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농업정책, ‘첨단·산업화’에 중점 … “자본에 종속 우려 커”

농식품부 대통령 업무보고

식량안보 강화대책 ‘쌀가루’

농업법인, 비농민 참여확대

기름값·전기요금 대책 없어

  • 입력 2023.01.06 14:19
  • 수정 2023.01.06 16:5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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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대통령 업무보고에 대한 사전설명을 하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대통령 업무보고에 대한 사전설명을 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2023년 농업정책 밑그림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는 올해 △식량안보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농가경영 안정망 구축 △새로운 농촌공간 조성 및 동물복지 강화를 4대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농가경영 안정 대책은 빈약하고 하락하는 식량자급률을 반등시킬 대책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농업경영체에 기업경영방식을 도입하고 농업법인에 비농업인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규제완화 카드도 꺼내 부작용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새해 업무보고는 지난해 12월 21일 기획재정부를 필두로 일찌감치 시작됐다. 농식품부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지난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업무보고를 했다. 농촌진흥청 등 유관기관·민간분야 관계자까지 많은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보고와 토론을 이어갔다.

대통령 업무보고 하루 전인 지난 3일 정황근 장관은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사전설명을 하며 올해 주요 농정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정 장관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인 식량자급률을 윤석열정부에서 처음 상승세로 전환하겠다”면서 식량자급률을 2027년 55.5%(2021년 44.4%)로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다. 장기적으로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비농업 부분의 기술·자본을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밝혔다. 농업경영체도 ‘기업경영방식’을 적용, 투자확대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인데, 가족농에 조세특례 등 인센티브를 지원해 농업법인으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또 농업법인의 설립과 운영에 비농업계 전문가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도 개선한다.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 또한 윤석열정부 농정의 주요 목표다. 현재 4개소의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거점으로 2027년까지 온실·축사의 30%를 스마트화할 계획이며, 청년농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시설을 본격 확대한다. 신산업 분야도 강화하는데, 농업에 정보통신(IT)·생명공학(BT) 등 첨단기술이 결합된 푸드테크·그린바이오·반려동물산업 등 관련 기업 성장을 밀착 지원할 방침이다. 농식품 수출과 무상개발원조(ODA) 분야도 확대한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금리인상까지 생산비 폭등 무게에 휘청이는 농가 경영위기 극복도 농정 목표에 포함돼 있다. 정황근 장관이 내놓은 생산비 부담 경감 대책은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분의 80%(6개월분) 지원과 기본직불제 사각지대 해소(2017~2019년 직불금 지급 실적 농지 조건 삭제), 공공형 계절근로제 등이다. 품목 주산지에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구축·전국단위 농산물 온라인거래소 등 유통분야 개선과제도 제시했다.

마지막 핵심과제는 쾌적한 농촌환경 조성을 위한 농촌공간계획과 동물복지강화 분야다.

농가소득·농산물 가격안정·인력확보, 대책 강화해야

그러나 이번 업무보고 내용에 ‘위기와 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농정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호중 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 전문위원은 “기존 농정의 일부만 변화했을 뿐이며, 농업·농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에 대해선 아예 언급조차 없다. 농촌지역 소멸위기와 관련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고 “직불금 5조원 두 배 확대 개편 로드맵도 3월 중에나 발표한다고 하는데, 당초 지난해 하반기 발표 계획이 또 미뤄진 것이다”고 꼬집었다.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농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요인은 농산물 시장 완전개방, 기후변화, 세계적 감염병에 의한 글로벌 공급망 문제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선 농가소득 향상, 농산물 가격안정, 인력확보가 중요하다”라면서 “2023 농식품부 업무보고는 이런 현실적인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기침체기에 자본과 기업에게 농업·농촌을 그들의 시장으로 내주겠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운데, 50ha 이상의 노지스마트팜 조성은 ICT·시설설치 자본의 이익에 적합한 사업이고, 농촌공간 재구조화 사업 역시 토건자본에게 수익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호 교수는 “특히 농업생산성은 중소가족농의 경우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영방식을 도입해 비농업인의 농업회사법인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비효율적이며 비효과적이다. 농업 주체가 농민인지 기업인지 혼동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식량자급문제도 “식량안보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과제지만 내용은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을 말할 게 아니라 곡물자급률을 향상시켜야 하며, 사료용 곡물을 비롯해 옥수수, 보리쌀 등 다양한 곡물재배를 확대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장관, 양곡관리법 개정안 ‘반대’ 거듭 밝혀

한편 정 장관은 국회 본회의 처리 단계가 남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농업인들한테 도움이 안된다. 국회(야당)에 설명 중이고, 특히 농민단체들도 일부 단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단체들이 상황이 바뀌었다. 당연히 (국회 본회의 처리) 안된다고 본다”고 강조하면서 쌀 재배면적을 현 72만ha 수준에서 올해 69만ha로 축소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또 “내일(4일)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농식품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 생산되는 쌀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하느냐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주는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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