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 되찾은 사료작물 가격 … 내년 전망은

달러 강세·흑해 협정 연장·중국 코로나19 재확산이 원인
품질 감소 현실화 탓에 사료용 밀 공급은 오히려 늘 수도

  • 입력 2022.11.26 14:1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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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6월 충남 보령시 천북면 들녘에서 한 농민이 트랙터에 연결한 파종기로 조사료로 사용할 옥수수를 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세계 각지에서 올해도 동계파종 곡물 생산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산지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는데, 다행히 공급 측면에 우호적인 대외여건이 계속되면서 국제곡물가격은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곡물 가격지수는 지난 10월 미국과 아르헨티나의 이상기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 불확실성 등을 원인으로 잠시 상승 기류를 보였는데, 한 달 만에 올해 최저치까지 내려갔던 지난 8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여기에 사료용 밀의 경우 내년엔 오히려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호주, 밀 품질 급감 전망

미국 농무부(USDA)는 10월 말부터 매주 미국산 밀의 생산 및 생육상황 정보를 갱신하는데, 올해 미국산 밀의 상태가 작년보다도 더 나쁠 것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이는 USDA가 기록을 시작한 198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USDA 산하 농업통계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11월 3주 차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 18개 주에서 생산 중인 동계 밀 가운데 주로 제분용으로 쓰이는 ‘양호한 상태'의 비중은 전체의 32%에 그쳤다. 이는 작년 같은 시기의 조사보다 12%p나 줄어든 결과다. USDA는 밀의 생육상황을 다섯 단계로 구분하는데, 상위 두 번째 등급인 ‘좋음’의 비중이 37%에서 27%로 급감했다.

이렇듯 밀 상태가 좋지 못한 이유는 극심한 가을 가뭄 탓이다. 11월 초순 한 차례 전국적 강우가 있었지만, 생육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현재 미국에서 표토 수분이 부족한 경작지는 여전히 전체의 53%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최대 밀 주산지인 캔자스주에서 그 비중이 75%에 달한다는 점은 밀 생산에 있어 치명적인 부분이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풍년이 기대되던 호주에서는 지난달 말 동부 곡창지대에 내린 20년 만의 최악의 폭우로 인해 전망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생산량은 여전히 풍작 수준(2,500만톤)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품질에 미치는 영향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계속된 습한 날씨로 물이 빠지지 않으면서 농민들이 수확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남반구의 주산지 아르헨티나는 품질 문제를 넘어 아예 생산위기를 겪고 있는데, 북미 지역보다 더 심한 가뭄으로 인해 거의 5개월간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올해 생산량 자체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세계 밀수출량의 8%를 담당했지만, 현지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래소는 올해 겨울 자국산 밀 생산량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1,180만톤으로 발표한 상황이다.

 

반짝 상승했던 사료작물값, 8월 수준으로 원점 회귀

호주 대홍수라는 악재가 추가됐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시장 밀 가격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지난달 초부터 다시 시작된 약보합세를 거듭하며 전쟁 이후 최하 수준을 기록했던 8월의 가격으로 되돌아왔다. 생산 외적 요소에서 발생한 긍정적 영향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는데, 우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로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 곡물 협정’이 기한 만료를 이틀 앞둔 지난 17일 연장에 성공했다.

비록 우크라이나와 유엔이 러시아 측에 요구하던 ‘1년 연장’은 불발됐지만, 양측은 120일 연장에 합의함으로써 협정을 위기에서 구하는 데 성공했고 우크라이나는 동계 작물을 국외로 내보낼 수 있게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19일 겨울 곡물 파종의 92%가 완료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곡물 수입국인 중국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은 곡물 시장의 기대수요를 감소시켰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3일 중국의 코로나19 대규모 재확산이 경기회복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으며, 특히 대두에 대한 전 국가적인 수요 감소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직접 기상정보 서비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기상학자 짐 로머는 최근 호주의 기록적인 폭우에도 불구하고 세계 밀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내놨다. 그는 “달러 강세로 원자재 시장이 타격받고 있는 데다 전쟁 상황이 완화된 점, 현 재고 대비 사용량 비율 등을 감안하면 밀 가격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고평가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기상으로 인한 수확 지연은 언제라도 시장에 불을 붙일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라니냐의 영향을 세 번 연속으로 받은 후 미국 밀 수확량은 봄에 개선된다”라며 “밀을 취급하는 주요 대형회사들이 아직 수확량 손실을 예상하지 않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료용 밀 공급은 오히려 늘 수도

한편 동물사료용 밀의 공급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생산량보다는 품질에서 피해가 예상되면서 제분용으로 쓰이는 고품질의 밀 생산이 줄어, 그만큼 사료용 공급이 늘어날 거란 분석이다. 짐 로머는 “호주는 3년째 풍년을 맞고 있지만 프리미엄 경질 밀을 생산하는 동부 곡물지대 생산량의 절반은 올해 동물사료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고, 이 같은 예측은 호주 내부에도 존재한다.

‘블룸버그’ 지는 지난 23일 호주농촌은행 작물예보관의 말을 빌려 제분용 밀의 가격이 급등하고,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밀이 사료 용도로 전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호주농촌은행은 통상 ‘프리미엄’으로 취급되는 동부지역 밀의 사료용도 전환이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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