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로 인해 지리산 곳곳 이름난 단풍 명소들의 화려한 단풍 풍경을 예전처럼 마냥 아름답게 볼 수만 없는 가을의 끝자락이다. 엄밀히 말하면 단풍은 물드는 게 아니라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많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 녹색으로 위장을 하고 있다가 월동을 위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곤 나무들은 제 가진 것 죄다 땅으로 되돌려 보내고 한겨울을 꿋꿋이 견디면서 봄을 기다린다. 수많은 생명들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으로 내몰린 이 슬픔의 계절에 붉디붉은 단풍잎들의 화려한 사진을 차마 올릴 수가 없다. 대신에 황망한 죽음을 바라본 이 땅의 아픈 국민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리산 자락 묵직한 빛깔의 단풍잎들을 올린다.
지리산 자락으로 귀농해서 21년째 유정란 농사를 짓고 있는 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의 지리산 자락 사진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