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교수 ‘쌀 ‘생산격리’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기고 반박

[ 기고 ] 최현석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

  • 입력 2022.12.25 18:00
  • 수정 2022.12.25 21:33
  • 기자명 최현석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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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
최현석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

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지난 12월 13일자 <한국농어민신문> 기고에서 현재 정치 쟁점화되어있는 양곡관리법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난데없이 ‘생산격리제도’를 제안했다. 이에 현장 농사꾼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상당수 존재하기에 감히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먼저, ‘생산격리’라는 용어가 참으로 낯설다. 시장격리라는 용어는 늘 쓰던 말이지만 생산을 격리한다는 게 쉬이 와 닿지 않는다. 김 교수 주장대로라면 ‘휴경직불’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굳이 이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곧, ‘시장격리는 문제가 많은 것이고, 생산격리는 해볼만하다’는 자신의 논지를 강화하기 위해 억지로 지어낸 듯한 용어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또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농민들의 이권투쟁만 부각되는 것”으로 피력했는데, 농민들의 어떤 이권투쟁이 있는지 궁금하다. 찬·반이야 늘 있는 일이고, 이를 통해 더 나은 방안들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 일상인데, 이 문제에 어떤 이권이 있어서 쟁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다. 실제 현장에서 농민들 간에 이 문제로 쟁투가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바가 없다. 오히려 정치권의 이전투구만 있을 뿐이다.

다음으로 김 교수는 최근 작성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효과분석 보고’에 기초해 글을 작성했는데, 현직 교수가 이런 엉터리 같은 보고서를 두고 ‘과학적 분석’이라고 언급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농경연 보고서는 작성자 이름도 기재하지 못한 지극히 비과학적인 보고서라 할 수 있다. 특히 2023년 대비 2030년은 벼 재배면적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오히려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제조건인 ‘생산량 3% 증가’와 ‘가격 5% 하락시에 격리’하도록 돼 있는 부분을 매년 격리하는 것으로 단정했다. 그 외에도 이 보고서는 상당히 의구심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가 그렇게 신뢰할 만한 보고서라면 당장 작성자 이름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시장격리와 생산조정제 등 다양한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쌀 재배농가 수와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며 반대한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가 해왔던 정책이 모두 다 쌀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정책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2018년부터 올해까지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진행돼 온 논 타작물 재배정책이나 휴경논 정책이 시장격리와 동시에 진행된 ‘생산조정’ 정책이었는데 이 정책이 어찌하여 쌀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정책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막 끌어다 쓴다고 말이 될 리 없고 논리에도 맞지않다.

더불어 현 정부도 앞으로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 또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쌀 생산을 ‘조정’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진행될 정책들이 쌀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시장격리 의무제를 근간으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도 못하고, 현재 농민들이 요구하는 문제를 잘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므로 쌀값 하락과 농가소득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피력하며 ‘생산격리제’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 농민은 쌀만이라도 제대로 관리-2020년 양곡관리법 개정 시 ‘자동시장격리’ 도입 확정을 이야기함-해 국가적으로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며,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생산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시의 소비자에게는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해 편히 일상 생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기에 법 개정을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시장격리를 의무화하지 않고도 정부가 알아서 상황에 맞춰 수급조절하는 것이 제일 좋으나, 공익직불제 도입 시 쌀 목표가격제를 폐지하면서 정부가 약속했던 자동시장격리 도입 약속을 지난해 어겼고, 이로 인해 쌀농가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해당조항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재정당국과 농정당국의 재량권 남용에 따른 쌀값 폭락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김 교수가 제안하는 ‘쌀 생산격리 제도’는 새로울 것도, 혁신적인 것도 아닌 그냥 시행하면 되는 것이다. 이전에 시행한 논 타작물 재배사업이나 내년에 시행할 전략작물직불제 또한 김 교수가 제안하는 정책의 다른 이름이다. 마치 이것을 시행하면 양곡관리법 의무조항을 개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필자가 보았을 때 이런 정책을 추진함과 동시에 개정안을 통과해도 농경연의 보고서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좀 더 부연하자면 현재 제안된 개정안을 통과시켜 농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다양한 생산조정 정책을 통해 초과생산량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세 번째는 TRQ 물량에 대한 근본 대책을 수립하고, 네 번째는 쌀 정책 전반에 대한 재구조화를 위한 TF팀을 구성해 새로운 쌀 정책을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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