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또 해제, 농지 보존도 빨간불

국토교통부, 지자체 GB 해제 권한 30만㎡→100만㎡ 대폭 확대

전국 개발제한구역 38만ha 중 농지 면적 6만4천ha로 16% 차지

식량생산 기반 ‘농지’, 매년 줄어 20년 만에 34만2천ha 사라져

  • 입력 2023.01.14 12:52
  • 수정 2023.01.14 13:0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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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부가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면서 농지 보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21년 현재 유지 중인 농지 154만7,000ha엔 그린벨트에 묶인 농지 6만3,700ha가 포함돼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면서 농지 보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21년 현재 유지 중인 농지 154만7,000ha엔 그린벨트에 묶인 농지 6만3,700ha가 포함돼 있다. 한승호 기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GB) 해제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대거 이양되면서 녹색 완충지대가 또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지방선거로 당선된 지자체장들의 공약사업이 올해 본격 추진될 예정으로, 농지 전용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 국토부)는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비수도권 지자체 그린벨트(GB) 해제 권한을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에 GB 해제논의가 무르익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과감한 규제혁신과 협업 강화로 지방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면서 GB 규제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비수도권 지자체 GB 해제 권한 면적을 현행 30만㎡에서 100만㎡ 미만까지 3배나 늘렸다. 관련 시행령도 올해 상반기에 개정할 계획이다. 반도체·방위산업·원전산업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GB 해제 총량에서 제외한다.

개발제한구역 제도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대 방지,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 보전 등의 이유로 지난 1971년 도입됐다. 지난해 9월 국회입법조사처 ‘개발제한구역 해제 관련 쟁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개발제한구역 신규 지정은 없었으나 정부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여 주택공급 등 국책사업에 활용해 왔으며 지자체들은 지속적으로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환경평가등급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환경적 가치가 높은 지역을 보전하기 위해 표고·경사도·농업적성도·임업적성도·식물상·수질 등에 대한 환경평가등급이 3~5등급지인 지역만 해제가 가능하며 원칙적으로 1~2등급지는 해 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업적성도 1·2등급지라도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된 경우 △국방군사시설이 확인된 경우 등엔 해제가 가능한 상황이다.

최봉문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은 “개발제한구역은 국가 또는 개발사업주체가 땅값이 싸다는 점에 탐을 내는 곳일 뿐 개발적지라고 할 수 없다”면서 “도시에서 필요한 추가개발지를 단지 값이 싸다는 이유로 선택할 게 아니라 땅값이 비싸더라도 적지를 찾아 매입, 개발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고 개발제한구역부터 푸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최봉문 전 이사장은 “30만㎡ 개발제한 면적을 100만㎡로 상향한 것은 단지 허용면적을 3배 늘렸다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장 승인에 따라 대규모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대대적인 변화를 뜻한다”고 우려하면서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산업단지 조성 등의 명목으로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해 개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발제한구역이 파헤쳐지면 농지 감소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개발제한구역 38만2,900ha 중 농지가 6만3,700ha, 16%를 차지하는데, 이는 전국 농지면적 154만7,000ha에 포함돼 있다.

이승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장은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지자체장에게 확대했다고 해도 6만3,700ha 농지가 한 번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이 중 농업적성도 1·2등급지의 경우 우리부와 협의해야 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도 “농지가 늘어나는 일은 없고 줄어드는 일만 남은 상황에, 개발제한구역 농지는 향후 전용될 면적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식품부는 우량농지 유지 방안을 고심 중이다. 지난해 지자체장 선거 이후 연말까지 공약사업 계획을 세웠다면 이제 사업실행 시기라, 개발요구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20년 간 농지는 188만9,000ha (2000년)에서 154만7,000ha(2021년)로 34만2,000ha가 사라졌다. 154만7,000ha 농지면적 중 GB에 포함된 6만4,000ha는 개발 대기 중인 땅이라고 보면 농지면적은 이미 150만ha도 붕괴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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