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61] 지속가능한(Sustainable)

  • 입력 2023.01.08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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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거나 응용하는 농업, 즉 스마트 농업이 뜨고 있나 보다. 이상기후에 따른 농작업 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농민의 고령화 등을 이유로 스마트 농업이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얼마 전부터는 아예 스마트 농업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농업(Sustainable Agriculture)’이라고 정의하고 정부 특히 농촌진흥청과 일부 전문가들이 보란 듯 사용하고 있어 지금쯤 뭔가 문제를 제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 농업이 ‘첨단 기술 농업’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속가능한 농업’은 결코 아니라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또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칭할 때 사용한 용어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발전과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개념은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발표한 브룬트란트 보고서(The Brundtland Report)의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처음 제시됐고, 1992년 6월 브라질에서 열린 UN 리우 환경회담에서 환경과 개발의 조화로운 발전을 지향하는 행동강령으로 ‘의제21(Agenda21)’이 채택됐으며, 그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산하에 ‘지속가능발전위원회(UNCSD)’를 설치했고, 오랜 논의 끝에 드디어 2015년 제70차 UN 총회에서 ‘2030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류공동의 17개 목표’를 설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수십 년 동안 논의해 공감대를 형성한 개념이다. 그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를 살펴봐야 하는데 그중 몇 개의 큰 목표를 보면, 목표1은 빈곤의 종식, 목표2는 기아의 종식, 목표3은 건강한 삶과 복지 증진, 목표4는 양질의 교육, 목표5는 성평등, 목표6은 깨끗하고 이용가능한 물, 목표7은 깨끗하고 적정한 에너지 등이다.

즉,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사용돼 오는 농업과 관련된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은 인류의 기본적인 먹거리 확보와 삶의 질 향상은 물론, 환경과 자연과 생태를 조화롭게 유지 보전할 수 있는 전 인류적 전 지구적 처방을 내포하고 있는 매우 포괄적이고 상징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스마트 농업을 지속가능한 농업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스마트 농업이 인류의 빈곤 문제와 기아의 종식, 그리고 환경과 자연과 에너지를 보존하는 데 무슨 기여를 하는지 묻고 싶다. 단어 하나라도 그 의미와 역사성을 이해하고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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