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베고 열흘 말린 서리태 탈곡, 노부부 깃든 풍경 찬란하더라

  • 입력 2022.11.13 18:52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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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옥계리의 콩밭에서 서강윤(80)씨 부부가 트랙터에 연결한 탈곡기로 서리태를 탈곡하고 있다.
지난 1일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옥계리의 콩밭에서 서강윤(80)씨 부부가 트랙터에 연결한 탈곡기로 서리태를 탈곡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탈곡기 투입구에 콩대를 집어넣고 있다. 작업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탈곡기 투입구에 콩대를 집어넣고 있다. 작업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풍구 앞에 앉아 있는 할머니 머리 위로 분쇄된 콩대와 콩깍지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풍구 앞에 앉아 있는 할머니 머리 위로 분쇄된 콩대와 콩깍지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씨 부부가 경운기 적재함 가득 콩대를 실은 뒤 탈곡기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서씨 부부가 경운기 적재함 가득 콩대를 실은 뒤 탈곡기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1,200평에 달하는 콩밭에서 꼬박 사흘 동안 콩대를 벴다. 노부부 둘이서 낫으로 콩대를 베며 지나간 자리엔 콩대 여러 개가 한 묶음씩 균일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는 열흘 밤낮을 말렸다. 다행히도 그 기간에 비가 오지 않아 콩대에 비닐을 씌우고 다시 걷는 고된 일을 하지 않았다. 밤새 내린 서리는 늦가을 햇볕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노부부는 경운기 적재함에 차곡차곡 콩대를 쌓았다. 할아버지가 경운기를 콩밭의 적당한 위치에 놓자 할머니는 바짝 마른 콩대를 한 아름 안고 적재함으로 날랐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탈진 밭을 수십 번 오가는 사이, 적재함 가득 콩대가 쌓이자 할아버지는 경운기를 몰아 트랙터에 연결해놓은 탈곡기로 콩대를 옮겼다. 이윽고 트랙터의 엔진을 켜고 탈곡기를 돌리자 그간 적막했던 농촌 곳곳으로 시끄러운 기계음이 퍼진다.

할아버지가 탈곡기 투입구에 콩대를 집어넣자 순식간에 서리태와 콩대, 콩깍지가 분리된다. 포대를 걸어놓은 콩 배출구로 서리태가 빠지는 사이, 풍구 방향으론 분쇄된 콩대와 콩깍지, 먼지 등이 뒤섞여 쏟아져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풍구 앞에 앉아 탈곡기 밖으로 튀어나온 서리태를 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게다가 풍구에 조금씩 쌓이는 콩깍지를 적시에 빼내는 것도 할머니 몫이라 좀체 쉴 틈이 없다.

탈곡기가 한번 돌아가기 시작하면 노부부는 서로 말 섞을 새도 없이 각자의 일을 처리하느라 분주하다. 기계에 연결해놓은 포대 가득 서리태가 담길 즈음 포대를 교환할 겸 탈곡기를 멈추고 잠시 짬을 내 휴식을 취한다. 할머니의 작은 몸집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것도 그때가 유일하다.

만추의 계절, 11월의 첫날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옥계리의 콩밭에서 서리태 탈곡에 나선 서강윤(80)씨 부부를 만났다. 탈곡기를 잠시 멈춘 서씨는 “(콩이) 많이는 안 나올 것 같다. 키가 더 컸어야 했는데 좀 작다”며 “예전엔 콩 한 말(7.5kg)에 10만원씩 주곤 했는데 올핸 어떨지 모르겠다. 그래도 수입콩 안 먹으려는 사람들이 와서 사가곤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며 200ml 팩우유로 그간 칼칼해진 목을 축인 노부부는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탈곡기를 켰다. 귀가 얼얼할 정도의 기계음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에 되돌아보니, 일평생 땅에 기대어 농사짓고 살며 삶을 일궈온 노부부의 모습 너머로 울긋불긋한 가을 단풍의 빛깔이 찬란했다.

서씨 부부가 사흘 동안 베고 열흘 간 잘 말린 콩대를 경운기에 싣고 있다.
서씨 부부가 사흘 동안 베고 열흘 간 잘 말린 콩대를 경운기에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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