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 퇴임공로금 수령 논란

‘선거법 위반’ 당선무효형 및 ‘개인적 사유’ 조기사퇴 불구

중앙회 이사진, 김 회장에 2억7,600만원 퇴임공로금 지급

농민신문사 회장 퇴임공로금 수천만원 편법 수령 의혹까지

  • 입력 2022.11.08 18:19
  • 수정 2022.11.11 14:4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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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의 퇴임공로금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데다 △개인적 사유(총선 출마)로 회장직을 중도 사임까지 한 김 전 회장에게 퇴임공로금을 지급한 게 온당한가 하는 논란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임기 내내 재판을 받았다. 오랜 재판 끝에 지난해 7월 당선무효형(벌금 150만원)이 확정됐지만, 이미 김 전 회장은 2019년 12월자로 임기를 마친 뒤였다(정상 임기보다 2개월 먼저 자진사퇴). 당선무효형을 받았음에도 3년 10개월의 임기 동안 급여(연봉 3억6,000만원)를 온전히 챙겨갔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여론으로부터 눈총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챙겨간 건 급여뿐이 아니었다. 농협중앙회의 2022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 의하면, 김 전 회장이 회장직을 사퇴한 시점에 당시 농협중앙회 이사회가 2억7,600만원의 퇴임공로금을 지급한 것이다. 재직 중의 급여는 현실적으로 환수가 어렵다 해도, 퇴임 후 지급하는 퇴임공로금은 얼마든지 범죄 등 전후 사정과 여론을 고려할 수 있는 것이었다.

농협중앙회 이사회가 이처럼 방만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두 가지 제도적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소송 처리시한의 부재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관한 소송의 처리시한을 6개월로 한정해 선거범죄자의 임기 수행을 신속히 차단하지만, 농협중앙회장과 조합장이 적용받는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은 소송 처리시한을 규정하지 않아 중대 선거범죄자라도 김 전 회장처럼 임기를 끝까지 수행할 여지가 있다.

둘째는 퇴임공로금 지급 유예조항 부재다. 농협 내부 규약에 의하면 지역농협 조합장은 당선무효가 걸린 소송이 진행 중일 경우 퇴임공로금 지급을 유예해야 하지만, 중앙회장에 대해선 이같은 유예조항이 부재하다. 똑같은 선거범죄를 저질러도 조합장은 퇴임공로금을 받지 못하고, 중앙회장은 이사회의 판단에 따라 퇴임공로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8일 농협중앙회 앞 기자회견에서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의 퇴임공로금 수령 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8일 농협중앙회 앞 기자회견에서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의 퇴임공로금 수령 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재진, 사무금융노조)은 8일 오전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유수의 의원들에게 지적을 촉구했지만 지적하는 의원이 한 명도 나오지 않자 사무금융노조가 직접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설령 규정상 문제될 것이 없다 해도 명백히 사리에 어긋나는 결정이며 이로 인해 농협중앙회 이사회가 농협에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김필모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판결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진 퇴임공로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당연한데 이사회가 거액의 퇴임공로금을 지급한 걸 우리는 배임이라 판단한다. 즉각 환수조치하고 지급에 찬성한 이사들을 고발해야 한다”고 성토했으며, 서필상 사무금융노조 부울경본부 수석부본부장은 “퇴임공로금 문제는 하나도 지적하지 않고 농협중앙회장 연임 법안에만 매달리고 있는, 이게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준이고 농협중앙회의 실력이다”라고 냉소했다.

사무금융노조는 덧붙여 농민신문사의 회장 퇴임공로금 편법 지급 의혹도 제기했다.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직을 겸임하는데, 과거 최원병 전 회장 퇴임 당시 농협중앙회·농민신문사 합계 10억원에 육박하는 퇴임공로금이 농업계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최 전 회장 이후 농민신문사 퇴임공로금은 공식적으로 ‘0’이지만, 지난 6년간 농민신문사 사장 연봉 인상률이 무려 36%로 농협중앙회장 연봉 인상률(8%)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중앙회장 연봉이 3억7,900만원, 농민신문사 회장 연봉이 4억1,500만원으로 이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지경이다. 결국 농민신문사 회장 퇴임공로금을 없앤 게 아니라 연봉에 반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사무금융노조는 김 전 회장 당시의 이사진이 임원수당 인상(월 200만원→400만원), 퇴임 중앙회장 고문료 지급을 의결하는 등 유난히 방만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김 전 회장 퇴임공로금 환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노조가 직접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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