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민무시 적폐농정 끌어내리고 농민기본법 제정으로 나아가자

  • 입력 2022.12.25 18:00
  • 기자명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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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이 정책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기업들은 재빠르게 제품의 양을 줄이고, 가격은 높이면서 위기를 이용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농자재와 인건비, 이자 폭등으로 파산할 지경인 농민들도 농산물 가격을 맘대로 올릴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가격결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물가안정을 위한다는 정부에 의해 쌀값은 대폭락했다. 정부는 마늘 TRQ 수입, 소고기 무관세 수입으로 국내 농산물 가격을 통제한다. 늘 그래왔듯이 농촌은 산업화의 희생양이 돼 왔다. 농촌소멸이 눈앞에 있는 지금, 과거의 농정을 뒤집어야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농정은 과거 악습을 되풀이할 뿐 아니라 농민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그 단적인 예가 대통령이 농민들에게 연말 선물로 보낸 수입농산물 가공품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국내 농업을 보호할 의지가 전혀 없음이 드러났다.

변동직불금을 폐지하고, 도입된 시장격리제도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부 당국 때문에 양곡관리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거부권 운운하며 주곡인 쌀을 지키려는 의지 없이 오로지 식량을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한술 더 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학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조차 내팽개치며 꼭두각시처럼 정부 논리를 대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농경연은 시장격리가 쌀의 과잉을 불러오고, 예산 낭비가 되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현재의 쌀값이 과연 높은가? 농지전용이 계속되며 쌀 재배면적이 줄고 있는데, 농경연은 시장격리를 하면 쌀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갑자기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농지면적 대비 소득이 낮은 게 쌀이다. 밥 한 공기 300원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비참한 요구조차 들리지 않는 건지 묻고 싶다.

올해 공공비축미 가격은 지난해 대비 40kg 한 가마당 1만원 이상 떨어질 거라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수매한 시장격리곡이 언제 풀려 시장을 교란할지 몰라 상인들이 거래를 끊었기 때문이다. 시장격리가 의무화돼도 3% 초과생산, 5% 가격상승 등 요건이 충족돼야만 발동한다는 사실은 은폐한 채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는 것처럼 술수를 쓰고 있다. 그나마 쌀을 92% 이상 자급하고 있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바닥으로 안 떨어진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주식인 쌀을 천덕꾸러기 취급하는 몰상식한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상기후가 증가할수록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발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타작물 재배는 자급률이 낮은 농산물의 확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예산 또한 늘려가야 한다. 그런데 마치 쌀에 너무 많은 예산이 투여돼, 다른 작목이나 축산에 쓰일 예산이 줄어들 거란 유언비어까지 남발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선 당연히 농업예산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 들어 최저로 떨어진 현재의 농업예산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 조직개편은 윤석열정부의 농정이 어디로 갈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참사에 가까웠다. 식량·기후위기는 전혀 염두하지 않고 오로지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동물복지가 농민복지보다 우선돼야 할 사안인가. 정부는 여성농업인정책팀의 과 승격은 묵살하면서, 충원된 공무원의 절반 이상을 동물복지와 반려동물사업분야에 배정했다. 농식품부는 과연 농업·농촌을 위한 부서가 맞는 건가. 이대로면 막대한 예산이 농기업이나 식품기업들의 호주머니로 다 흘러가고, 농민들은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다.

농민을 위해 일해야 할 농협은 어떠한가. 쌀값 폭락이나 CPTPP 추진 등 긴급한 농업 사안에는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현직 중앙회장의 연임을 위해 각종 로비와 불법을 자행하며 이번 국회에 셀프 연임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회장의 정권 연장을 위해 직원들을 동원하고, 국회의원을 회유하고 있다. 지역농협이 양곡 적자에 허덕일 때 정부의 잘못된 양곡 정책에 맞서야 할 농협중앙회장은 오히려 쌀을 비싸게 사서 RPC가 적자를 봤다며 농민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정부, 국회, 학자, 농협 모두가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농업의 미래와 식량주권을 포기하고 있다.

이제 국민과 농민이 나서서 농업을 되살려야 한다. 농업에는 경제 논리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과 직결되므로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한다. 농민기본법은 식량주권의 원칙과 농민의 권리, 농지, 농업인구, 자급률 등 농정의 방향을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2023년은 농민기본법 제정 운동으로 농업에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정부는 쌀 면적을 줄이려고 할 게 아니라, 물가폭등으로 제대로 된 밥 한 끼 못 먹는 청소년, 대학생, 취준생들을 위해 공공급식을 늘려야 한다. 쌀 소비를 늘리는 훈훈한 새해가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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