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하고 탄소중립 얘기할 수 있나

  • 입력 2023.01.15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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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또 시작됐다. 그린벨트는 도시 주변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도시의 무질서한 확대 방지 등의 목적으로 지난 1971년 도입됐다. 하지만 ‘개발’ 논리 앞에서 번번이 흔들리고 있다. 규제 완화를 선언한 윤석열정부 역시 그린벨트 해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비수도권 지자체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과감한 규제혁신과 협업 강화로 지방 자율성을 확대하겠다’고 명분을 밝히면서 그린벨트 규제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비수도권 지자체에 그린벨트 해제 권한 면적을 현행 30만㎡에서 100만㎡ 미만까지 3배나 대폭 늘렸다. 관련 시행령도 올해 상반기에 개정할 계획이다. 또 반도체·방위산업·원전산업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제외한다.

1971년 개발제한구역 제도가 도입된 이후 50년 동안 개발제한구역 신규 지정은 없었으나 정부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주택공급 등 국책사업에 활용해 왔다. 지자체들 또한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환경평가등급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벨트를 보호할 수 있는 요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적 가치가 높은 지역을 보전하기 위해 표고·경사도·농업적성도·임업적성도·식물상·수질 등에 대한 환경평가등급을 구분해 관리한다. 전체를 5개 등급으로 나눠, 3~5등급지인 지역만 해제할 수 있고 1~2등급지는 원칙적으로 해제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린벨트의 주요한 기능은 녹색공간 확보다. 그린벨트에 속한 숲과 농지의 농작물은 전 세계적으로 감축에 힘 쏟고 있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기능과 함께 산소를 만드는 기능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 현재 그린벨트는 부족하지만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도시와 공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정화하는 숲과 농지를 줄여서 개발을 한다면 도시는 서서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만들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비전과 목표, 이행체계 및 시책 등을 마련하면서 2050 탄소중립의 비전을 제시했다. 또 중장기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명시한 바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14번째 국가로 위상을 높였다. 일본은 3.56%, 미국과 영국은 2.81%, 유럽연합은 1.98%의 연평균 감축률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우리나라가 밝힌 연평균 감축률 4.17%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자 법과 제도를 만들고 실행계획을 세워 실현함에 있어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농림축산식품부는 탄소중립을 추진한다면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부처가 상반된 실행계획을 내놓는 한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병행돼야 한다. 하나는 배출량을 줄이는 일 다른 하나는 흡수량을 늘리는 일이다.

인간의 삶을 영위함에 있어 식량과 재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식량과 재화는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이를 생산할 때는 탄소 배출에 있어 차이점이 있다. 농업은 식량을 생산하면서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산소와 유기물을 만드는 반면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은 온실가스를 배출만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배출량을 줄여가는 방향으로 산업을 재편해야만 한다. 이번 국토부의 그린벨트 해제 규제완화 시도는 정책의 연속성도 없고 기후위기 대응에 심대한 후퇴 선언이다.

현 시대를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의 시대라고 표현하고 대전환의 시기라고 얘기한다. 많은 국가에서는 대응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국토부의 이번 규제 완화는 사람이 살고자 하는 조치보다는 사람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조치가 될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향이 우리가 사는 방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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