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협 선거제도, 민주주의를 보장하라

  • 입력 2022.11.27 18:00
  • 기자명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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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에 따른 현행 농협중앙회장 및 지역 조합장 선거제도는 깜깜이 선거, 기울어진 운동장 등 비판 여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선관위도 2015년, 2019년 두 차례 국회에 법 개정을 권고했으나 정치권의 ‘눈치 보기’로 농민조합원 의견이 빠진 선거제도로 두 번의 선거가 끝나고 2023년 3월 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역농협 조합장 선거에 맞춰「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의 개정도 시급하다. 1,118개 조합 및 209만 조합원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임에도 공개후보자 토론회 없이 위탁선거로만 진행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은 24건 정도다. 지난해 4월 중앙회장 선출방식이 간선제에서 조합장 직선제로 전환되었고, 올해 11월 9일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는 중앙회장 연임제에 관한 안건만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협동조합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의 아픔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면서도 농협중앙회장으로 3억9,000만원, 농민신문사에서 4억1,5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농업협동조합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농협으로 혁신하는 출발점은 무엇일까? 농협은 조합원인 농민들 지혜와 열정, 노력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를 위해 투명성, 민주주의, 공개의 원칙 등의 제고가 필요하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고 유권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위탁선거법 개정과 209만 농민 조합원이 직접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는 선거제도 도입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농협에 대한 조합원 및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농협이 협동조합 정체성에 부합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지역농협 조합장 선거는 후보자 1인 외에 선거운동이 불가하며, 6가지 방법(어깨띠, 전화, 문자, 조합홈페이지 이용 등)에 국한된 선거운동만 가능하고 이조차 선거기간에만 가능하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만 적용되는 예비후보자 제도를 지역 조합장 선거에도 도입하여 예비후보자의 정견 발표를 허용하고, 선거후보자 외 선거운동원을 허용하여 선거운동을 확대하고, 후보자에게 선거인 전화번호 제공 근거를 신설하여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후보자의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 선거운동도 허용하여야 한다.

위탁선거법 제정 당시 기존 농협법에 있던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삭제되고, 또한 법 제정 당시 의원 발의안에 있던 ‘언론기관 등의 대담 토론회’ 조항이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삭제되어 조합원이 후보자의 정책과 정견을 비교 평가할 기회가 차단되어 있다. 이 결과 제2회 조합장 선거 당시 금품선거 발생비율은 지방선거의 4배(경찰청 통계)이며 후보자등록~선거일까지(16일간) 선거사범은 총 436건에 725명이며, 선거사범 유형 중 금품선거사범이 472명(65.1%)으로 제7회 지방선거(2018년) 금품선거 발생비율(17.3%)의 4배이다.

또한,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농협중앙회장 연임제가 통과된다면 농협중앙회장 활동이 연임을 위한 활동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988년 농협중앙회장 선출직 전환 이후 한호선(13~14대), 원철희(16~17대), 정대근(18~20대), 최원병(21~22대) 회장은 막대한 자원을 연임에 활용했고, 그 결과 연임한 선출직 중앙회장 4명 중 3명이 배임·횡령·뇌물 등 비리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단임제가 한 번도 완전히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을 개정해 연임을 허용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저버리는 행위이며,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으로 중앙회장의 권한 남용 등 연임제의 부작용이 해소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중앙회가 양 지주회사와 자회사를 1인주주로 지배하고 있는 점 △중앙회가 운용하고 있는 조합 상호 지원자금(2022년 약 14조원) 등 중앙회장이 여전히 큰 자원과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임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행동이라 말할 수 있다. 아무쪼록 21대 국회가 중앙회장 연임제보다 더 시급한,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는 농협 선거제도에 역량을 모아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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