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드러낸 전남 저수지 … 자구책 찾는 농민들

농어촌공사·지자체서 대책 마련·시행 중이나 현장 체감 미흡

농민들, 관정 활용해 농업용수 공급용 저수지 물 채우기 나서

동계작물 수확 직후 시작되는 모내기 준비에 용수 걱정 심화

  • 입력 2023.01.15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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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겨울 가뭄이 길어지며 농업용수 공급에 관한 농민들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 10일 전남 무안군 청계면에 위치한 청수제가 메마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청수제의 저수율은 3.2%에 불과했다. 한승호 기자
겨울 가뭄이 길어지며 농업용수 공급에 관한 농민들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 10일 전남 무안군 청계면에 위치한 청수제가 메마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청수제의 저수율은 3.2%에 불과했다. 한승호 기자

 

비상급수를 시작할 만큼 전라남도의 가뭄이 심상찮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저수지 또한 바닥을 보일 만큼 무강우로 인한 겨울 가뭄이 극한에 치달은 상태로, 동계작물 재배에 대한 걱정과 동계작물 수확 이후 시작되는 모내기 준비에 농민들의 우려가 날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이병호, 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먼저 공사는 공사가 관리 중인 농업용 저수지의 용수 확보에 역량을 쏟고 있다. 양수저류로 인근 하천이나 배수로의 물을 끌어다 저수지를 채우는가 하면, 간이 양수시설을 설치해 용수로에 물을 직접 공급하는 등 현장 여건에 적합한 용수 비축을 추진 중이다. 영농철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하댐 건설 등 여러 대책을 강구·시행 중인 공사는 모내기 철 이전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아울러 전라남도에서도 지난해 11월과 12월 예비비와 특별교부세 각각 27억원과 24억원을 배정하는 등 농업 가뭄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전남도는 지자체에 해당 예산을 내려 현장 여건에 맞게 저수지 준설 및 양수장 설치, 관정 개발과 전기요금 지원 등에 활용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전남지역본부 관할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47.3%로 평년 63%에 비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전남 내에서도 담양군과 나주시, 장성군의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각각 36.3%와 38.2%, 39.1%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편 지난 10일 찾은 전라남도 무안군 청계면에 위치한 청수제의 저수율은 단 3.2%로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청수제에서 농업용수를 공급받는 인근 농민들은 지하수 활용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동계작물 재배와 4월 무렵 시작되는 모내기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청계면 구로1리에서 조생양파를 재배 중인 농민 정상철씨는 인근 구로제의 부족한 저수량을 강조하며 “지금 관정을 파도 물이 안 나와 졸졸거리는 물로 저수지를 채우고 있다. 관정을 30곳 넘게 뚫었는데도 지하수가 없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라며 “2월 말부터는 조생양파에 물을 줘야 하고, 양파 수확 후에는 모내기 준비에 들어가는데 모내기를 하려면 논에 10cm 넘게 물을 채워야 한다. 지금으로선 양파에 줄 물도 부족할 지경이라 농민들은 애가 타는데 지자체에선 대책 마련에 선뜻 나서질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씨는 “개인이 소규모 관정을 여기저기 파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지자체나 정부 차원에서 수맥 검사를 추진하고, 중형 이상의 관정을 개발해 일찍이 저수지에 물을 품어야 한다”고 전했다.

바로 옆 구로2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개인이 개발한 지하수 관정 3~4개를 연결해 인근 논·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관동제를 채워 넣고 있었는데, 저수지 크기에 비해 물줄기가 시원찮을뿐더러 관정 가동에 필요한 전기요금도 큰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을주민들은 “한 달에 전기요금만 100만원 이상 나오고 있다. 주변 논·밭 모두 여기서 물을 퍼다 쓰기 때문에 채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어마어마한 전기료를 쏟아붓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무렵부터 비가 오질 않다 보니 지하수 고갈로 이것도 한계가 있다”며 “지금은 마을에서 전기요금을 부담하고 있는데, 지자체에서 인상된 전기요금도 일부 지원해 주고 대규모 관정도 선제적으로 마련해 주면 좋겠다. 또 농민들이 물 걱정 없이 안심하고 농사짓게 수로 보수 등도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정용식 전 구로2리 이장은 “대부분 농사를 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식수 공급이 농업용수 공급보다 우선시되는 게 당연하지만, 지금대로라면 조생양파는 물론 쌀농사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라며 “지난해 쌀값 폭락에 이어 용수 부족으로 수확량까지 줄어 생산비 폭등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농민 피해가 컸다. 더 늦기 전에 중형급 이상의 관정 개발과 전기요금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지지체가 적극 나서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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