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 ‘시설’보다 ‘사람’이 먼저다

  • 입력 2022.12.18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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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신활력플러스사업) 참여를 통해 지역 내 먹거리 선순환체계를 새로이 만들어보려는 지자체들이 있는데, 전남 진도군도 그중 한 곳이다. 진도 주민들은 진도 먹거리체계의 미래를 위해선 ‘시설’보다 ‘사람’에 투자하는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진도의 먹거리 순환체계는?

김용환 진도군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단장이 농장에서 최근 수확한 울금을 살펴보고 있다. 김 단장은 진도에 귀농해 친환경 울금 농사를 8년째 짓고 있다.
김용환 진도군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단장이 농장에서 최근 수확한 울금을 살펴보고 있다. 김 단장은 진도에 귀농해 친환경 울금 농사를 8년째 짓고 있다.
진도군 진도읍 진도농협 하나로마트 한 켠에 마련된 로컬푸드 매대의 지역농산물들.
진도군 진도읍 진도농협 하나로마트 한 켠에 마련된 로컬푸드 매대의 지역농산물들.

진도군엔「진도군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에 관한 조례」가 존재하기에 학교급식 식품비 구입 관련 예산 지원은 이뤄진다. 그러나 조례엔 “우수식재료를 공급”한다는 내용만 있고 학교급식에서의 지역농산물 사용을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

진도군 내 학교들은 목포·순천 등 전남 타 지역 업체로부터 급식 식재료를 납품받는다. 전남 식자재업체들 중엔 대규모 시설에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해 전남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큰 손’들이 있는데, 진도 학교급식 식재료의 출처 또한 이곳들이라는 게 지역민들의 설명이다. 대파·울금 등 진도 농산물은 산지 수집상의 손을 거쳐 도매시장으로 가는 길 또는 직거래 아니면 마땅한 판로를 찾기 힘들다.

이에 지역 주민들은 먹거리선순환 체계를 만들 계기로서 신활력플러스 사업에 주목했고, 진도군도 이 사업을 신청해 지난해 사업대상으로 선정됐다. 진도군 신활력플러스 사업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70억원의 예산을 통해 진행된다.

그렇다면 진도의 현재 먹거리순환체계는 어떠할까. 진도에서 진도 먹거리를 구매할 공간으로서 과거엔 지역 내 장터들이 다수 존재했다. 현재 진도군엔 상설 전통시장은 없고, 오일장 유형의 시장이 4개소(진도읍 2개소, 고군면 1개소, 임회면 1개소) 존재하나, 인구 감소 심화로 지역먹거리 선순환 공간으로서의 지역장터들은 사실상 ‘붕괴’됐다는 게 지역민들의 증언이다.

진도군도 이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라서 로컬푸드(지역먹거리)의 관내 공급을 위한 판매공간은 마련해 놓고 있다. 현재 진도군 관내 진도농협·서진도농협 하나로마트 매장에 로컬푸드 매대가 설치됐지만, 두 곳 다 하나로마트 매장 한 켠에 작게 마련된 매대라 마트 내 물품 중 큰 비중을 차지하진 못한다.

일단 내년 12월에 진도군 수협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이와 연동해 진행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진도에서 친환경 울금 농사를 짓는 김용환 진도군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단장은 “농지가 없는 임차농, 귀농한 새내기 농민 등이 생산물 납품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생산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진도군 소유 토지를 이들을 위한 생산 훈련장으로 정해 고추·오이 등의 다양한 품목을 적정량으로 심을 수 있게 훈련하는 ‘인큐베이팅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신활력플러스 사업의 중점 과제 중 하나”라며 “기획생산체계가 없다 보니 진도에선 1년에 150~200톤인 울금 생산량이 다음 해 300톤 이상으로 늘어 가격이 폭락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은 방지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언급했다.

있는 시설부터 잘 활용하자

지난 13일 진도군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진도군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 포럼 행사장에 진열된 대파 페스토. 이 과자는 진도산 대파와 어란으로 만들었다.
지난 13일 진도군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진도군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 포럼 행사장에 진열된 대파 페스토. 이 과자는 진도산 대파와 어란으로 만들었다.

또 다른 과제는 ‘있는 시설 잘 활용하기’다. 김용환 단장은 “진도군 행정단위에선 70억원의 신활력플러스 사업 예산 중 절반인 35억원을 새 건물 짓는 데 쓰자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신활력플러스 사업의 방점이 결코 ‘신규시설 건립’에 찍혀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도군 내엔 예전에 만든 유휴시설이 산재해 있다. 과거 진도군에 울금사업단 운영 목적으로 57억원 예산을 들여 자동화 시설이 갖춰진 건물을 지었는데, 현재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곳과 같은 기존 유휴시설을 먹거리통합지원센터 등의 용도로 재활용해야 중복투자도 줄이고, 여럿이 함께 시설을 쓸 수 있으니 관리비도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아낀 사업 예산은 지역 일꾼 양성과 조직화 용도로 써야 한다.”

한편 진도에서 대파 농사를 짓는 곽길성 가락시장품목별생산자협의회장은 “지역장터의 기능이 과거보다 약해진 상태에서, 마트·농협 시설을 활용한 직거래장터를 운영하며 소농·귀농자의 물품 판매 코너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한 뒤 “공급망을 만드는 것과 함께 지역 내에서의 ‘시장조사’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진도가 아무리 인구 3만명 미만의 작은 군이지만, 그럼에도 지역 내 수요는 분명히 있다. 지역 음식점에서 지역산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수요, 읍내 어르신들의 대파 등 지역 작물에 대한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는 과정이 기획생산체계 구축과 연계돼야 제대로 먹거리 선순환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도의 것을 진도 주민에게

지난 13일 진도군 여성플라자에서 진도군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과 지역재단·로컬푸드전국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진도군 로컬푸드의 현실과 먹거리선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의 과제’ 포럼 중 참가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3일 진도군 여성플라자에서 진도군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과 지역재단·로컬푸드전국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진도군 로컬푸드의 현실과 먹거리선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의 과제’ 포럼 중 참가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3일 진도군 여성플라자에서 진도군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과 지역재단·로컬푸드전국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진도군 로컬푸드의 현실과 먹거리선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의 과제’ 포럼에서도 진도군 먹거리선순환체계 구축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참가자들 모두 “진도의 것은 진도에서 돌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민영 마당문화연구소 소장은 “‘땅콩호박’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봤는데, 알고 보니 그게 진도 농산물이더라. 그러나 정작 진도 내에선 어디서도 땅콩호박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며 “진도의 것은 진도군민들이 만져보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신활력플러스 사업을 통해 나 같은 진도 거주 주부들이 진도에서 생산되는 것을 그때그때 살 수 있는 장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미애 진도군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주무관도 “어린이집에 친환경식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참고할 자료를 현재 진도 내에선 찾기 힘들다”며 “농가들과의 계약재배 약정을 통해, 예컨대 7~8월에 어느 품목이 어느 정도 물량으로 나오는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진도군의 식재료가 미리 반영된 식단을 짤 수 있고, 그 식재료의 효능에 대해 아이들에게 알릴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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