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농민과 도시 소비자가 바라는 ‘2023년'

  • 입력 2023.01.01 00:00
  • 수정 2023.01.01 20:56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는 소통, 농민은 생산비 보장받는 한 해 되길

 

최경렬 (경북 농민 - 과수·마늘)

2022년은 유례없이 길었던 봄·가을 가뭄과 폭우 등 지역마다 기후 편차가 심해 농민들이 작물 관리, 물 관리에 유난히 어려움을 겪은 해였다.

마늘이 주작목인 우리 지역의 경우 농협 계약재배가 매취에서 수탁으로 전환된 데다 정부 TRQ 수입마저 이뤄져 농민들이 가격 변동으로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농사가 힘들어도 국민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뿌듯함으로 이어가는 건데, 계속해서 농민이 홀대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씁쓸하다.

정권이 바뀌고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정의·상식·공정을 앞세운 정부였는데, 농사짓는 사람이 생각해도 국민이나 여·야당과의 소통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올핸 부디 소통이 잘 이뤄지는 해가 되길 바라고, 농민들도 품목마다 생산비 보장을 충분히 받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요즘은 농촌 면단위 마트에까지 수입농산물이 너무 많이 진열돼 있는데, 소비자들께서도 국산 농산물을 애용해주십사 농사짓는 사람의 하나로서 부탁드린다.

 

 
 

농민·농촌 위한 길, 〈한국농정〉도 함께 했으면

박은자 (전남 농민 - 나물·임업)

 

지난 3년은 가난한 귀농인에게 신명나는 배움의 과정이었다. 임대한 명이나물밭에서 수확의 기쁨을 배웠고, 낫 5자루로 호두나무를 심은 산지 3ha의 풀을 베며 일사병이 무엇인지도 배웠다.

그중 뼈아픈 배움은 잃어버린 주민주권과 주민자치였다. 주민조례개정 청구를 통해 장흥군계획조례의 ‘발전시설에 대한 개발행위의 조건’을 개정하는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주권을 잃은 주민 그리고 농민의 현실을 자각했다. 주권을 망각한 나 자신이 변해야 농촌·농민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생긴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앞으로 정직하고 당당한 농민의 길을 걸을 것이다. 농촌이 살아야 농민인 나도 산다는 마음으로 소멸해가는 농촌과 농민을 위한 정책을 요구하며 동지들과 동행하겠다. 겸손하게 배움의 길에 설 것이며, 눈물 흘리는 농촌의 이웃을 외면하지 않겠다. 〈한국농정〉도 그 길에서 만나고 싶다.

 

겪어보지 못한 축산 위기, 모두 함께 맞서 이겨내자

유종현 (경기 농민 - 육우, 낙농육우협회 육우분과위원장)

매년 연말이면 한 해를 돌아보며 올해는 힘들었지만 잘 버텼구나, 자평하곤 했지만 2022년은 그러기엔 너무나 힘든 한해였다. 사료값은 40% 올랐고 육우값은 폭락했다. 금리 인상까지 맞물려 대출받은 농가들이 도산의 위기에 처한 모습은 외면할 수 없는 큰 아픔이었다. 어려움 속에도 농가들은 다양한 자구책을 통해 생존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입 농축산물 관세 0% 정책은 결국 우리를 뜨거운 태양 아래 아스팔트에 모이게 했다.

항상 위기와 기회는 함께 다가온다. 다들 어렵고 힘들다고 축산을 등지고 떠나도 묵묵히 농장을 지키며 지역 대표 육우농장으로 성장시킨 지난 25년을 뒤돌아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위기와 기회’다.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겪어보지 못한 초대형 태풍과도 같은 위기다. 우리가 함께 서로의 배를 단단히 동여매고 함께 맞서 이겨낸다면, 위기 뒤에 항상 따라다니는 기회가 우리 곁에 올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다. 정책 당국의 외면, 할당관세, 역대 최악의 경영여건… 하지만 이 또한 슬기롭게 잘 이겨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계묘년을 맞이하자. 전국의 육우농가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지속가능한 농사 위한 대전환의 해로

박미영 (충남 농민 - 버섯)

2023년은 버섯농사를 업으로 삼고 생활한 지 스무 해가 되는 해다. 20대 청년이 40대 중년이 되면서 업으로는 내가 생각한 만큼의 품질과 양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생활에선 아이들 스스로 시내를 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농사를 잘 짓고도 소득 걱정을 하고 교육여건이나 생활적 불편함 때문에 이사를 고민한다. 농업·농촌의 실상은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농민교육을 다니다 보면 힘들게 일하지 말라며 엄청난 자본이 필요한 스마트팜 시설을 소개한다. 버섯농장엔 아직 광랜도 들어오지 않는데….

