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민은 왜 벼 수확을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와야만 했는가?

  • 입력 2022.11.06 18:00
  • 기자명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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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농민들이 추수할 벼를 들녘에 세워두고 서울로 향한다. 1년에 단 20일만 일을 하는, 1억2,000만원 넘는 콤바인마저 세워둔 채 트럭에 볏가마를 싣고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농협중앙회와 CJ제일제당 그리고 국회 앞에 선다. 왜 농민은 서울로 올라와야만 하는가?

정부와 국회는 자신들의 논리로 법과 제도와 예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 농민의 뜻을 담아야 한다.

추곡수매제가 쌀 변동직불제로, 다시 공익형 직불제로 변화되면서 쌀값에 생산비가 반영되지 않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농민과 국민들은 쌀농사가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바란다.

기후위기, 전쟁위기, 감염병위기 속에서 쌀 자급률 100%는 문제이거나 잘못이 아니고 상을 받아야 할 일이다.

농민들이 상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쌀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로 보호받아야 한다.

벼는 서리가 오기 전에 베야 품질과 맛이 보장된다. 무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농민들의 마음이 바빠진다. 벼 수확을 마무리하고 소가 먹을 볏짚을 말아서 축사로 옮겨 쌓아야 한 해 농사가 마무리 된다.

10월 말이 되면 수확과 볏짚 말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마음이 바쁘다.

이 시기에 콤바인을 멈추고 농민들이 서울로 오는 일은 흔하지 않다.

45년만의 최대폭으로 하락한 쌀값이 8월 뜨거운 태양 아래 농민대회를 열게 했다.

무엇이 이 시기에 농민들로 하여금 볏가마를 싣고 상경을 하게 할까?

무엇이 그리 간절하기에 농민들이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을까?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 요구, 식량자급률 100%를 충족시킬 장기계획을 담은 양곡관리법, 생산비가 보장되는 쌀 최저가격제 보장의 내용을 담는 양곡관리법, 그리고 공공수급제의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으로 전면 개정돼야 한다. 국민들에게는 안정적인 먹거리를 공급하고 농민들에게는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필요하다.

매년 이맘때 쌀값과 수매량을 가지고 싸우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국가와 정부가 그 국가의 식량주권을 책임지고 생산하는 일은 농민에게, 보관·유통하는 일은 농협에게 요구하면 안 되는 것일까?

군대에서는 전쟁과 국가위기 사태가 오면 먹거리(1종)는 가장 중요한 품목이어서 먹거리를 제일 먼저 장악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섬 아닌 섬나라는 국가위기 사태가 발생하면 먹거리 공급이 원활할 수 없다. 위기의 상황이 오기 전에 안보적 측면에서 자급률을 높이는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일시적 과잉과 부족에 연연하지 말고 식량자급률 100%에 맞는 장기적 계획과 함께, 농민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생산비가 보장되는 최저가격제를 포함하는 양곡관리법이 필요한 때다.

농민이 원하는 양곡관리법의 핵심은 식량자급률 100% 지향, 생산비가 보장되는 쌀 최저가격제, 공공수급제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고 이것은 공산화법도 포퓰리즘도 아닌 국회와 정부가 국민과 농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당장은 외국의 대규모 농기업에 의존해 식량공급계획을 세우지만 점진적으로 이것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고 양곡관리법을 재개정해야만 한다. 농지를 지키고 농민의 생활이 보장돼 농촌의 인구가 늘고 식량자급률이 높아져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 위기를 넘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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