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격리+타작목전환’도 쌀 수급안정대책 아니다?

농경연 보고서 또 논란 … 민주당 “정권 입맛 맞추는 연구기관인가”

소득 높다고 벼 재배면적 고정 안 돼 … 기후 변수 누락도 비판

28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서 양곡관리법개정안 '본회의 상정' 합의

  • 입력 2022.12.17 10:1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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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민생법안으로 선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국책연구기관의 부정적 의견을 반영한 연구보고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1일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쌀값정상화TF 주최로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쌀값 정상화를 위한 과제 모색 간담회’ 모습.
더불어민주당이 민생법안으로 선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국책연구기관의 부정적 의견을 반영한 연구보고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1일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쌀값정상화TF 주최로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쌀값 정상화를 위한 과제 모색 간담회’ 모습.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이 ‘정권 입맛에 맞는 보고서 써 주는 연구기관’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농경연이 국회보고용으로 최근 작성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효과분석 보고서에 대한 질책성 평가다.

농경연의 이번 보고서는 지난 9월에 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적용됐을 경우 중장기 쌀 수급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생법안으로 선정해 역점을 두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돼 쌀값 급락이 예상되는 경우 또는 쌀가격이 평년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 초과생산량을 정부가 ‘의무매입’하도록 했고 △벼와 타작물 재배면적을 관리하면서 논에 타작물을 심는 경우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했다.

농경연은 시장격리 의무화와 타작물 전환 지원책이 함께 시행된다고 가정하면, 쌀 가격이 상승해 농가 소득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벼 재배면적 감소폭이 둔화돼 쌀 과잉규모는 점차 확대될 뿐 아니라 재정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쌀값은 연평균 13.8% 상승(15만5,000원→17만6,000원), 타작물 전환 면적은 연평균 2만1,000ha 내외로 예측했다. 타작물 전환은 지원 초기에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후 쌀값 상승 여파에 따라 전환면적이 정체될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이로인해 쌀 공급과잉 문제가 더 고착된다는 가정이다.

농경연은 “타작물 전환이 2023년에 5만ha까지 증가하고 이후 전환 면적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쌀가격은 연평균 0.7% 상승하나 쌀 초과공급량은 초기에 크게 줄었다가 연평균 40만8,000톤으로 증가하는 등 수급불균형 현상은 지속” 된다며 “시장격리에 연평균 9,725억원, 타작물 지원사업에 연평균 882억원 등 총 1조60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쌀수급 효과는 없고 비용은 1조가 든다는 결론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15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위원(소병훈·김승남·서삼석·신정훈·안호영·어기구·위성곤·윤재갑·윤준병·이원택·주철현) 명의로 나온 보도자료 형식의 입장문은 “법 개정 이유와 취지를 왜곡하고 잘못된 전제조건으로 엉터리 연구결과를 발표한 농경연을 규탄한다”는 강경 어조로 시작한다.

민주당 농해수위는 지난 9월 30일 쌀시장격리의무화 영향분석 보고서에 이어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효과분석 보고서에 대해 “엉터리 연구결과를 재탕했다”면서 전제조건(논타작물 전환면적 소극적 추산·재배면적 감소에도 쌀생산량이 증가한다는 황당한 전제)의 오류와 타작물전환 농가가 가격상승에 따라 다시 쌀재배로 회귀할 거라는 단순한 추정은 양곡관리법 개정 여부와 별개로 농정당국의 적극적 책무를 배제한 점에서 문제로 봤다. 쌀수요량 연구모형에서 해외원조 확대·대북원조 등을 누락한 점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핵심은 ‘양곡관리법 개정 취지’를 왜곡했다는 점이다. 민주당 농해수위는 정부가 쌀값 하락이 예상됐음에도 법상 임의조항을 악용해 수확기 시장격리를 하지 않아 쌀값폭락 사태를 야기하는 등 농정당국 무책임은 논외로 하고, 쌀 공급과잉 최소화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논타작물전환을 매우 소극적으로 추산하면서 “시장격리 예산이 과도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농해수위원은 농경연을 향해 “지난 9월 보고서에 이어 이번 연구보고서 역시 잘못된 전제조건과 법 개정 이유·취지를 왜곡해 정권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써 주는 연구기관이라는 농업계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책연구기관의 이같은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11월 15일 생산량 발표 전 자료라고 하지만 24만8,000톤 과잉물량이 실제 37%가량 줄은 15만5,000톤이라고 발표했는데 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 또 2025년 이후 쌀소득이 높아져 벼 재배면적이 고정될 거라고 보며 705ha로 계산했는데, 자연감축 면적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전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아니라면 주장 자체가 억지다”라고 일축했다. 또 “기후변화 등 최근 쌀 생산량 변화가 어느 때보다 큰 데 이 모든 변수를 제외한 채 재배면적만으로 생산량을 추산하고 있는 것도 오류다. 타작물의 소득안정을 취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한 것이지, 벼 생산농가의 경제적 어려움을 통해 구조조정 효과를 유도하는 연구는 식량주권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요구에도 배치된다”면서 “2022년산 사상 최대 시장격리 물량을 발표했지만 쌀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양곡정책의 전면전환이 필수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오는 19일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으면 다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결절차에 따른다. 농해수위 위원 5분의 3 이상이 본회의 상정을 의결하거나, 여·야간 합의가 안될 경우 한 달 간 숙려기간이 주어진다. 오는 28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어, 단순 계산으로 내년 1월 28일 본회의부터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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