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한의학과 사주명리는 아무 관련 없어요

  • 입력 2022.12.18 18:00
  • 기자명 허영태(포항 오천읍 허한의원 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오천읍 허한의원 원장)

작년 수능 즈음 후배가 아들을 데리고 한약을 지으러 온 적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한의대를 희망하는데 사주·명리·운명 이런 것에 아주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주명리에 관심이 많으면 철학관에 가야지 왜 한의대를 가려 하냐며 농담 아닌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의사는 관상에도 조예가 있어 얼굴을 척 보면 병을 아는 거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아직 일부 진료현장에서 정확한 근거에 따른 진료보다 척 보면 압니다 식의 진단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의학이 과학보다는 과거 민간요법 정도 수준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주명리(四柱命理)란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를 네 개의 큰 기둥(사주, 四柱)으로 삼아 그에 따른 하늘이 내려준 천명에 대해 알아보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점치는 것입니다. 보통 사주팔자라고도 하는데 흔히 ‘타고난 팔자대로 살아야 한다’라고 할 때 그 의미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팔자(八字)는 여덟 가지 글자라는 의미인데 과거에는 ‘2022년 8월 26일 18시’ 이렇게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임인년 병신월 무진일 신유시’라고 했는데 여기에 쓰인 글자가 8개라 팔자라 했습니다. 이 팔자가 모여 사람의 네 가지 큰 기둥을 이룬다 하여 사주팔자입니다.

결국 인간의 운명 등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고 죽을 사람은 어차피 죽고 살 사람은 살고 하는 사주팔자와 의학은 아무 관련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것을 숙명론이라고 하는데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야 편안하다는 것입니다. 과거 양반은 양반, 임금은 죽을 때까지 자자손손 왕족으로 살고 평민과 노비는 계속 평민과 노비로 살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렇게 살면 임금과 양반만 편할 뿐입니다.

한의학이든 양의학이든 의학은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의 증상을 보고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연유를 파악해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진단과 치료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당연히 실험을 통해 검증된 것이어야 합니다. 한의학이 이 방면에서 다소 느린 경향이 있기는 하나 대체로 이런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선을 실제 건국한 정도전은 당시 <불씨잡변>이라는 책에서 종교를 비판하며 당장 오늘 내일 일어날 일도 예측 못 하면서 운명이니 내세니 떠드는 것은 백성들을 혹세무민하는 것이라고 호되게 질책했다 합니다.

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이 결국 죽는다는 사실은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누구나 질병에 걸리며 여기에 대해 운명론, 숙명론과 오히려 싸워온 것이 의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의학의 영역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어차피 이렇게 저렇게 될 팔자라는 식의 태도는 백해무익합니다. 자신의 힘을 믿고 적극적으로 삶을 대할 때 더 건강하고 윤택한 생이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