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57] 취향

  • 입력 2022.11.13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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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서울에 사는 친구나 지인들이 가끔 내려오면 반갑고 즐겁다. 특히 그들은 나의 작은 과수원에 들러 참 좋다고 감탄하곤 한다. 차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해가 뒷산을 넘어간다. 서울 사는 친구들은 다음에 또 오겠노라 약속하며 상경을 서두른다.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나는 늘 서울을 떠나 지역의 소도시나 농촌으로 내려와 살면 어떠냐고 제안하곤 한다. 예컨데 양양·고성과 같은 농촌지역도 좋고 속초·강릉과 같은 지역의 소도시도 좋지않느냐고 말이다. 영동지역 말고도 우리나라에는 좋은 곳이 정말 많다는 말도 덧붙인다. 작지만 알찬 문화 공연도 많고 소규모 행사도 많다. 복잡하지 않고 여유롭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가끔 들르는 제자들이나 일 때문에 방문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내 주변의 지인들은 거의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럼에도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 살고 있다. 아마도 사람들은 누구나 수십년간 살아온 삶의 터전이 익숙하고 평생 알고 지낸 많은 지인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리라. 낯설고 물설은 곳에서 인생 후반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현역에서 은퇴해 생계와 아이들 교육 등에서 자유로워 졌으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벗어나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역 소멸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데 기여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에서가 아니라, 은퇴 후 소도시의 소박함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촌에서의 삶이 평생 바쁘게 살아온 대도시에서의 지친 영혼을 달래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마다 사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 그리고 취향도 당연히 다르다. 대도시가 좋은 사람이 있고 농촌 오지가 좋은 사람이 있다. 대도시가 좋은 사람이 굳이 농촌지역에 내려와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다만, 7년 정도 지역의 소도시와 인근 농촌 지역에서 살아 보니 내 성향에는 잘 맞는 것 같다. 사실 처음 귀농·귀촌할 때는 나름대로의 대의명분을 앞세웠으나 지금은 약간의 불편함은 있으나 그냥 이곳 생활 자체에 만족하게 된 것 같다.

일이 있어 가끔 서울 갈 일이 있을 때면 교통 복잡하고 사람 많고 여유없는 모습들이 내 맘에는 들지 않는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먹고 살기 위해 50여년 살 수밖에 없었던 곳 같다. 인생 후반부에 겨우 내 취향대로 사는 방식을 찾은 것 같다. 서울로 다시 돌아갈 능력도 안 되지만, 그럴 생각도 없다.

취향에 맞는다면, 은퇴 후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 지역 소도시로, 농촌으로 내려가시라고 권하고 싶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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