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콩에 진심인 사람들

농민-도시민 ‘콩퍼런스’ 개최
국산 콩 가치 전파에 한마음

  • 입력 2022.11.18 14:5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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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5일 ‘케이빈 프로젝트’ 주최로 제1회 ‘콩퍼런스’가 서울 역삼동 마루180 이벤트홀에서 열렸다. 케이빈 프로젝트 참가자 이수연씨가 독일의 농부시장에서 우리 토종콩을 알리는 부스를 설치했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15일 ‘케이빈 프로젝트’ 주최로 제1회 ‘콩퍼런스’가 서울 역삼동 마루180 이벤트홀에서 열렸다. 케이빈 프로젝트 참가자 이수연씨가 독일의 농부시장에서 우리 토종콩을 알리는 부스를 설치했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15일 제1회 ‘콩퍼런스’ 행사장 한 켠에 전시된 토종 콩들. 이 콩들은 언니네텃밭 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에서 제공했다.
지난 15일 제1회 ‘콩퍼런스’ 행사장 한 켠에 전시된 토종 콩들. 이 콩들은 언니네텃밭 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에서 제공했다.

국산 콩에 진심인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콩 농사를 짓거나 이 땅의 콩으로 장을 담그는, 또는 세계 각지에 국산 콩의 가치를 알리는 ‘콩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모여 우리 콩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지난 15일 ‘케이빈(K-Bean, 즉 국산 콩) 프로젝트’ 주최로 제1회 ‘콩퍼런스’가 서울 역삼동 마루180 이벤트홀에서 열렸다. 케이빈 프로젝트는 교육·문화예술·생협·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 7명이 모여 ‘국산 콩 소비확대’를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콩퍼런스는 ‘콩 + 콘퍼런스(회의를 뜻하는 영어)’의 합성어로, 케이빈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콩을 다루는 주체(콩 생산자, 전통 장을 담그는 명인 등) 간의, 나아가 이들과 소비자 간의 연결망 강화를 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

콩퍼런스엔 농촌에서 온 콩 재배 농민들도 참가했다. 충남 예산군에서 온 가창진씨는 예산의 청년농민들이 모여 2017년 결성한 추사친환경영농조합법인의 활동 사례를 소개했다. 추사친환경영농조합 구성원들은 협업농장에서 세 가지 콩(백태·서리태·나물콩)을 주로 재배하는데, 내부적으로 ‘각자 농사짓는 필지의 10%에선 유기농 콩을 재배하자’고 결의했다. 이들이 재배한 유기농 콩은 한살림 생산·가공단체인 충남 아산 푸른들영농조합법인으로 주로 공급되며, 일부는 충남 학교급식에도 공급된다.

가씨는 “친환경 콩 재배가 쉽지 않은 만큼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살림과의 거래로 판로 걱정은 덜하다. 올해는 우리 영농조합의 콤바인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정도로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인천 강화군의 농업회사법인 콩세알(대표 서정훈)은 강화도 북부 양사면 일대에서 재배한 콩으로 두부·두부면 등 다양한 콩식품을 만드는 농촌형 사회적기업이다. 서정훈 콩세알 대표는 강화도의 친환경 콩을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과 함께 △농촌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식자재 공급지원 △‘콩세알 가족농장’, ‘콩세알 농사학교’ 등을 통한 재활·치유농업 전개 △‘콩세알 농두레’를 통한 친환경농가 일손지원 등 지역사회에서 ‘콩’을 매개체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사례를 소개했다.

전남 담양군에서 51년째 전통 장을 담그는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제35호인 기순도 명인은 370년간 지역에서 이어온 전통 장맛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 명인은 “전통 장은 한국의 뿌리라 할 수 있다”며 “콩은 무조건 국산 콩을 쓴다. 장 담글 때 쓰는 콩을 농협에서 수매해서 유전자조작(GMO) 콩인지 아닌지 검사부터 한다. 품질이 안 좋으면 맛을 낼 수가 없다”고 밝혔다. 기 명인 등 전통 장을 평생 담가 온 사람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전통 장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제1회 ‘콩퍼런스’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제1회 ‘콩퍼런스’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편 케이빈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해외의 콩 자급 및 소비확대 노력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네덜란드와 독일을 방문한 바 있다. 이에 프로젝트 참가자 이수연씨는 콩퍼런스에서 네덜란드·독일 사례를 소개했다.

일례로 네덜란드의 컨설팅업체인 ‘그린 푸드 랩(Green Food Lab)’은 ‘온 나라의 육식 없는 1주일(National week without meat)’이라는, 네덜란드 국민이 채식에 더 많이 동참하도록 만든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이때 핵심소재가 바로 콩이었다. 고기 대신 자국 콩으로 단백질을 채우자는 의도였다.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다. 네덜란드 국민 약 30만명(전체 인구의 60분의 1)이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글로벌 빈 프로젝트(Global bean project)’는 독일에 있는 범(凡)유럽 콩 연대체다. 이곳엔 유럽 전역의 콩 재배농민, 콩 연구가, 콩 요리사 등이 모여, 콩류 재배가 기후위기 대응 및 생물다양성 확보, 건강 측면에서 어떤 이점이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글로벌 빈 프로젝트가 범세계적으로 콩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연결망을 확대하려던 중, 케이빈 프로젝트는 아시아 최초로 여기 가입했다.

케이빈 프로젝트 측은 콩퍼런스 막바지에 “콩에 진심인 사람들의 연결망을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히며 ‘내 몸도 살리고, 농가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는 국산 콩’의 미래를 위해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케이빈 프로젝트는 독일 베를린의 농부시장에서 우리 토종콩 홍보 부스를 설치해 우리 콩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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