새해엔 대량생산을 위한 규모화나 수익성을 높이는 경영기술보다 농민들이 농사를 안정적·지속적으로 잘 해내고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올해는 그런 대전환이 가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농민들, 새해엔 덜 힘드시고 건강하세요

백경화 (언니네텃밭 농산물꾸러미 수령자)

지난 한 해 농민들이 쌀값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 정부는 마늘이 비싸다고 마늘 수입, 양파가 비싸다고 양파 수입을 했다. 주변을 보면 소비 자체도 많이 줄어든 게 체감된다.

고향이 충청도 산골이고 부모님도 농사를 많이 지으시던 분들이라 농사짓는 게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농사는 힘든데 농민들에게 점점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아 받아먹는 입장에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새해엔 모쪼록 농사가 덜 힘들었으면 좋겠고, 고생한 만큼 농민들이 경제적으로도 보상받으셨으면 한다. 기후변화 때문에 복숭아·콩·깨 등 해마다 문제 되는 작물들이 나오던데 올해 농사엔 기후도 잘 뒷받침됐으면 한다.

10년 넘게 농산물꾸러미를 받고 있는데, 전에 보내주시던 생산공동체가 고령화로 더 이상 못하시게 돼서 몇 년 전 공동체를 옮겼다. 계속 관계를 갖고 싶은데 농촌 사정이 허락되지 않아 안타깝다. 꾸러미를 보내주시는 분들, 그리고 농민들 모두 새해에 건강하시길 바란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농민을 응원한다

김양훈 (프리랜서 작가)

서울에서 등 따시게 살고 있지만, 어려운 농촌의 현실이 들려올 때마다 농민의 아들로서 늘 마음이 무겁다. 근 몇 년 동안 몇 평 되지도 않은 주말농장 텃밭을 가꾸며, 평생 홀로 고향 자갈밭을 일구셨던 어머니의 노고가 마음에 사무쳤다.

어느 해도 농민에게 쉬운 해는 없었지만, 2022년은 더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 쌀값 하락에다 비료와 농자재값 인상, 최근에는 기름값과 전기세 폭등으로 농사짓기가 더 힘들어졌다. 벼농가든 시설하우스나 축산농가든 가릴 것 없이 어렵고, 외국인 일손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농민들은 정작 자신의 품삯조차 챙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농자천하지대본! 농정(農政)은 농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의 식량권과 생명권, 국민경제의 자주권과도 직결된 문제다. 농민의 아들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한다.

 

2023년에도 현장 누비고 있을 〈한국농정〉, 기대한다

김영희 (농경제학 박사)

연구자로서 농사를 시작한 지 2년이 됐다. 땅을 사고 농막을 짓고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면서, 농업정책 연구자가 아니라 대상자가 됐다. 그리고 정책현장을 더 잘 알고 싶어서 참 많이도 다녔다.

내가 현장을 찾을 때마다 그곳에 계셨던〈한국농정〉 기자님. 현장에서 기자님을 만날 때마다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동지를 만난 듯해서 반가운 것도 있지만 더욱 기다려지는 것은 〈한국농정〉의 기사다. 여러 관점을 담아 잘 정리된〈한국농정〉의 기사는, 내가 얼마나 내 관점에서만 현장을 바라봤는지 반성하게 한다.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을 듣고 봤는데 어쩌면 이런 기사가 나오는지 신기할 뿐이다.

신년의 희망을 노래해야 하는 이때지만, 농업·농촌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에 속이 답답하다. 그럴수록 삶의 터전과 생업을 지키려는 현장 농부들의 목소리는 더욱 소중할 것이기에 2023년에도 여전히 현장을 누비고 있을〈한국농정〉을 기대한다! 나의 동지. 현장에서 만나요~.

 

농민·소비자의 연대가 힘이고 대안이다

구희현 (친환경학교급식 경기도운동본부 상임대표)

지난해 농민들은 정부의 무능으로 인한 쌀값 폭락, 생산비 급등문제를 해결해 농촌·농업·농민을 살리기 위해 아스팔트 농사까지 짓는 등, 1년 내내 처절한 투쟁의 고통을 안고 살았다. 농민들에게만 그 책임과 역할을 담당하게 해서 전국의 먹거리 관련 단체와 소비자들은 죄송한 마음을 표하면서, 신년에는 연대가 힘이고 대안이라는 자세로 심기일전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친환경농업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해 환경과 생태를 보존하고 도농상생의 지속가능한 도시와 농촌을 만들어 간다는 긍지로 신년에는 실천을 결의하는 우리가 되길 고대한다.

한국의 농촌·농업을 살린다는 신념으로 정론직필하는 현장언론인〈한국농정〉은 농민들과 먹거리 시민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동반자였다. 새해에도〈한국농정〉이 거듭 발전해 한국농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견인차가 되어 주시길 요청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