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불모지에 씨앗 뿌리는 사람들, 전남교육실천회의

인구절벽·학령기 인구 유출로 존재 위기에 빠진 전남 지역

지역 아이들 위한 교통·문화·돌봄 등 교육 여건 마련 노력

  • 입력 2023.01.15 18:00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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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교통·문화·학습시설 등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촌. 여기에 인구절벽과 폐교 위기까지 덮친 지역의 교육 현실은 교육계나 학부모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전체 도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나선 이들이 있다. 지난해 1월 결성된 전남교육실천회의다.

여기에는 현재 시민단체 350여개(도단위 50여개, 시·군단위 300여개), 회원 1,300여명이 활동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과 소속 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과 소속 여성농민회도 함께한다. 이들은 지역의 교육문제를 위해 전체 도민의 1%가 참여하는 교육기구로 나아가고자 전남도와 시·군별 실천회의 단위로 활동하고 있다.

인구절벽은 전남 등 지역에서 더 심각하다. 실제로 전남의 출생아 수는 2015년 1만5,000여명에서 2021년 8,400여명으로 급감했다. 2022년 3월 1일 기준 폐교학교 수 역시 전남이 839개로 가장 많다. 출생아 급감도 문제지만 이들이 학령기 전 도시로 옮겨 가면서 지역소멸을 앞당기고 있다.

최민상 전남교육실천회의 정책실장(곡성고 교사)은 “곡성군은 2022년 초등학교 입학 대상인 2015년 출생수가 128명이었으나 실제 지난해 입학생은 98명이다. 결국 30명 정도가 타지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전남도 22개 시·군 전체에서 출생아 수는 급감했지만 시 지역의 입학생 수는 유지되고 있다. 군 단위 출생자들이 입학 전 주변 시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군 단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은 존재 위기 그 자체다. 최 정책실장은 “위기의식이 클수록 우리가 군청·교육청과 민간의 중간 역할로서 몇몇 곳에서 협의체 구성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어떻게든 아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안전하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을 최대한 마련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지역별로 진도군교육회의는 지역 청소년 문화센터 건립 추진, 곡성군교육회의는 곡성군·교육청과 함께 지역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돌봄체계를 연구하고 있다. 이밖에 여러 지역회의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처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전남교육실천회의는 전남교육청과의 민관협의회 구성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11월 걸쳐 마련한 전남교육 살리기 도민선언에 7,000여명의 참여를 끌어냈고, 전남 교육감과의 합의를 통해 오는 3월부터 분기별로 민관협의회를 열기로 했다.

​전남교육실천회의가 지난해 11월 8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승애 담양군여성농민회장 제공
​전남교육실천회의가 지난해 11월 8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승애 담양군여성농민회장 제공

최민상 정책실장이 지적한 학령기 인구 유출은 결국 농촌이 교육복지의 사각지대임을 증명한다. 이러한 교육환경의 불모지에 씨앗을 뿌리는 이들이 전남교육실천회의 회원들이다. 회원 40여명이 활동하는 담양군교육실천회의가 ‘청소년 100원 버스(100원버스)’ 도입을 끌어낸 데 이어 DRT(Demand Responsive Transit, 수요 응답형 교통체계) 버스 도입을 준비하는 것도 농촌 청소년들을 위한 씨앗 뿌리기다.

담양군은 전남도 22개 시·군 가운데 11번째로 100원버스를 도입해 오는 3월부터 시행한다. 이동이 어려운 지역 청소년의 고충을 덜어준 이 성과는 담양군교육실천회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던 100원버스 시행을 위해 군내 청소년 실태조사, 마을방문을 통한 의견 수렴·토론회 등 발로 뛴 데 대해 지자체가 응답한 결과다.

김승애 담양군여성농민회장은 “시골에서는 청소년도 교통약자다. 버스가 자주 오면 당연히 이용하겠지만 하루 4~5번, 시간도 들쑥날쑥하다. 걸어 다니기도 위험하다. 예전에는 빨리 달리는 차가 별로 없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도 했지만, 교통사고가 잦고 어린이 납치 등 치안 문제도 있다”고 전했다.

교통문제는 이동의 자유와 직결되며 이는 다시 다양한 문화자원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이 같은 교육환경은 지역이 살 만한 곳인가, 지속될 수 있는가를 판가름하는 기준점이 된다.

김 회장은 “교육문제는 지역의 생명이다.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계속 살 수 있으려면 교육 여건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 인재들이 자꾸 도시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은 어렵다”면서 “지역에서도 먹고살 수 있고 충분히 자아 실현하며 보람있게 살 수 있다면 인재들이 굳이 복잡한 도시로 가려고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녹록하지 않다. 문화시설이 전무한 면 단위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갈 데가 없다. 군이나 읍에 도서관·수영장·청소년센터 같은 시설이 있어도 정작 하루에 몇 대 없는 버스로는 다녀오기도 어렵다. 김 회장 표현을 빌자면 “그림의 떡”이다.

“아이들이 공부하고 놀고, 동아리 활동 등을 할 공간이 없다. 도시에는 흔한 스터디카페나 만화카페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게 하나 없다. 그러니 아이들은 틈만 나면 광주로 나가려 한다. 바깥으로 자꾸 나돌면서 ‘시골은 살 곳이 못 돼’라고 생각한다. 면에도 청소년 공용시설이 생겨서 언제든지 공부하고 모여 놀 수도 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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