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임대사업소 불용물품 경매 현장을 가다

[르포] 횡성군농업기술센터 농기계임대사업소

  • 입력 2022.11.20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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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5일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에 위치한 횡성군농업기술센터 마당에서 농기계임대사업소 불용물품에 대한 경매가 열린 가운데 농민들이 경매가 시작되기 전 관리기, 논두렁조성기 등의 농기계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5일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에 위치한 횡성군농업기술센터 마당에서 농기계임대사업소 불용물품에 대한 경매가 열린 가운데 농민들이 경매가 시작되기 전 관리기, 논두렁조성기 등의 농기계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내가 써낸 가격으로는 어림도 없겠네. 값싸게 트랙터작업기나 하나 들일까 했는데 경쟁이 이렇게 치열할 줄 누가 알았겠어.”

지난 15일 오후 1시가 되자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일원의 한적한 농업기술센터 주변에 차량이 줄지어 모여들기 시작했다. 불용농기계 경매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날 처음으로 불용농기계 대농민 경매를 실시한 횡성군농업기술센터 농기계임대사업소 앞마당은 각종 농기계와 횡성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현장 농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떠들썩하게 북적였다.

이날 횡성군농업기술센터가 내보인 불용농기계는 총 22종 79대였다. 농업기계화 촉진법 시행규칙의 ‘농업기계 내용연수’를 경과했거나 고장 난 물품이 대거 경매에 나왔으며, 휴대용 전동가위에서부터 논두렁조성기, 퇴비 살포기, 탈곡기, 관리기와 땅속작물 수확기에 이를 만큼 그 종류가 아주 다양했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만난 여성농민 신규영(65)씨는 “둔내면에서 고추랑 감자농사를 짓고 있다. 아는 사람으로부터 우연히 오늘 농기계 경매를 한다는 얘길 들어서 찾아와 봤다”라며 “둘러보니 시중 중고 농기계 가격에 비해 경매 시작가격이 아주 저렴하게 책정돼 있긴 한데, 사람이 워낙 많이 몰려서 적정한 가격에 원하는 농기계를 낙찰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매는 주민등록상 횡성군에 거주 중인 군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농기계는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농민에게 낙찰됐는데 입찰금액이 같은 경우에는 주민등록상 연장자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농민들은 인당 2대의 농기계에 입찰할 수 있었다. 이날 특히 많은 농민이 관심을 보인 불용물품은 관리기와 퇴비살포기였으며, 퇴비살포기의 경우 뜨거운 입찰 열기 속에 350만원에 달하는 경매 최고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경매를 지휘한 임종완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현장 농민들의 요구에 따라 온비드(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 공매로 처분하던 불용농기계를 군민 대상 경매에 내놓게 됐다. 불용물품이다 보니 당장 쓸 수 없는 기계도 많은데 금액이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농민들 참여가 뜨거운 것 같다”라며 “수리비용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경매가 과열돼 낙찰가가 너무 높게 결정될까 걱정이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제78조에 따라 처분단가가 500만원 이상이거나 총액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 지자체 거주민에게 매각할 수 없기 때문에 경매 품목이 한정적이지만 지역 농민들에게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 불용물품 경매를 활성화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된 이날 경매에선 몇가지 유찰 품목을 제외하고 전부 새 주인을 찾았다. 경매 시작 전, 공터 가득 전시된 농기계에는 물품명과 경매번호, 감정평가 금액을 바탕으로 한 1~2만원에서 80만원에 달하는 경매기준 가격이 적혀 있었는데 이를 본 농민은 “고물값 정도밖에 안 된다. 전부 노후되고 고장 난 농기계라고 하는데 작동이 될지 안 될지 모르기 때문에 수리비가 더 들까 고민이 되기도 한다”라며 “생산비도 많이 오르고 쌀값 때문에 요즘 대다수 농민들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데, 기준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폐기 대상이 아닌 작동되는 농기계가 경매에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가장 많은 농민들이 입찰에 참여한 관리기 중 한 대를 낙찰 받은 농민 김정민(38)씨는 “배추와 브로콜리 등을 농사 짓는데, 비닐 피복 용도로 쓰고자 기계를 구입했다. 앞쪽에 부착된 작업기만 갈아 끼우면 관리기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만족스럽다”라며 “낙찰 받은 뒤 살펴보니 시동은 걸리는데, 여기저기 손볼 곳이 있어 수리비로 20만원 정도는 더 나갈 거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일주일 전쯤 경매 소식을 들었는데, 사전 정보가 너무 없어서 조금 불편했다. 불용농기계라도 어느 정도 고장이 났고 현재 상태가 어떤지 등의 사전 정보가 제공된다면 입찰 여부나 가격 등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면서 “지금 가격이 500만원 이상이면 군민에게 불용물품을 경매할 수 없다고 하는데, 현장 농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구매할 때 부담을 많이 느끼는 트랙터 등도 경매로 구입할 수 있게 법 개정이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기계 임대사업 시행지침을 통해 임대농기계의 수리비 과다소요 및 파손 등이 예상되는 경우「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불용 처리하도록 관리하고 있으나, 임대농기계 구입·폐기에 대한 권한은 지역 여건 및 주재배 작목 등을 고려해 전적으로 지자체가 가진다.

이에 농기계임대사업소 불용물품 경매는 지자체 재량에 따라 진행되며, 지난 2015년 경상남도 합천군에서 최초 시도된 것으로 알려진다. 불용농기계 경매는 농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최근 전국 지자체에서 확대 시행되는 추세며, 농민의 농기계 구입비용 부담을 절감시키는 한편 지자체 세수 증대를 통한 임대 농기계의 원활한 수급 및 임대사업소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하는 등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지난 15일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에 위치한 횡성군농업기술센터 마당에서 농기계임대사업소 불용물품에 대한 경매가 열렸다. 한승호 기자
지난 15일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에 위치한 횡성군농업기술센터 마당에서 농기계임대사업소 불용물품에 대한 경매가 열렸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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