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할인쿠폰, 농민들에겐 역효과 크다

  • 입력 2022.11.20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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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할인쿠폰이 농산물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정부가 농민을 돕겠다며 소비촉진 일환으로 도입한 정책이 농민을 괴롭히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올해 초 생산비가 폭등했다고 농민들이 아우성을 쳤다. 이에 근본적인 생산비 보완정책이 마련됐으면 좋으련만 정부가 내놓은 답은 320억원 넘는 재정을 투입해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것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부터 매년 농축산물 할인쿠폰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소비자에게 농축산물 구입 비용의 20~30%를 할인해주는 사업이다. 400억원으로 시작한 농산물 할인쿠폰 사업예산은 2년 연속 1,000억원 이상 투입됐으며, 내년 예산안엔 1,080억원으로 편성돼 있다.

그런데 지난해 철원오대쌀이 일반적인 시세보다 더 싸게 판매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정부의 할인쿠폰에 여타 할인행사까지 겹쳐 나온 철원오대쌀은 10kg 기준 2만원 중반대로, 통상적인 4만원대 보다 대폭 낮아졌다. 농민들은 직거래를 하던 소비자들로부터 비싸다는 항의를 듣게 됐다. 소비촉진 효과가 얼마나 큰지는 불분명한데 가격인하 효과는 분명해진 것이다. 정부가 물가대책으로 농산물값을 잡아둔 것도 모자라 할인쿠폰으로 가격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얻는 이유다.

쌀 등 농산물 할인쿠폰제와 구입 비용을 할인해주는 제도는 소비자의 물가안정에 일시적 도움을 줄지 모르나 항시적이고 지속적일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할인쿠폰 사업이 대형마트가 한정적으로 낮은 가격에 농축산물을 싸게 팔면서 다른 상품을 구매하게 하는 ‘미끼상품’ 전략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특히 쌀은 일시적 소비촉진은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소비자가 그 지역의 쌀에 대한 가격을 낮게 인지하기에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질의 농산물을 20~30% 싸게 구매해본 소비자가 이후 다시 원상회복된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과거 우리 정부는 이중곡가제를 써서 쌀을 생산한 농민에게는 생산비를 보전하고 소비자에겐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공급했다.

농민들도 수확량이 줄어도 상품의 질과 맛을 좋게 할지 수확량을 높이고 품질을 중으로 해야 할지를 결정하듯 소비자들 또한 품질 좋은 농산물을 비싸게 사먹을지 싸게만 사먹을지 선택해야 한다. 농식품부의 예산이 사용되는 정책사업에 한쪽은 행복하고 한쪽은 불행해선 안 된다. 같은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실행하는 시기에 따라서 효과와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해야 한다. 2022년 쌀 같은 경우 가격이 24.9%가 폭락하고 생산비가 28.4% 폭등했다. 이 시기에 쌀을 싸게 살 수 있는 쿠폰제가 실행됐다면 가격 하락세는 더 가속화될 것이 자명하다. 현 정부의 밥상물가 안정정책이 농민들이 애써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을 낮추고 시장가격을 혼란하게 해 농산물 수취가를 낮추는 데 이용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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