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59] 지역 축제

  • 입력 2022.12.11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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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지역에 살다 보면 가장 많이 접하는 것 중의 하나가 축제다.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가짓수도 많고 테마도 다양하다. 우리 고장 같으면 도루묵 축제, 연어 축제, 송이 축제 등이 있다. 그밖에도 우리나라에는 쌀, 한우, 산채, 사과, 포도, 인삼, 산삼, 커피, 와인, 수제 맥주, 산천어, 빙어, 오징어, 가리비, 전어 등 지역의 특산물을 내세우는 축제가 수없이 많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나 역사적 지리적 특성을 딴 축제도 많다. 실향민 역사 문화 축제, 해맞이 축제, 단오제, 커피 축제, 크리스마스 겨울 축제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전국적으로는 아마 수백·수천 개의 지역 축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어 소멸위기에 몰리고, 경제가 침체돼 가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지역으로서는 축제라도 열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하려는 의도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소기의 목적을 꼭 달성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다만 다소 아쉬움이 없지 않아 몇 자 적어 보려 한다.

지역으로 내려와 처음 2~3년은 가까운 지역에서 열리는 많은 축제에 빠지지 않고 거의 참여해 봤다. 참여라기보다는 그냥 구경꾼 또는 뭔가 사고, 먹으러 가 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도루묵도 구워 먹어 보고, 구입도 하며, 노래자랑도 들어 보고, 축제의 장을 한 바퀴 돌아 보기도 했다. 다른 축제도 거의 비슷하다.

한두 해 가 보았으나 요즈음은 지역 축제에 잘 가지 않는다. 처음과 별다를 것이 없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역 축제가 말이 축제이지 진정한 의미의 축제는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축제란 지역주민 전체가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것인데 지역주민임에도 그냥 구경꾼이거나 물건 사고, 음식 사 먹는 고객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 예컨데 송이 찾기, 연어 잡기, 오징어 잡기, 산천어 잡기 등과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부스에 좌판 벌여 놓고 물건 사고파는 오일장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축제 시설이나 분위기가 국민들의 눈높이 수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요즘 우리나라 국민들은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해 본 경험이 많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 보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선진국의 지역 축제에도 직접 참여해 보면서 거리의 디자인이나 구조물이 지역의 특색을 잘 설명해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고 조악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도 많다. 그에 비해 우리는 천막 구조로 천편일률적이어서 어느 축제나 비슷하다. 이젠 우리도 축제 구조물이나 시설물 하나라도 지역 축제별로 차별화하고 국민들 수준에 맞춰 세련돼야 할 것 같다.

또한 축제 운영이 뭔가 아마추어적인 것 같으니 축제 운영 전문가를 적극 활용해 지역주민이 즐겁고 유쾌하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되 지역별로 차별화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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