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아토피와 면역력

  • 입력 2022.11.27 18:00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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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이번 칼럼에서는 아토피의 원인 세 번째, 면역력의 이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피부는 외부의 다양한 물질들의 공격에 대해 방어합니다. 그런데 아토피 환자의 경우 면역세포들이 어떤 특정한 물질에 대해 정상보다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입니다. 일반적인 사람보다 강한 면역반응은 피부에 염증을 만들고 심한 가려움을 유발합니다. 이렇게 심한 면역반응은 면역력이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토피 환자는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대체 면역력,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대체 그것이 무슨 말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쉽게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면역력을 이해하려면 먼저 감염병이란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병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기는 병, 체질적으로 약하게 타고 나서 생긴 병,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병 등 다양합니다. 감염병이란 코로나처럼 우리 몸 바깥에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와서 생긴 모든 질병을 말합니다.

면역력이란 감염병이 있을 때 내 몸이 감염병과 싸워서 감염병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말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직접 관찰하지는 않았지만 감염병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백혈구, 림프구는 몰랐지만 감염병을 물리치는 면역력의 존재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감염병과 면역력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2,000여년전의 <황제내경(黃帝內經)>입니다. 황제내경에는 正氣存內(정기존내), 邪不可干(사불가간)”이라고 하여 정기(正氣), 즉 우리 몸에 바른 기운, 면역력이 있으면 사기(邪氣), 즉 사악한 기운, 감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의사들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면역세포는 몰랐지만 감염병과 면역력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겁니다. 가족이나 직장, 학교에서 한 명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같이 생활한 사람들 모두가 무조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을 우리는 종종 봅니다. 이처럼 2,000여년 전에도 사람들은 비슷한 관찰을 한 겁니다.

사기(邪氣), 즉 감염병의 원인은 추상적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실제로 질병을 관찰했습니다. 아주 먼 옛날, 2,000여년 전에 우리 의사들은 사기(邪氣)가 날씨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춥거나 혹은 덥거나, 너무 건조하거나 습할 때 감염병이 유행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기(邪氣)에 날씨와 같은 이름을 붙였습니다. 추운 것이 원인이면 한사(寒邪), 더운 것이 원인이면 서사(暑邪), 건조한 것이 원인이면 조사(燥邪), 습한 것이 원인이면 습사(濕邪)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더 흘러 400여년 전에 코로나와 비슷한 감염병이 중국에 유행했습니다. 당시 감염병을 관찰했더니 날씨와는 큰 상관이 없었습니다. 코로나가 1년 내내 유행했던 것처럼 추울 때도, 더울 때도, 건조할 때도, 습할 때도 언제나 감염병이 유행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사기(邪氣)에 대한 개념을 바꾸었습니다. 실제 사람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보고 사기의 성질이 무엇인지 관찰하기 시작한 겁니다.

사람이 뼛속까지 추워하며 찬물을 못 마시고, 찬 걸 먹으면 설사를 한다, 맥은 깊이 눌러야만 느껴지고, 혀는 백태가 껴 있는 것을 보고서 추위의 사기, 한사(寒邪)가 침입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반대로 더위를 타고 땀을 흘리며 시원한 물만 마시고, 변비가 잘 생기고, 혀가 건조하고 설태가 누렇게 끼며, 맥이 빠르면서 힘이 있으면 더위의 사기, 서사(暑邪)가 침입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더 시간이 흘러 200여년 전에는 의사들이 감염병이 있을 때 여러 종류의 사기(邪氣)가 우리 몸에 어떻게 침입하는지 더욱 세밀하게 관찰하고 치료하였습니다. 바로 온병학(溫病學)입니다. 온병학은 사기의 종류를 따뜻한 성질, 뜨거운 성질, 건조한 성질, 습한 성질, 차가운 성질 등으로 나누고, 이 사기가 우리 몸을 어떻게 침입하는지 가장 바깥에서부터 가장 깊은 곳까지 단계를 설정하여 진단하고 치료했습니다. 바로 위기영혈(衛氣營血) 진단과 삼초(三焦) 진단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칼럼에 이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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