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의 가을 본색

  • 입력 2022.11.27 21:49
  • 기자명 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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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참사로 인해 지리산 곳곳 이름난 단풍 명소들의 화려한 단풍 풍경을 예전처럼 마냥 아름답게 볼 수만 없는 가을의 끝자락이다. 엄밀히 말하면 단풍은 물드는 게 아니라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많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 녹색으로 위장을 하고 있다가 월동을 위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곤 나무들은 제 가진 것 죄다 땅으로 되돌려 보내고 한겨울을 꿋꿋이 견디면서 봄을 기다린다. 수많은 생명들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으로 내몰린 이 슬픔의 계절에 붉디붉은 단풍잎들의 화려한 사진을 차마 올릴 수가 없다. 대신에 황망한 죽음을 바라본 이 땅의 아픈 국민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리산 자락 묵직한 빛깔의 단풍잎들을 올린다.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l 900년 전 고려 시대 강민첨 장군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하동 옥종면 두양리 은행나무. 찾아가는 길이 가팔라 접근이 쉽지 않은 까닭에 언제나 외로워 보이지만 긴 세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가을만 되면 이렇게 노란 등불을 밝힌다.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l 900년 전 고려 시대 강민첨 장군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하동 옥종면 두양리 은행나무. 찾아가는 길이 가팔라 접근이 쉽지 않은 까닭에 언제나 외로워 보이지만 긴 세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가을만 되면 이렇게 노란 등불을 밝힌다.
산청읍 내리저수지 l 지리산 동쪽 끝자락인 웅석봉의 가을빛이 저수지 수면에 그대로 반영됐다. 둘레길이 지나는 내리저수지 주변에 뿌리를 내린 메타세쿼이아, 이 어려운 이름을 우리도 북한처럼 그냥 수삼나무로 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산청읍 내리저수지 l 지리산 동쪽 끝자락인 웅석봉의 가을빛이 저수지 수면에 그대로 반영됐다. 둘레길이 지나는 내리저수지 주변에 뿌리를 내린 메타세쿼이아, 이 어려운 이름을 우리도 북한처럼 그냥 수삼나무로 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가을빛으로 물든 용유담 l 지리산댐이 건설됐다면 수장될 수밖에 없었던 용유담. 실상사를 지난 만수천이 백무동계곡 물과 칠선계곡 물을 만나 엄천강이 되고 강물이 잠시 머무는 그 용유담은 2018년 지리산댐 건설 계획이 완전히 백지화되면서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될 수가 있게 됐다. 얼마나 다행인지….
가을빛으로 물든 용유담 l 지리산댐이 건설됐다면 수장될 수밖에 없었던 용유담. 실상사를 지난 만수천이 백무동계곡 물과 칠선계곡 물을 만나 엄천강이 되고 강물이 잠시 머무는 그 용유담은 2018년 지리산댐 건설 계획이 완전히 백지화되면서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될 수가 있게 됐다. 얼마나 다행인지….
경호강의 가을 l 경호강을 따라 산청읍을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 그 길을 걷다가 참나무 단풍 숲을 배경으로 물수제비를 뜨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둘레길과 아이들의 조합이 참으로 지리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경호강의 가을 l 경호강을 따라 산청읍을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 그 길을 걷다가 참나무 단풍 숲을 배경으로 물수제비를 뜨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둘레길과 아이들의 조합이 참으로 지리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운봉 비전마을 참나무 숲 l 세걸산에서 발원한 람천이 운봉을 지나 인월로 흐르는 곳. 황산대첩비가 있고 동편제마을로 불리는 비전마을의 참나무 숲은 참나무 단풍의 진수를 보여준다.
운봉 비전마을 참나무 숲 l 세걸산에서 발원한 람천이 운봉을 지나 인월로 흐르는 곳. 황산대첩비가 있고 동편제마을로 불리는 비전마을의 참나무 숲은 참나무 단풍의 진수를 보여준다.
함양 의중마을 느티나무 l 참나무 단풍처럼 느티나무 단풍 또한 깊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 벽송사에서 내려오는 길, 금계마을과 용유담으로 갈라지는 의중마을에 자리한 500세 느티나무 어르신은 마을의 당산나무로 오랜 세월 마을을 굽어살피고 계신다.
함양 의중마을 느티나무 l 참나무 단풍처럼 느티나무 단풍 또한 깊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 벽송사에서 내려오는 길, 금계마을과 용유담으로 갈라지는 의중마을에 자리한 500세 느티나무 어르신은 마을의 당산나무로 오랜 세월 마을을 굽어살피고 계신다.

지리산 자락으로 귀농해서 21년째 유정란 농사를 짓고 있는 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의 지리산 자락 사진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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