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돌봄을 통한 따뜻한 겨울나기

  • 입력 2023.01.15 18:00
  • 기자명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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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이제 며칠만 있으면 24절기 중 마지막인 대한(大寒)이다. 겨울의 큰 추위라고 하는 대한이 지나면 설을 맞이하게 된다. 실제로 대한보다도 더 춥다는 소한도 지났지만 영하의 추운 날씨는 여전히 몸을 웅크리게 한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새콤달콤한 귤과 군고구마를 먹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힘겹게 길을 나서야 하는 계절이다. 따뜻함이 더욱 그리워지는 겨울은 우리 주변을 한번 더 돌아보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철은 특히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따뜻한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겨울철의 가장 큰 부담 중 하나가 되는 난방비 때문에 힘겨운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농촌지역은 도시지역에 비해 여러 가지 기초 생활 인프라가 열악하다. 기본적으로 농촌은 도시가스 설치율이 낮아 난방 연료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농촌 어르신의 80%는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심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 그 부담이 얼마나 클까 예상해 볼 수 있다. 대다수의 어르신들이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전기매트가 이를 증명하기도 한다. 냉기가 감도는 집은 사람을 더욱 외롭게 한다. 이 겨울 혼자서 살아가는 어르신들에게 차가운 바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아마도 비싼 기름값과 외로움이 아닐까.

도시에 비해 고령인구의 비율이 훨씬 더 높은 농촌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전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8%인데 농촌지역은 46.8%로 농촌 고령화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혼자서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독거 어르신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기도 하다. 농촌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어르신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은 결국에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겪는 어려움의 문제도 해결돼야 하지만 외롭지 않게 그리고 따뜻한 노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됐던 3년의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에 힘들어했다. 사람과의 만남이 기피되고 관계맺음이 어려워지면서 돌봄이 필요한 분들은 돌봄을 받지 못했고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도 다가서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이제 일상생활로 거의 복귀된 만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농촌지역은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필수 인프라가 제때 구축되지 못했고 이러한 편의시설 부족은 인구유입을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먼저 이동수단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대다수 어르신들은 읍에 있는 병원을 가기 위해 버스를 이용한다. 농촌지역 출장을 다니다 보면 하루 몇 번 운행하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하염없이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100원 택시, 행복버스 등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농촌교통은 열악하다.

이동의 편의성과 함께 마을주민들에게 필요한 복지시설을 면을 중심으로 제공하는 체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면이 활성화돼 면에서 기본적인 필수 인프라를 갖춘다면 읍까지 왕래해야 하는 불편함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실천에 나선 지역에서는 면이 살아야 지역이 활성화되고 삶의 질이 개선된다는 고민의 시작으로 면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애썼다.

농촌중심지활성화 사업 등의 이름으로 복지회관 리모델링이나 증축, 테마거리 조성, 경관 정비 등이 많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각지대를 채우지는 못하고 있다. 혼자 생활하기에 어려운 독거 어르신들의 요양시설, 돌봄의 공간을 면 단위로 조성하는 방안 등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실현까지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하는 산이 많다.

의료, 주거, 교통, 문화 등 사회서비스에 대한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한다. 또한 사각지대에 위치한 사람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주변의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돌봄은 특정층만을 위한 것이 아닌 주변의 사람들을 살피는 것이며 우리사회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함께 더 나은 돌봄을 고민하고 어려움을 풀어나가야 하는 것은 돌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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