤 있다. 

현 정책 중에 암소 도태 사업이 있다. 겨우 20만원 찔금, 찔금 지원하고 있는데 이걸 한 100만원씩 현실적으로 줘서 미경산우를 과감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350만두가 아니라 400만두까지 계속 늘어날 것이다.
185만원 이하로 송아지 가격이 떨어졌을 때 지원하는 보험제도가 있기는 하다. 문제는 송아지 개월령 기준이 5~6개월이다. 지금 우리 우시장에 나가는 송아지들은 주로 3개월 정도 더 먹인 8~10개월령이다. 그러면 보상 기준도 최소 230만원 정도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전남만의 산업 지원 계속될 것” - 박도환 전라남도 축산정책과장

정부에서 한우가격 안정대책을 2월 중 발표하기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송아지생산안정제를 포함해 도 차원에서 할 수 없는 부분들은 전체적으로 중앙정부에 건의해 놓은 상태고 또 여러 차례 중앙을 방문해 실무협의를 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은 도 차원에서 어떻게든 완충 방안을 찾고, 50두 미만 농가들에 대한 지원책이 무엇이 있을까 추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 아무래도 명절 이후 가격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소비 촉진 방안을 마련 중이다.

우리 농가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정부 정책은 현재까지 거의 없다. 특히 사료값이 2021년 이후 총 5차례 인상됐는데 실질적 대책이 없었다. 전라남도가 배정받은 사료구매자금이 2,733억원이었는데, 농가 교육을 다닐 때마다 사정하다시피 대출을 받으라 얘기했고 약 2,500억원이 실행됐다.

거기에 우리 전남은 1%의 이자를 지원하기 위해 도 차원에서 24억원의 추가 예산을 세워 지난해 대출받은 사람들은 전부 무이자로 지원했다. 올해도 1.8%를 최소한 1%로 낮춰주고자 검토 중인데 전라남도만 나설 것이 아니라 농가들도 같이 대응해야 한다. 만약 정부에서 1%로 낮춰준다는 결정을 한다면 전남도는 여기에 더해 내년 상환도 무이자 지원을 검토 중이다. 

송아지생산안정제도 그렇고 현실에 안 맞는 제도에 대해서는 대정부 건의를 계속 하고 있다. 과거에는 하계 조사료도 타작물 사업이라고 해서 예산이 별도로 서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서 하계 조사료를 생산해도 사일리지 제조비 지원이 없어 수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부분은 예산을 세워야만 조사료 생산 경영체들이 축산농가의 사료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전남에서 많은 면적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해결을 위해 농식품부에 대응하고 있고 추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 하계 사료작물 수요조사가 진행될 텐데, 면적이 늘어날수록 경종농가와 축산농가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기에 협조를 부탁드린다. 

 

박형대 전라남도의원과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지난 16일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한우산업 위기극복과 발전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박형대 전라남도의원과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지난 16일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한우산업 위기극복과 발전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한우개량 자율성·호당 사육두수 제한·수입육 탄소국경세 ... 쏟아진 의견들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날 청중으로 참여한 전남 각지 한우농가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문홍기 전 장흥축협 조합장은 “일본이 전 세계 시장이 석권하면서 수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미세 마블링이다. 우리는 한우개량사업소 한 곳에서 만든 종우의 정액을 ‘당첨’돼야 농가가 개량을 할 수 있는 세계 유일무이한 체계를 가진다”라며 “전라남도에서 하고 있는 암소 검증사업은 정말 잘하고 좋은 사업이지만 일본을 따라잡기에는 미흡하다. 계획교배로 가려면 법이 바뀌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을 통해 한우개량보호법이 상정됐지만 결국 실패했다. 현재 여당이 다시 추진한다고 하니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이뤄지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평에서 온 한 농가는 “소비자값이 내리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많은데, 농협중앙회가 됐든 지역축협이 됐든 혹은 대기업이 됐든 각 도축장에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도매·소매·가정집까지 배달·판매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이 필요하다”라며 “예산·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이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유통구조의 개선, 탄력적인 공급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다”라고 제안했다. 또 “축사시설 현대화는 여러 요구를 맞추기 위해 분명 필요하다. 다만 깨끗한 축산 농장, 질병 없는 녹색 축산, 친환경 인증을 잘하는 농가 위주로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재우(영암)씨는 “소비 진작에 있어서는 ‘이 정도 가격이니 당신들이 이 정도 가격에 먹어도 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라며 “소비자의 저항에 의해 산지-소비지 가격연동성이 이뤄질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제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자급률을 50%까지 내고도 농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생산비를 지육 1kg당 1만5,000원을 만들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라며 “참고로 저 같은 경우 2022년도 생산원가가 1만5,210원이었고 사실 지금 죽을 만큼 어렵지는 않다. 저 말고도 우리 농가들 가운데 누군가는 그렇게 하는 분들이 계실 테니, 이것을 수집해 정책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김장주(나주)씨는 대형농가들이 사육두수를 지나치게 많이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 상한선을 둬야 한다며 “낙농이 쿼터제를 둬서 자생력을 갖고 갔던 것처럼 500두면 500두, 300두면 300두 어느 정도 선을 둬야 암소 번식을 회복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전남도에서 내준(사료구매자금 1% 이자 지원 예산총액) 24억원, 제가 계산해보니 80세 이상 노인에게 10만원씩 나눠주면 2만4,000명이나 된다. 명절에 노인들 오래 사시라고 정책적으로 소 한 번 풀어달라”라는 의견을 냈다. 김씨는 덧붙여 한우 농가가 다른 축종에 비해 훨씬 수가 많은 데도 예산이 공정하게 배분되는지 의문이라며, 전남도 측에 축종별로 지원했던 축산 예산을 한번 분석해서 내놔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관리위원장도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민 위원장은 "우리 예산이 1년 380억원인데 이 돈 다 쓰겠다, 한우산업 50두 미만 농가의 최저가격을 보장하는데 모든 예산을 '올인'하겠다고 농식품부에 얘기했다"라며 "1년에 약 300억원 정도면 충분히 자조금을 통해 격리를 시키든지 수매를 해서 수입육 시장의 한우고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삼성웰스토리와도 관련 계약을 진행했고, 자급률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누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며 농협과 한우협회에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형대 전남도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탄소중립에 있어 가장 선두에 서고 있는 분들이 바로 한우 농가라고 생각한다. 당장 축사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많지만, 5월 무렵 소를 먹이기 위해 펼쳐진 그 넓은 초지는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는 마치 허파의 기능을 하는데도 무시당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뉴질랜드·호주에서 들어오는 소고기는 엄청난 매연을 발생하는 배에다 싣고 들어오니 한우 생산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측면에서도 매우 도움이 된다”라며 “우리도 EU처럼 외국에서 들어온 소고기에 대해서는 탄소국경세를 매길 당당한 자격이 있고, 이런 제도를 활용한다면 한우를 지키기 위한 국제적 명분도 더 높여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의원과 오미화 전남도의원,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토론회에 앞서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단기적으로는 정부 비축·시장격리, 장기적으로는 사료안정기금조성·송아지가격안정제 개선과 같은 제도 개선 등 소값 폭락에 대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들은 “한우 두수는 계속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경기침체로 구매량은 감소하고 무관세 수입 소고기가 밀려 들어와 시장에 풀리면서 국민 식탁의 2/3를 수입이 차지하게 된 상황이니 가격 폭락은 예정된 일이었다”라며 “한우 농가들은 자율적 암소 감축 및 자구 노력을 계속하며 지속적으로 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