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위한 정책 하나 없는 총체적 난국” ... 농민단체들, 농식품부 규탄

전농 등 7개 단체, '농업전망 2023' 개최 앞두고 기자회견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 행보 '김인중 차관 사퇴' '농경연 해체' 요구

  • 입력 2023.01.18 17:23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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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 대표들이 18일 오전 '농업전망 2030'이 예정된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량주권 운운하며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하고 푸드테크 허울로 대기업 농업진출을 허용'하려는 농림축산식품부를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을 비롯한 7개 농민단체 대표들이 18일 오전 '농업전망 2030'이 예정된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량주권 운운하며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하고 푸드테크 허울로 대기업 농업진출을 허용'하려는 농림축산식품부를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을 줄곧 반대하고, 최근 윤석열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도 정작 정부는 올해 농업정책에 농민 생존을 담보할 뚜렷한 대책 하나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농민의 극단적 선택, 국산 계란 폐기와 계란 수입, 농협의 돈잔치 뉴스가 이어지면서 농식품부를 향한 농민들의 규탄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 (사)전국사과생산자협회가 18일 농업전망 2023대회 장소인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26회 농업전망 2023대회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주관, 농림축산식품부 후원으로 열리는 농업계 새해 첫 행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 사퇴’, ‘농경연 해체’까지 언급되며, 농식품부와 농경연을 향한 강한 규탄이 쏟아졌다.

농민단체들은 농식품부가 △1월 4일 업무보고에서 식량주권을 강조한 것과는 반대로 양곡관리법 개정을 줄곧 반대한 점 △고병원성 조류독감 확산 전이고 계란 가격도 안정세인데 계란 수입으로 산란계 농가에 타격을 준 점 △푸드테크(먹거리관련 첨단기술) 정책으로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열어 놓은 점 △김인중 차관의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 행보로 농업계 분열을 일으킨 점 등을 규탄했다. 

또 지난해 말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하면 재정 손실이 클 뿐 쌀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수급 조절도 어렵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양곡관리법 개정을 반대하는 정부에 날개를 달아 준 농경연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이날 발언에 나선 하원오 전농 의장은 “산란계 농가들은 계란이 안 팔려 자구책으로 폐기하는 마당에 정부는 이에 기름 붓듯 오지도 않은 조류독감을 들어 계란을 수입했다. 경북 예천에서는 소를 키우는 농민이 빚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료값·비료값·인건비·자재비는 급등하는데, 사료·비료를 판 농협은 돈잔치를 한다”면서 “현실이 이런데도 오늘 열리는 농업전망에서는 농업소득이 10% 이상 오른다는 전망을 내놓을 모양이다. 더 이상 죽지 않고 제발 빚지지 않고 농사짓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 대표들이 18일 오전 '농업전망 2030'이 예정된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량주권 운운하며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하고 푸드테크 허울로 대기업 농업진출을 허용'하려는 농림축산식품부를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전 '농업전망 2030'이 예정된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열린 농식품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엄청나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가운데)이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 논리를 정부에 제공한 농경연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엄청나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농경연 해체”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성토했다.

엄청나 정책위원장은 “2020년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며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시장격리제도를 도입할 때 농경연·농식품부·국민의힘은 반대하지 않았다. 자동시장격리로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농민들에게 약속했다”라면서 “그런데 농경연은 지난해 쌀값 최대폭 하락 때도 자동시장격리를 하면 쌀값 상승으로 농민 소득이 높아져 쌀농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격리를 3년 늦춰야 한다는 진단까지 내놨다. 농민의 생계를 위협하며 쌀농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이처럼 뻔뻔하고 반농민적 연구원이 어디 있나”라고 분개했다.

엄 정책위원장은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농업의 미래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연구해야 함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을 반대하며 정치와 협잡하는 농경연의 연구는 우리 농업을 폄하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연구를 계속하는 한 농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어 우리는 지금 농경연 개혁이 아닌 해체를 말한다. 이것이 농민들의 심정이자 목소리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농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의 주식인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농식품부는 쌀 생산의 가치는 폄하하고 가루쌀 재배 확대나 전략작물직불제 같은 치적 쌓기용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푸드테크 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며 혁신기업을 지원·육성하겠다고 밝혔는데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고 아스팔트에 나락을 뿌릴 때는 눈길도 주지 않더니, 다시 기업에게 농업을 팔아먹으려 지원책을 발표했다”면서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면서도 틈만 나면 농산물을 수입하는 표리부동부터 양곡관리법 개정을 반대하고 농업을 대기업에 팔아먹으려는 천박함까지 농식품부의 사업 방향은 총체적 난국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농식품부를 향해 올해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식량주권 확보와 식량자급률 제고라는 목표에 진정성을 갖추라고 촉구했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 대표들이 18일 오전 '농업전망 2030'이 예정된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량주권 운운하며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하고 푸드테크 허울로 대기업 농업진출을 허용'하려는 농림축산식품부를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 18일 오전 '농업전망 2030'이 예정된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식량주권 운운하며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하고 푸드테크 허울로 대기업 농업진출을 허용'하려는 농림축산식품부를 규탄하는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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