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김장, 지속적으로 지켜야 할 우리의 문화

  • 입력 2022.11.27 18:00
  • 기자명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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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최근 배추와 무 가격이 하락세다. 수도권 지역에서 김장이 시작됐지만 판매는 부진하고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언론에서 ‘금치’라며 배추값이 너무 비싸 식당에서 김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등의 말들이 쏟아져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농산물값이 오르고 비싸다는 인식이 심어지면 급하게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수입량은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10월 기준 1만9,190톤이었던 김치 수입량은 2022년 10월 2만6,245톤으로 상승해 작년 동월 대비 7,055톤, 약 36.8%의 물량이 증가했다. 배추 재배 농가 대다수는 일찍부터 산지유통상인에게 물량을 넘겨버리기 때문에 배추 가격 상승에 아무런 손익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반복되는 이러한 상황은 배추 재배 농민들을 힘들게 한다.

평소 물량보다 김장을 줄이거나 김장 대신 김치를 구입하는 식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생기면 배추와 같은 원재료 농산물에 대한 소비는 줄어들게 된다. 김치 소비는 우리나라 밭작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5대 채소의 수급 및 가격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배추, 무, 마늘, 고추, 양파 그리고 여기에 대파, 생강은 빠질 수 없는 주요 김장 재료들이다. 수입 김치의 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김치의 양도 줄어들고 국내 채소류의 소비도 연달아 줄어들게 된다.

재고로 쌓이는 배추, 무, 마늘, 양파, 고추의 양이 늘어나 가격이 폭락하면 생산을 포기하는 농가가 생기고 결국에는 또다시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이를 낮추기 위해 수입정책을 펼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농산물은 무조건 싸야 한다는 심리가 밑바탕에 깔려 농산물값을 낮게 유지시키려 하는 시도가 계속되는 한 아마도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었다. 얼마 전에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하면서 미국에서만 4개 주가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하고 기념하게 됐다고 한다. 쌀을 주식으로 하며 김치와 같은 밑반찬과 밥을 함께 먹는 나라도 아닌 미국에서 말이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김치의 가치를 중요히 여기는데 김치 종주국인 우리나라는 진정 그 가치를 깨닫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김장문화는 세계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우리가 보호하고 전승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김장문화를 지키고 그 소중함을 미래 세대에게 연결시켜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나눔과 공동체의 산물인 김장은 지역의 고유문화이기도 하다. 김장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맛의 획일화에 길들어져 각 지역마다의 고유한 음식의 특색도 사라져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소중한 가치라도 누군가가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다. 지키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다면 우리 김치의 소중함을 김치가 갖는 의미와 효능을 널리 알리고 교육해나가기 위해 정부가 더욱 힘써야 한다. 단순히 김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농업과 농민들의 생존과도 연결돼 있고 우리의 자존심과도 관련돼 있다. 한국의 김치 수출량은 미미하면서, 24만톤(2021년 기준)가량의 김치를 수입해서 먹는다는 것은 김치 종주국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줄어들었던 김치 수입량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은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국내산 김치 소비를 늘리고 김치의 기본 원재료는 국내산 채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들을 독려해야 한다. 국산 김치 식품제조회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국내산 원재료를 외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를 김치 종주국이라고 인정하고 김치를 ‘K-FOOD’라 부르며 아껴준다고 해도 정작 우리나라에서 김치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11가지 재료로 22가지 효능을 발휘한다고 알려진 김치는 농민과 소비자를 더 끈끈이 연결해주는 우리나라 대표식품이다. 우리 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농민, 김치 식품업체, 김치명인 등과 함께 더 늦기 전에 김장문화와 김치를 지켜나가자. 여기서 더 나아가 농산물이 무조건 싸야 한다는 인식은 이제 그만 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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