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구제역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검역본부, ‘구제역 백신 개발의 현재와 미래’ 학술토론회 개최
“국내산 2024년 말 상용화 예상 … 차세대 백신도 연구 중”

  • 입력 2022.11.04 15:5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2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대전 유성호텔에서 ‘구제역 백신 개발의 현재와 미래'라는 이름으로 학술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2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대전 유성호텔에서 ‘구제역 백신 개발의 현재와 미래'라는 이름으로 학술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 당국이 민간기업과 함께 추진 중인 ‘구제역 백신 국산화’와 관련해 그간의 진행 상황을 상세하게 공표하고 앞으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본부장 박봉균, 검역본부)는 지난 2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2022 구제역 백신 연구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구제역 백신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는 민간기업의 백신 생산시설 및 산업화 진행수준과 검역당국의 차세대 백신개발 핵심기술이 소개됐다.

토론에 앞서 국가적 백신 개발의 기조를 제안·설명하기 위해 강연에 나선 김병한 왓슨알앤디 부사장은 구제역이 근절된 선진국들의 경우 구제역 백신 개발에 소극적이고, 반대로 구제역 발생이 활발하고 백신 수요가 많은 개도국에서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연구가 어려운 상황 덕에 우리나라의 백신 개발 행보가 마치 ‘블루오션’에 뛰어드는 격이라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앞으로 개발될 국산 백신은 △조기 및 장기 면역유도가 부족하고 △접종 부위의 이상 반응을 유발(이상육 형성)하며 △다양한 혈청형의 공통방어가 불가능한 기존 상용화 백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변했다.

 

국내 최초 백신공장·상업용 백신, 2024년 말이면 볼 수 있을 듯

이어진 1차 토론에서 ㈜FVC는 추진 중인 백신 제조시설 건설사업의 자금조달·인력 채용·시공 단계 등 현시점 현황을 알렸다. 지난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백신 제조시설 구축 지원사업 대상에 선정된 FVC는 외국 자본의 기술 이전 협조를 통해 국내 최초의 구제역 전용 백신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다. 충북 청주시 오송바이오폴리스 산업단지에 연면적 3,300평 규모로 세워지며, 예상 생산규모는 2가 백신 기준 연간 5,000만 도즈다. 이는 우리나라 연평균 백신 수입량(4,700만두 분)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승섭 FVC 이사는 “공장은 지난 3월 착공해 내년 4월까지 건물 사용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12월부터는 1년간 공장 시운전을 진행할 계획으로 최종 목표는 2024년 말에 상업용 백신을 상용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VC는 검역당국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구제역 백신의 산업화 현황도 알렸다. FVC는 시험백신으로 생산한 ‘Virovac K’와 ‘Virovac R’의 동물실험(돼지) 결과 국내 요구 기준을 모두 충족해 적합한 것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지혜 FVC 과장은 “소에서도 백신 접종 2~3주 만에 높은 중화항체가를 확인했으며 대조군을 제외한 모든 개체에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임신 중기인 소에 두 배의 과용량을 접종했을 때도 과민 반응이 없음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두 종의 백신은 2023년 야외임상실험을 마친 뒤 허가절차를 거쳐 2024년 말 상용화될 예정이다. FVC는 현재 접종 후 이상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는 피내접종용 백신 ‘Peosvac ID’ 또한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으며, 피내접종 최적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고영준 검역본부 구제역백신연구센터 박사는 “백신 항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구제역바이러스 입자를 얼마나 더 회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라며 “품질 고도화를 위해 2023년까지 회수율 80% 이상의 공정기술을 개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 박사는 “백신항원의 생산성과 안정성 향상을 위해 개발한 특수첨가제도 효과가 나타났다”라며 “최종 목표는 생산성과 안정성이 우수한 백신주 백본을 이용해 단일 공정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역본부, ‘백신 고도화’ 연구성과 강조

피내접종용 백신 등 국산 백신의 고도화에 관한 연구 진행 상황 또한 공유됐다. 피내접종 백신은 근육이 아닌 피내에 접종하는 형태의 백신으로 접종량이 1/4 수준으로 낮고, 접종부위에 이상육이 발생하는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성한 검역본부 박사는 “올해부터 FVC와 기술 이전 및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3년에 걸쳐 현장 적용 시험을 진행하면 2025년에는 실질적으로 제품화에 대한 부분이 가시화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며 “백신이 완벽하더라도 이것을 접종하는 접종기가 백신과 맞아야 정확한 효과를 낼 수 있기에, 참여 의사를 밝힌 5개 업체가 시험 백신을 이용해 각자 실험 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백신과 병용할 ‘다기능 면역강화제’의 개발 현황을 발표한 김수미 검역본부 박사는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와 면역 증가 효과 등을 지닌 신규 물질 4가지를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만약 구제역 상황에서 이러한 다기능성 면역증강제를 사용할 경우, 접종 7일 이내의 초기방어가 가능하고 면역 증가 효과 덕에 백신의 효능을 향상할 수 있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라며 바이러스 증식억제·항체증가 유도 등의 효과를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구제역 백신 플랫폼 개발전략’을 소개한 이민자 검역본부 박사는 크게 ‘항원’과 ‘아쥬반트(면역성 첨가물질)’로 구성되는 백신의 두 구성 축에서 항원은 면역증강형 백신주로, 아쥬반트 는 기존의 오일성이 아닌 비오일성 신개념의 면역강화제로 대체해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박사는 “항체 유도 기간이 오래 걸려 초기방어 공백이 생기는 점, 소에 비해 돼지에서 낮은 면역 효과가 나타나는 점 등을 선천성·적응성 면역반응을 동시에 유도해 극복하고자 했다”라며 “또한 오일이 아닌 비오일 아쥬반트로 실험을 진행한 것은 가장 큰 이슈인 이상육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