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친환경급식, 국가·지자체 역할 강화해야 가능

어린이집 친환경급식 확대 위한 논의 본격화

  • 입력 2022.11.12 13:00
  • 수정 2022.11.13 19:0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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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어린이집 친환경 급식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 중 전량배 한국친환경농업협회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어린이집 친환경 급식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 중 전량배 한국친환경농업협회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학교와 유치원에 이어 어린이집에서도 친환경급식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싹트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정희용 국민의힘 국회의원 주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사)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주관으로 ‘어린이집 친환경 급식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학교급식에 이어 어린이집에서도 친환경급식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 이를 위한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어린이집 친환경 식재료 사용비율, 60%에서 ‘0’까지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전국 23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진행한 급식 현황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23개 어린이집의 급·간식비 1일 단가는 최소 2,020원(경북 경주시 국공립 어린이집 중 한 곳)에서 최대 6,285원(서울 서초구 직장어린이집 중 한 곳)으로 편차가 컸다. 친환경 식재료 이용비율 편차도 컸는데, 경기도 안양시의 한 협동어린이집은 식재료의 60%를 친환경 식재료로 쓰는 반면 조사대상 어린이집 중 8곳은 친환경 식재료 비율이 0%였다.

식재료 조달방식의 경우, 대기업 식재료 공급업체 이용비율이 가장 높았다. 잡곡류·채소류 각각 23개 어린이집 중 9곳의 어린이집이, 가공식품·양념류·기름류는 각각 11곳의 어린이집이 대기업 식재료 공급업체로부터 물품을 받았다. 생협으로부터는 각 품목(잡곡류·채소류·과일류 등)마다 3~5군데, 공공급식지원센터로부터는 1~3군데가 식재료를 조달받는다고 응답해,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식재료 조달비율이 낮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대기업 식재료 공급업체를 주로 이용하는 이유로 어린이집 원장들은 △안전성 담보 △정확한 배송 △구매의 편리성 △사고 시 즉각 대응 가능 △온라인 구매라 편하고 어느 정도 질이 유지됨 △비상상황 시 대체 조리인력 지원 가능 등을 들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어린이집 급식 질 강화를 위해 △보육교사 급식비 지원 △어린이집 급식에 공급되는 쌀을 친환경 쌀로 전환 △조리원 인건비 지원 △어린이집 식재료 조달체계 구축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육교사 급식비 지원의 경우 서울시가 보육교사 1인당 1일 1,250원(월 2만5,000원)의 급식비를 지원 중인데, 어린이집 급·간식의 질 향상과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보육교사에 대한 별도 급식비 지원이 전국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정 교수의 입장이다.

정 교수는 ‘어린이집 쌀의 친환경 쌀 전환’과 관련해 “어린이집 전반적으로 식재료의 50% 이상을 친환경 식재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큰데, 특히 친환경 쌀에 대한 요구가 많다”며 “영·유아 1인당 1식 쌀 소비량 평균은 영아 38.5g, 유아 55g으로, 농협에서 공급하는 친환경 쌀 가격이 1g당 약 35원인 걸 감안하면 영·유아 1인당 5원의 쌀값이 인상된다. 이 계산대로라면 어린이집 급식의 쌀을 친환경 쌀로 전면 전환할 시 약 617억8,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린이집 급·간식비, 보육료와 별도로 지원해야”

다음 발제자였던 장연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어린이집 친환경 무상급식 제공을 위해 어린이집 보육료에서 급·간식비를 분리해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물가상승률 및 친환경 급·간식 제공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해 어린이집 급·간식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어린이집 급·간식비는 정규보육시간 내에 제공되는 주·부식 재료 구입비 및 간식비로서, 보건복지부로부터 별도로 지원되지 않고 정부지원 보육료 내에 포함돼 있다. 즉 보육료 내에서 인건비, 교재·교구비, 급식재료비, 간식재료비, 관리운영비(난방비·공공요금 및 각종 공과금·사무용품비 등) 등을 충당해야 하는 셈이다.

장 소장은 “보육료 내에서 인건비·관리운영비 등 필수 지출비용을 지출한 뒤 남은 금액을 쪼개고 쪼개 식비를 지출하는 상황이다. 이래선 어린이집이 친환경급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이라며 “보건복지부는 국가 단위 공통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시행하면서 ‘정부는 어린이집·유치원에서의 동일한 교육과정 이행을 위해 동등한 금액의 누리과정보육료를 지원한다’지만, 어린이집만 무상급식 비용이 보육료 안에 포함되고 유치원은 별도 지원된다면 동일한 무상급식이라 할 수 없다. 어린이집 영·유아도 유치원과의 차별 없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공받을 권리가 법적으로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별 어린이집 급·간식비 지원비 편차가 심각한 만큼,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장 소장이 올해 광역·기초지자체 특수보육시책조사 자료 및 지자체 보육사업 시행계획을 참고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대다수 광역지자체는 특수보육시책으로서 보건복지부 지원 보육료와 별도로 급식비를 지원한다. 다만 급식 1회당 지원단가는 980원(전라남도)에서 최저 190원(서울시)까지 편차가 크게 나타나며, 부산·광주·강원·충북·경남 등의 광역지자체는 별도의 급식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장 소장은 또한 어린이집 급식 환경개선을 위해 조리사의 노동환경 개선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현재 어린이집 조리사는 1일 1회 급식과 2회 간식을 기본으로 제공하는데, 급·간식을 준비하는 전체 작업과정을 생각하면 상당한 업무량이다”며 “조리사의 급여, 교육·휴가 시 대체인력 지원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과 함께, 조리사의 전문성(친환경먹거리의 특징 및 영·유아의 영양학적 특성 등에 대한 이해도)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실급식, 어린이집에만 책임 물을 수 있나?

이어진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어린이집 친환경급식 확대를 위해 국가·지자체 등 공공의 책임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철 경기도학교급식지원센터협의회 회장은 “기존에 마련된 학교급식 공공조달체계에 어린이집을 포함시킨 새로운 공급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급식 질을 높이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친환경 식재료 차액지원 정책도 어린이집의 행정 부담을 완화하며 친환경급식체계 참여를 늘릴 것”이라며 “이런 체계를 만들려는 노력 없이, 종종 발생하는 부실급식 문제의 책임을 어린이집에만 묻는 것은 무책임하다. 공공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어린이집에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프로그램을 통해 경북 안동시의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손성훈 송파구 친환경공공급식센터장은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중 13개구만 참여 중인 지역산 친환경 식재료 조달체계에 25개구 전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친환경공공급식센터’ 또는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해 25개구 전체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만드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량배 한국친환경농업협회 부회장은 친환경 쌀과 양파·감자 등을 현물로 지원하는 충남 서산시의 사례를 들며 “정책적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궁리한다면 (어린이집 친환경급식 확대도) 할 수 있다. 당장 어린이집에 모든 품목이 들어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우선 쌀부터 어떻게 전국 어린이집에 현물로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찾아봤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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