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업보조금에 대한 단상

  • 입력 2022.11.13 18:00
  • 기자명 김순재 전 동읍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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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절대로 배가 아픈 건 아니고, 농업 부분에서 심각하게 느끼던 현황에 대한 것을 얘기해보려 한다.

자주 그랬지만 이번에 인근 농지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온실이 또 지어졌다. 어림잡아 6,000~7,000평은 돼 보이는 온실이었다. 그 온실이 들어서면서 기가 죽어 있는, 1,000평 규모의 온실 농사를 짓고 있는 큰아들에게 물었다.

“저 하우스의 연간 조수익이 얼마나 될까?”

아들은 “7억 내외 되지 않을까예? 와예?”라고 답했다. 내가 묻고 아들이 답하는 것으로 교육을 겸해 아들과 한참 동안 그 온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온실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보조금이 들어갔을까?’에 대해서도, 아울러 여러 시설물에 집중된 지난 30년간의 농업시설물 보조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그리고 아들과는 우리 농업이 나아갈 방향, 우리가 농업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농업보조금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손보기에 좀 늦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나는 농업보조금에 대한 불만이 참 많다. 아마 이 글이 농업보조금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행정 쪽의 새로운 방어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농업보조금을 상당 부분 손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농업보조금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조금, 농지의 형상을 유지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에 대한 보조금도 있지만 개별농가에 보조금을 주는 경우도 많다. 농업 부분에 보조금들이 집행되는 것을 오랫동안 봐오면서 개별농가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었다.

공공성이 없는 개인·법인에 집행되는 보조금의 거의 대부분은 처음부터 생기지 말았어야 하는 보조금이었다. 공공성이 없는 개인·법인 대상의 시설·장비보조금은 농촌지역에서 심각한 빈부 격차를 만들어내고, 위화감을 조성하고, 농자재 시장을 흐리게 해왔다.

나는 개인과 법인이 시설을 하고, 농기계 등을 구입하는 것은 100% 자기 판단 하에서 집행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민이 시설에 투자하기 부담스러워야 하고, 쉽게 대형 농기계를 사는 것은 매우 주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력 있는 농민들은 쉽게 보조금을 받아서 시설을 짓고 비싼 농기계를 구매했다. 그리고 그 보조금이 시장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해 왔다. 농가와 법인이 개인의 자산으로 등록하게 되는 시설과 농기계는 현금투자가 힘든 농가에 이자를 보전하는 정책으로 처음부터 집행됐어야 옳은 것이라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농지의 보전을 위해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는 보조금 집행을 상당 부분 늘려야 하고, 산업정책 변화에 따라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농업 외 소득이 없거나 현저히 낮은 농민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방향이 맞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공공성이 없는 개인이나 조직에 농업시설물·농기계에 대한 보조금은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공공성이 있는 농협 같은 조직에서의 공동 농약방제기 같은 것에는 보조금을 집행해도 무방하고 지구별 단위의 관정 사업 같은 경우는 필요하지만 특정한 개인이나 법인에 집중되는 시설·장비에 대한 보조금은 즉각 없애야 한다. 시설·장비의 보조는 없애고 농민이 구입하는 장비나 설치하는 시설물에 대해서는 이자를 보전해 주는 방식을 적용하되 집행에 대한 원천 책임을 농민이 가지도록 해야 한다.

이미 6.000평 내외 규모의 온실들이 전국의 여러 시·군에 들어섰을 것이다. 인근의 많은 농민들이 그 시설물에 비해 자기들의 시설물을 초라하게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엊그제 어떤 분이 집에 오셔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런 보조금 집행의 차별에 대해서 농민들은 결코 정부나 지방정부를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그 내용들은 많은 농민들이 농업 종사에 허탈감을 가지게 할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개인에게 지원되는 보조금이 상당 부분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보조금에 대해서 필자가 유일하게 신청한 게 있다면 관정 사업이었다.

농사짓는 아들 둘은 농업부문 보조금과 관련해 공개되는 자료를 살펴보거나 주변의 농민들에게 들은 소리가 있는지 기웃거리는 느낌이다. 나는 주기적으로 아들들에게 직접지불보조금을 제하고는 보조금 시장을 쳐다보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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