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곁불을 나눠주는 세상을 꿈꾸며

  • 입력 2023.01.01 00:00
  • 기자명 김순재 전 동읍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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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옛날에는 궁핍하고 못 먹어서 여러 가지 건강문제가 생겼다면 요즘은 넘치는 식품 때문에 여러 건강문제가 생기는 판국이다. 결국, 먹고 사는 일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주변에 ‘어렵다’, ‘힘들다’ 하는 분들에게 ‘편하고 넉넉해서 좋았던 시기는 언제였습니까?’라고 되물어보면 대개 ‘그랬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주변의 사람들과 정을 가지고 어울려 서로 챙겨가며 살아 보자고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해가 바뀌면 크건 작건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필자도 그러하다. 그런데 대개 우리가 가진 희망은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듯하다. 현실이 냉혹해 돈이나 권력을 많이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여러 규정이나 사회의 틀이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돈이나 권력을 가지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이런 사회의 곁불이라도 기대하고 희망하는 것 같다. 이 사회의 주류가 아닌 사람들이 곁불이나 부스러기 콩고물을 기대하는 것은 소박한 일이며 당연한 것이지만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해가 바뀌는 시기에 곁불을 기대하는 소박한 희망조차도 없다면 얼마나 냉랭하겠는가?

옛날에는 먹거리가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가 지금은 넘치는 것이 문제라면 이를 조정해야 한다. 사회의 어떤 쪽은 재화가 넘치고 또 다른 어떤 쪽은 부족해 절박한 상태라면 이 역시 확실히 조정해야 한다. 국가는 넘치는 곳과 부족한 곳을 조정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넘치는 곳은 이미 넘치는 것에 만족해 움직이지 않고, 부족한 곳에선 너무 부족해 활력을 잃는다면 사회는 탄력을 잃어갈 것이다. 인간이 대단한 존재로 보여도 그리 대단하지 않은 ‘지구의 한 구성원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인간들은 정치라는 행위로 사회 구성 조건들을 바꿔 왔다. 재화를 이동시켜 과부족을 조정했고, 부족을 해결하려고 끊임없이 개발했다. 인간들은 여러 노력을 통해 추운 곳도, 더운 곳도, 동떨어진 곳도 개발해 지평을 넓혔지만 어느 사이에선가 그 숫자가 우려스러울 만큼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됐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연애하지 않고, 혼인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는 것은 희망의 조건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이외의 여러 사회학적인 설명들은 그리 의미가 없다고 본다. 넘치는 쪽의 것은 적정히 조정해 탄력을 유지시켰어야 했고, 부족한 곳은 미리 채워 최소한의 동력이 유지되도록 했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던 것은 확실하다. ‘~라떼는 말이야’를 입에 단 고리타분한 기성세대들은 이제 반성의 시간을 가지기도 늦은 느낌이다. 넘치는 쪽과 부족한 쪽을 조정해 곁불을 기대하는, 떡 부스러기를 기대하는 희망이라도 우리 구성원이 가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올해는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연애하고 혼인하고 출산하는 희망을 가지는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고, 많은 부작용도 따른다. 필자는 크게 가지지 못한 기성세대기는 하지만 가진 것 없는 기성세대도 아니다. 농사지으며 혼인한 아들들에게 세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토지를 증여하거나 노동한 댓가 만큼 그 내역을 지급하면서 필자 기준으로는 불안하지만 스스로 기반을 만들어 가는 후계 농민들을 보면서 여러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편이다. 그들이 가진 답답함은 필자가 보기에 우리 사회의 악습이기도 하고, 그들이 가지는 어떤 희망들이 필자가 보기에는 다소 뜬금없기도 하지만 변화를 일으켜 돌파하려는 패기를 조금씩 조절해 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이웃한 젊은 농촌 총각의 혼인식이 잡혀 있다. 중매자 역할을 일정 정도 했기 때문에 기쁘다. 얼마 전 필자가 일하고 있던 밭 근처로 그 젊은 총각이 와 밝은 목소리 인사를 해줘 큰 기쁨을 느꼈다.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들이 후대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올해는 기성세대들이 주머니를 좀 풀어서, 젊은이들에게 앞길을 열어주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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