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에는 농민부터 각성하자

김성보 나주농민회 노안면지회 부회장

  • 입력 2023.01.08 18:00
  • 수정 2023.01.08 19:15
  • 기자명 김성보 나주농민회 노안면지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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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보 나주농민회 노안면지회 부회장
김성보 나주농민회 노안면지회 부회장

지난해 12월 30일 나주시 우시장을 갔다.

소를 키우고 있던 농민회 후배가 “형님,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란 말이요. 겁먹은 한우농가들이 얼마나 많이 소를 팔라고 올까 무섭소”라는 말에 새벽같이 우시장을 찾았다.

평소에 3분의 1도 안 되는 나주축산농협 우시장이 비육우, 한우, 송아지로 완전히 꽉 들어찼다.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오전 8시부터 비육우 암소 경매는 대부분 1kg 최저가 7,000~8,000원대로 한 달 전만 해도 9,000원대 가격이 10% 이상 하락한 장세였다. 한우와 송아지는 더욱 심각했다. 40개월 이상 한우와 8개월 된 송아지 절반 이상이 유찰돼 현장에서 즉석 경매 즉, 호가 경매를 진행하는데 500만원 암소가 350만원까지 순식간에 떨어지고 260만원 송아지는 180만원까지 곤두박질했다.

사료값도 감당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소를 끌고 나와야 하는 한우농가의 지켜보는 눈빛이 절망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는 듯 보여 내 가슴마저 비통했다.

불과 1개월 사이에 추풍낙엽처럼 소값 폭락이 현실화된 것이다.

“드디어 우려가 현실이 됐다”라는 한우농가의 한탄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요즈음 농촌에는 부모님 농사의 대를 이어 보겠다고 내려오는 청년 자녀들이 있다.

그중에 무사히 안착하는 경우가 대부분 한우 축산이었다. 하우스 시설 농사나 과수 농사, 채소 농사는 부모들도 아예 권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청년농민들이나 노후 준비에 안성맞춤이었던 한우 축산에 사료값 폭등과 시설투자비 은행 금리인상, 그리고 가격 폭락까지 겹쳤다. 앞으로 2~3년 동안 우리 농업·농촌이 이러다가 망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최근에 농민들이 술자리에서 궁여지책으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농사는 어차피 답이 없으니까, 어디 아는 공무원 있으면 공공일자리라도 알아봐 줄 수 없을까.”

“농협 선과장에서 일 좀 할 수 있을까, 노느니 벌어야제.”

2022년은 농민들에게 너무나 힘든 나날이었다.

특히, 사상 최대치로 폭락한 쌀값. 농민들은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용산 집회와 11월 16일 국회 앞 농민투쟁으로 폭락한 쌀값을 겨우겨우 막아냈다. 하지만, 정부가 매입한 2022년산 공공비축미 가격은 6만4,530원으로 작년대비 1만원이나 떨어졌다. 흉작에 생산량마저 줄었는데 농협마저도 농민을 외면했다.

누구의 책임인가?

현장의 농민들은 변동직불금을 지급했던 쌀 목표가격제를 없애버리고 산지 나락을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시장격리한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아직도 분통이 가시지 않고 있다. 물론 윤석열정부라고 믿을 구석은 없다. 국회 통과를 앞둔 양곡관리법이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못된 소리를 하고 있으니 정말로 통탄할 일이다.

2023년 계묘년 새해에 농민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윤석열정부가 공익형직불금 5조원 올리겠다는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디지털 청년농민 육성해서 농촌에 보내겠다는 허황된 속임수에 속지 마십시오.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도 농민들 등쳐먹고 기업과 재벌만 살렸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십시오.

농민들은 내가 생산한 농축산물 가격을 직접 결정한 적 없었다는 사실에 분개하십시오.

우리 세대까지만 농사짓제라며 농업·농촌을 자포자기 하지 마십시오.

100년 전에도 1000년 전에도 인간은 먹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코로나19로 이상기후로 지구가 멍들어가도 식량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해 12월 30일 새벽같이 나주 우시장에 가보니 평소와 다르게 소들로 꽉 차 있었으나 가격하락세가 심각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새벽같이 나주 우시장에 가보니 평소와 다르게 소들로 꽉 차 있었으나 가격하락세가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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