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58] ‘다 죽는다’

  • 입력 2022.11.27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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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세계가 온통 난리다. 세계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고, 지구는 기후변화로 아우성이다. 세계 모든 나라들의 물가가 급등하고 있어 서민들의 삶은 날로 팍팍해 지고 있다.

초강대국과 개발도상국은 정치적, 경제적, 기후·환경적 측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실제로 총·칼을 들고 전쟁도 하고 있고, 전쟁에 준하는 경제 전쟁도 한창 진행 중이다. 에너지·식량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며칠 전 끝난 제27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도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해 기금을 마련한다는 데 어렵게 합의했으나, 구체적 기금 마련 방안은 내년 회의(COP28)로 연기됐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이 또한 국가 간 전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도 그 와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기상황이다. 정치, 경제, 사회, 기후환경 문제를 따로따로 논할 것도 없이 총체적 난국이다. 그 난국의 전적인 책임은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의 무능함과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비정상적인 행태들에 있다.

국민들의 보편적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이상한 고집과 만용 때문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사례들은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지면이 아깝고 대다수의 상식적인 독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대통령과 위정자들이 온통 이 모양이니 농업·농촌·농민 문제가 이들의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올해 들어 농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키워드는 ‘다 죽는다’가 아닌가 싶다. 40여년만의 쌀가격 대폭락으로 농민들은 정부를 향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하는데도 위정자들은 서로 정략적 이해관계에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니 ‘쌀값 폭락, 농민 다 죽는다’라는 슬로건이 등장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뿐이 아니다. ‘외국인 고용한 농민들 다 죽는다’, ‘국방부의 군납경쟁입찰로 군납농가 다 죽는다’, ‘양파가 죽으면 제주농업 다 죽는다’, ‘CPTPP 가입하면 농어민 다 죽는다’, ‘무관세 수입 확대하면 축산 농가 다 죽는다’, ‘기후·식량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다 같이 죽는다’, ‘꿀벌이 사라지면 과수농가도 죽는다’, ‘농자재값 등 경영비 상승으로 농업인 다 죽는다’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슬로건이 난무하는 것은 지금의 농업·농촌·농민들의 상황이 얼마나 위급한가를 나타내 준다. 대책을 세우라는 정도가 아니라, 죽을 지경이니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는 절규다.

그럼에도 우리의 위정자들과 정책당국은 태평하기 짝이 없다. 쌀 매입을 임시로 늘리고, 스마트팜을 위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이름 바꿔 내세우며, 농민이 당장 다 죽는다는데 농촌공동체를 활성화하고, 농촌공간을 재배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소소한 일상과 작은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자연과 더불어 조용히 살고 싶은 나 같은 소시민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젠 은퇴했으니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될까. 촛불이라도 들어야 할 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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